<몬몬몬 몬스터> 영화 포스터

▲ <몬몬몬 몬스터> 영화 포스터 ⓒ (주)더쿱


린슈웨이(등육개 분)는 학교의 일진 패거리인 '런하오(채범희 분)' 일당의 거짓말로 인해 학급비를 훔쳤다는 누명을 쓴다.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던 린슈웨이는 억울함을 밝히려고 노력하지만 선생님을 비롯한 친구들은 아무도 그의 외침에 귀 기울지 않는다.

어느 날, 런하오 일당과 함께 지역 봉사활동을 간 린슈웨이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금고를 훔치다가 정체불명의 괴물 자매와 마주친다. 놀라 도망치던 런하오 일당을 괴물 자매가 뒤쫓던 과정에서 동생 괴물이 차에 치인다. 상처를 입은 동생 괴물을 아지트로 끌고 온 런하오 일당은 갖은 학대를 가하며 괴물을 괴롭힌다. 린슈웨이도 런하오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당이 벌이는 일에 동참한다.

구파도 감독이 연출한 <몬몬몬 몬스터>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삼은 공포영화다. 감독의 전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가 원작과 각본, 제작에 참여한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갑작스러운 장르 전환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구파도 감독은 국내에서 로맨스 장르의 작품들로 주목을 받았을 뿐, 대만에서는 소설가로 먼저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이전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한 구파도 감독은 이미 60여 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소설은 로맨스 장르를 비롯해 무협,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몬몬몬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몬몬몬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주)더쿱


<몬몬몬 몬스터>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장르는 다르지만, 청춘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건 변함이 없다. 구파도 감독은 청춘(인물)과 학교(배경)에 '왕따'와 '괴물'을 사건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왕따와 괴물을 다루었던 영화들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몬몬몬 몬스터>는 인간을 죽이는 괴물, 괴물을 납치한 인간,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행해지는 폭력을 다루며 선과 악의 경계와 양면성을 탐구한다. 구파도 감독은 <몬몬몬 몬스터>를 "괴물을 다룬 것이 아니라 괴물과 함께 하는 영화"며 "난 어둠 속에서 나는 미약한 속삭임도 거대한 울림으로 변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한다.

런하오 일당이 괴물을 납치한 이후 전개에서 전통적인 인간과 괴물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다. 런하오는 "사람도 아닌데 이것저것 다해봐야지"라고 이야기하며 괴롭힘에 앞장선다. 린슈웨이는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위치가 뒤바뀐다. 린슈웨이가 괴물을 보며 겪는 갈등 속에서 선과 악은 모호해지고 양면성은 도드라진다.

<몬몬몬 몬스터>는 기본적으론 공포 영화의 외형을 지녔으나 그 안에 청춘, 코믹, 스릴러, 사회고발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다.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화법은 자칫 무겁게 흐를 뻔한 전개에 가벼움을 준다. 예를 들면 지역 봉사활동을 나간 런하오 일당이 노인들을 괴롭히는 장면은 음악과 함께 뮤직비디오처럼 연출되어 수축한 극을 이완시켜준다. 만화처럼 과장된 장면(또는 인물)과 잔혹한 묘사를 오가는 연출도 마찬가지다.
<몬몬몬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몬몬몬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주)더쿱


<몬몬몬 몬스터>는 공포 영화답게 충격적인 살육 장면들이 담겨 있다. 여러 장면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건 버스에서 벌어지는 살육이다. 마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이 장면은 '마이 웨이'를 배경 음악으로 펼쳐지며 오싹함을 전한다. 국내 수입사가 관람 등급을 낮추기 위해 대만 상영 버전인 113분에서 3분을 덜어낸 110분으로 심의를 받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에서 괴물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런하오 일당이 맞닥뜨린 괴물은 외모에서 괴물 형상을 띈다. 린슈웨이는 학급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며 괴물 취급을 당한다. 런하오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괴물로 여겨진다. 런하오와 린슈웨이 등이 괴물에게 가한 폭력은 학교와 사회를 향한 분노에 가깝다.

영화의 후반부엔 린슈웨이, 런하오, 언니 괴물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이것은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제목 <몬몬몬 몬스터>의 '몬몬몬'의 의미가 된다. 학교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살인을 목격한 관객은 누가 진짜 괴물인지 몰라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들도 괴물이며 그들이 모인 우리도 괴물이기 때문이다.

<몬몬몬 몬스터>는 장르의 관습을 벗어났기에 낯설게 느낄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락적인 재미, 장르적 쾌감,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고루 갖춘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몬몬몬 몬스터>는 청춘 영화, 그리고 공포 영화를 향한 놀라운 선언이다.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제36회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은까마귀상, 제54회 금마장영화제 음향 효과상 수상작.

구파도 등육개 채범희 진패기 유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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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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