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아르테미스> 영화 포스터

▲ <호텔 아르테미스> 영화 포스터 ⓒ 판씨네마(주)


무면허 의사 진 토마스(조디 포스터 분)는 간호사 에베레스트(데이브 바티스타 분)의 도움을 받아 LA에서 범죄자 전용 비밀 병원인 '호텔 아르테미스'를 22년째 운영 중이다. 물 공급을 둘러싸고 도시 전역에서 대규모 폭동이 벌어진 어느 수요일 밤. 은행 강도 와이키키(스털링 K.브라운 분)가 총상을 입은 동생 호놀룰루(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분)를 데리고 호텔 아르테미스에 오게 된다.

킬러 니스(소피아 부텔라 분)와 무기상 아카풀코(찰리 데이 분)가 머물던 호텔 아르테미스에 와이키키-호놀룰루 형제가 오면서 긴장감이 흐른다. 여기에 다친 마피아 보스 울프킹(제프 골드브럼 분)과 아들 크로스비(재커리 퀸토 분)까지 오며 엄격한 규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하던 호텔 아르테미스의 질서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존 윅>에 나오는 호텔과 설정 유사하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의 호텔은 '오직 범죄자만이 출입할 수 있는 비밀 병원'과 '살인 금지, 무기 금지, 욕설 금지 등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설정을 내세운다. 이것을 보고 많은 이가 <존 윅>을 떠올릴 것이다. <존 윅>에 나오는 콘티넨탈 호텔 역시 시설 내부의 살인을 금지하는 규칙을 내세운 바 있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존 윅>에서 만났던 킬러 전용 호텔인 '콘티넨탈 호텔'과 닮았다. 마치 콘티넨탈 호텔의 병원 버전 같다고 할까. <존 윅>의 스핀 오프 내지 유니버스에 속한 느낌이다. 하지만 <호텔 아르테미스>는 <존 윅>과 아무 상관이 없다.

<호텔 아르테미스> 영화의 한 장면

▲ <호텔 아르테미스>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호텔 아르테미스>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과 <아이언맨 3>의 각본을 쓴 드류 피어스가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았다. <호텔 아르테미스> 각본은 2016년 블랙리스트(해당 연도에 발표되었지만,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 중 호평을 받은 작품 리스트)에 올라 일찌감치 제작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드류 피어스 감독은 "근미래를 다룬 최고의 범죄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복합적인 색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근미래'와 '복합적인 색채'는 <호텔 아르테미스>가 <존 윅>과 다른 키워드가 된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2028년 LA를 무대로 삼고 있다. 물을 독점한 기업에 맞서 시민들은 "물을 공급하라"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인다. 이것은 현재 미국의 공기업, 의료 민영화 등 정책을 비판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디스토피아 세계의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 아르테미스는 안전한 공간을 보장한다. 이곳이 제공하는 안전도 돈(회비)를 내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 돈만 낸다면 인종과 성별은 상관하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 속 장면은 근미래에 만날 풍경인 셈이다.

<존 윅>이 오우삼과 주윤발로 대표되는 홍콩 누아르에 뿌리를 둔다면 <호텔 아르테미스>는 SF 누아르를 바탕으로 삼는다. <블레이드 러너>가 보여준 네온 컬러는 <올드보이><신세계><아가씨><스토커><그것>을 찍었던 정정훈 촬영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허름하고 어두운 호텔 아르테미스와 주위 풍경에 근사하게 덧칠된다. SF와 누아르에 멜로, 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 요소가 더해지며 영화는 복합적인 색채를 드러난다.

리메이크·슈퍼 히어로에 치중된 할리우드서 '돋보이는 시도'

<호텔 아르테미스> 영화의 한 장면

▲ <호텔 아르테미스>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호텔 아르테미스>는 <피고인>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디 포스터가 <엘리시움>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이다. 22년 전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캐릭터 진을 조디 포스터는 특수 분장과 인물 해석으로 멋지게 보여준다. 진의 카세트에서 흐르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앨리스 와인버그의 '시티 오브 엔젤' 등 196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사운드의 플레이리스트는 인물과 서사를 풍성히 꾸며준다.

데이브 바티스타, 소피아 부텔라, 스털링 K.브라운, 찰리 데이, 재커리 퀸토는 엄청난 연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영화가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소화한다. 특히 제프 골드브럼은 짧은 시간에서도 양면성의 매력을 훌륭하게 발산한다. 다양한 앙상블에서도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배우 조디 포스터와 아직은 프로레슬러의 잔상이 남은 배우 데이스 바티스타가 만드는 독특한 케미스트리가 제일 흥미롭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존 윅>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독창성과 액션은 <존 윅>에 미치질 않는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로보캅>만큼 다루질 못 한다. <존 윅>의 여성 버전과 다름없었던 <아토믹 블론드>처럼 강한 아드레날린도 없다. 그러나 다양성을 위한 시도에서는 돋보인다.

최근 할리우드는 리메이크, 프랜차이즈, 슈퍼 히어로에 치중된 상황이다. 스튜디오는 대형 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작은 규모(<호텔 아르테미스>의 예산은 1천 5백만 달러로 알려졌다)로 만들어진 <호텔 아르테미스>는 <존 윅> <아토믹 블론드>에 이어 존 카펜터와 월터 힐로 대표되던 아이디어와 개성이 빛나던 'B무비의 재미'를 끄집어냈다. 이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할리우드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조디 포스터 데이브 바티스타 소피아 부텔라 정정훈 드류 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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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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