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는 예상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는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노리는 LA 다저스, 그리고 포스트시즌만 나가면 무서워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력 보강이 확실해지며 다크호스로 꼽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등 강팀들이 몰려 있었기에 콜로라도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다소 무리로 보였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대반전을 일으켰다. 5할 승률도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뒤엎고 87승 75패 0.539의 승률을 기록하며 지구 3위로 와일드카드 경쟁 막차를 탔다.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에서도 같은 지구의 애리조나와 끝까지 알 수 없는 승부를 펼치며 명승부를 연출했고, 아쉽게 디비전시리즈 무대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콜로라도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단연 타선이었다. 중견수 찰리 블랙몬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리그 최고의 1번 타자로 거듭났고, 중심 타선을 이끌던 3루수 놀란 아레나도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리고, DJ 르메휴, 트레버 스토리 등의 활약도 예전보다 좋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적 비결을 꼽자면 안정적인 마무리였다. 콜로라도는 2016 시즌을 통으로 날렸던 전 캔자스시티의 마무리 그렉 홀랜드를 데려오는 승부수를 띄웠다. 홀랜드 영입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지만, 홀랜드는 쿠어스필드라는 타자 친화적 구장에서 3승 6패 3.61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나름 선전했다.

특히 7월까지 홀랜드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손꼽히는 LA 다저스의 켈리 잰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적을 거두었다. 7월까지 홀랜드는 1.64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캔자스시티 시절 끝판왕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이 많았다. 비록 8월 들어 갑작스럽게 방어율이 13.50으로 치솟았고, 4패를 기록했지만, 9월에 다시 1.86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홀랜드는 콜로라도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웨이드 데이비스가 콜로라도로 오기까지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 진출이라는 희망을 맛봤던 콜로라도는 올 시즌 더 강해지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 시즌 불펜 야구로 성공을 거뒀던 LA 다저스를 본보기로 삼아 콜로라도는 3년 2700만 달러에 브라이언 쇼, 또 같은 계약기간과 연봉으로 제이크 맥기를 데려오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마지막 방점을 찍기 위해 홀랜드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시카고 컵스에서 마무리 역할을 했던 웨이드 데이비스를 3년 5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거액을 주고 데려오며 그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2009년 템파베이에서 데뷔한 웨이드 데이비스는 데뷔 초반에는 선발 투수로 뛰었다. 템파베이 2,3년차 시즌 그는 10승 이상씩을 기록하며 템파베이 마운드의 주축으로 자리 잡나 했지만, 완벽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12 시즌 불펜 투수로 보직을 변경하여 3승 무패 2.43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핵심 불펜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캔자스시티로 팀을 옮긴 데이비스는 2013시즌 다시 선발로 보직을 옮겼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고, 2014 시즌 들어서는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다. 그때부터 웨이드 데이비스의 전성시대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4 시즌 데이비스는 캔자스시티에서 켈빈 에레라, 그랙 홀랜드와 함께 막강 불펜 트리오를 결성했다. 그중 데이비스는 에레라와 홀랜드의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역할을 맡아 8회에 등장하여 맹위를 떨쳤다. 이전에 구사하던 체인지업을 없앤 데이비스는 자신의 강점인 포심 패스트볼 비율을 43%에서 58%까지 늘리게 된다.

그리고 불펜 투수로 출전하기에 예전보다 전력투구 할 수 있게 된 데이비스는 한순간에 힘을 쓰며 구속을 완전히 끌어올렸다. 선발 투수로 뛸 때는 구속이 92.9마일에 불과했으나, 불펜 투수로 뛰자 그의 구속은 평균 96.3마일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포심 패스트볼이 안 될 때는 커터를 통해 상대 타자를 요리하며 상대팀에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결과적으로 데이비스의 불펜 전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즌 9승 2패 1.00의 방어율을 기록한 데이비스는 팀을 정규리그 우승 직전까지 끌고 갔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더한 위용을 떨치며 팀을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캔자스시티는 데이비스의 활약에 힘입어 7차전 접전 끝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패하며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데이비스는 그해 사이영상 투표 8위에 오르며 불펜 투수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르게 된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데이비스는 2015 시즌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불펜진의 끝판왕이었다. 평균 구속을 이전 시즌보다 더 끌어올린 데이비스는 정규 시즌에서 8승 1패 0.94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미스터 제로'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고, 팀은 오랜만에 압도적인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후 데이비스는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쉽시리즈에서도 활약을 이어간 데이비스는 캔자스시티를 또 한 번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려놨고, 지난 시즌과는 달리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갔던 그는 세이브왕, 홀드왕 같은 타이틀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 무대에 나섰고, 사이영상 6위, MVP 투표 28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완전히 인정받게 되었다.

2016 시즌 2승 1패 27세이브 1.87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나름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던 데이비스는 2017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정들었던 아메리칸리그 무대에서 떠나 내셔널리그 최강 팀 시카고 컵스로 둥지를 옮긴 것이다. 시카고 컵스는 이전 시즌 월드 시리즈 챔피언이었고, 이러한 우승을 이끌었던 채프먼을 대신해 데이비스를 대체자로 낙점하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시카고 컵스로 팀을 옮긴 데이비스는 시즌 초반 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5월 17일 경기까지 18경기에 등판하여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채프먼의 공백을 완전히 메웠다. 이후에도 1번씩 흔들리긴 했지만, 데이비스의 입지는 굳건했고, 4승 2패 2.30 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첫 번째 정규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데이비스는 흔들렸다. 2014 시즌 14.1이닝 1실점 2015 시즌 9경기에 출전하여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며 포스트시즌만 되면 더 강해졌던 캔자스시티 시절의 데이비스와는 달리 컵스에서는 5경기 6.1이닝을 소화하며 3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LA 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팀이 초반부터 끌려감에 따라 아예 보여줄 기회 자체가 적었다.

결국 데이비스와 컵스의 도전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마무리되었고, 그들의 동행도 거기까지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데이비스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콜로라도를 선택했다. 콜로라도에서 시즌 초반 흔들렸지만, 점차 안정감을 찾은 데이비스는 5월까지 2.35의 방어율에 18세이브를 수확하며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팀의 홈구장이 쿠어스필드라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선전하는 모습이었다.

옥타비노와 함께 콜로라도 불펜진을 이끌었던 5월과 달리 6월 들어 데이비스는 점차 더위를 먹고 있다. 6월 들어 6경기에 등판한 데이비스는 2패를 수확했고, 3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경기에서는 3실점 이상의 대량 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방어율은 4.55까지 수직 상승했고, 완전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난관 해결하고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 수 있을까

이번 시즌 들어 데이비스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완전히 떨어지며 위용을 잃은 모습이다. 전성기 시절 97마일을 육박했던 패스트볼은 어느새 93.7마일까지 떨어졌다. 부족한 패스트볼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시즌부터 커터의 사용 비중을 31%까지 끌어올렸지만, 지난 시즌과 달리 커터의 피안타율이 상승한 모습이다.

데이비스가 흔들림에 따라 콜로라도도 흔들리고 있다. 콜로라도는 한때 애리조나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에도 올랐으나, 18일(월) 현재까지 34승 36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도 넘지 못했다. 선두 애리조나와는 어느새 5경기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콜로라도는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해 데이비스를 위해 52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였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생각보다 부진한 모습이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6월 가장 흔들렸던 데이비스이기에 이번 시즌에도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계속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 콜로라도 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과연 데이비스가 이러한 난관을 해결하고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며 성공적인 FA 계약으로 마무리할지, 아니면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며 FA 실패작으로 남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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