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1타점 적시타 5월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8회말 무사 1루 kt 대타 이진영이 1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2018.5.10

▲ 이진영, 1타점 적시타 5월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8회말 무사 1루 kt 대타 이진영이 1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2018.5.10 ⓒ 연합뉴스


kt가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NC의 6연승을 저지하며 7연패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7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5-4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9일 넥센 히어로즈전 승리 후 내리 6연패에 빠지며 NC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던 kt는 한 주를 마무리하는 날 6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한숨을 돌렸다(28승 42패).

8회 4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재윤이 0.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챙겼고 9회를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잠수함 루키' 신병률은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멜 로하스 주니어가 3안타, 장성우가 3점 홈런을 터트렸지만 이날 kt의 진짜 영웅은 따로 있었다. 9회 대타로 출전해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린 팀 내 최고령 타자 이진영이었다.

인천과 서울 넘나들며 3할 타율을 보장하던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현역 선수 중 '비운의 제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 유니폼을 입었던 유일한 선수다. 군산상고 시절부터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보이던 이진영은 1999년 쌍방울에 입단해 1년을 보낸 후 2000년부터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활약했다. 2002년 타율 .308 13홈런 40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킨 이진영은 2003년 타율 5위(.328), 2004년 타율 2위(.342)에 오르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이진영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역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었다. 이진영은 일본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그림 같은 슈퍼 캐치로 한국을 위기에서 구했고 야구팬들로부터 '국민 우익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큐지(한신 타이거즈)로부터 동점 적시타를 때린 선수도 바로 이진영이다.

이진영은 2007년과 2008년 잔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각각 .350과 .315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SK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200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이진영은 동갑내기 정성훈(KIA 타이거즈)과 함께 LG로 이적했다. LG에서도 이진영의 뛰어난 기량은 여전했다. 이진영은 계약 기간 4년 동안 3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하며 FA 선수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2012시즌이 끝나고 4년 34억 원에 LG와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한 이진영은 2013년 타율 .329 3홈런 62타점의 성적으로 LG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이진영은 2014년에도 .325의 타율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2015년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타율 .256로 부진했다. 이에 LG에서는 '세대교체'를 이유로 이진영을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이진영은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두 번이나 FA계약을 맺으며 7년 동안 활약한 이진영이 정든 LG를 떠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17년 동안 10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한 이진영의 '실력'은 팀을 옮긴다고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다. 이진영은 이적 첫 시즌 kt에서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32 10홈런7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진영이 한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것은 LG 이적 첫 해였던 2009년(14개) 이후 7년 만이었다.

39세 베테랑, 그러나 여전히 제몫 해내는 이진영

2016 시즌이 끝나고 세 번째 FA자격을 얻은 이진영은 2년 15억 원에 kt와 FA계약을 체결했다. 이진영은 주전 우익수 자리를 유한준에게 내주고 주로 백업이나 지명타자, 대타요원으로 활약했다. 작년 시즌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289 2홈런 31타점을 기록한 이진영은 6월1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통산 2000경기 출전과 2000안타 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2000경기, 2000안타는 박한이(삼성)와 박용택(LG)보다 빠른 KBO리그 통산 5번째 기록이었다.

이진영은 올 시즌 kt의 타선에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한국 나이로 39세가 되면서 풀타임 외야수를 소화할 만한 체력은 되지 못하고 지명타자 자리에는 작년 3할 20홈런 100타점 시즌을 보낸 윤석민을 포함해 강백호, 오태곤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타율 .571(7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클래스를 과시한 이진영은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사실 이진영은 실제로 올 시즌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준 채 백업 및 대타요원으로 나서고 있다. kt가 치른 70경기 중 50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석 수는 109번에 불과하고 선발 출전 경기도 23번(우익수13, 지명타자10)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진영은 올 시즌 50경기에서 타율 .317 2홈런 20타점 득점권타율 .324 대타타율 .333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한정된 기회에서도 팀의 고참 선수로서 언제나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팀이 6연패이 수렁에 빠진 17일 NC전에서도 이진영은 여느 때처럼 벤치에서 시작했다. 8회초 로하스의 적시타로 4-3으로 앞선 kt는 8회말 자비어 스크럭스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김진욱 감독은 9회 박기혁의 타석에서 이진영을 대타로 투입했고 이진영은 NC 3번째 투수 배재환의 3구째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대타 결승 홈런을 터트렸다. 그야말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진영은 SK 시절 후배 박재상(SK 주루코치)과 대화를 나누며 "야구는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해"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진영의 이 말은 소위 '야잘잘'이라는 야구계 유행어로 자리 잡았으며 스타 선수들이 이름값을 할 때마다 자주 등장하곤 한다. 어쩌면 야구 선수로는 전성기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전혀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진영이야 말로 '야잘잘'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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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이진영 야잘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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