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셰프 러시아가 2018 월드컵 개막전에서 체리셰프의 멀티골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대파했다.

▲ 체리셰프 러시아가 2018 월드컵 개막전에서 체리셰프의 멀티골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대파했다. ⓒ 피파홈페이지


개최국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을 대승으로 장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러시아는 15일(한국시각) 오전 0시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하며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스리백 대신 포백, 러시아에 맞는 옷이었다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 참가하지 않는 러시아는 수 차례 평가전을 통해 전력 강화에 힘썼다. 체르니소프 감독은 플랜 A로 스리백을 준비했다. 3-5-2와 3-4-2-1을 가동했지만 기대만큼 강인한 수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전 센터백 바신, 지키아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새로운 플랜 B가 필요했다.

러시아는 터키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포백을 실험한 바 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전술이었지만 체르체소프 감독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재차 백전노장 이그나세비치를 중심으로 하는 포백을 가동했다.

페르난데스, 쿠테포프, 이그나세비치, 지르코프로 구성된 포백이 후방을 받치고, 앞 선에 4명의 미드필더가 포진했다. 러시아의 두 줄 수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일사분란한 움직임은 스리백보다 훨씬 안정감을 보였다.

러시아vs사우디 러시아가 포백 전술을 가동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완승을 거뒀다.

▲ 러시아vs사우디 러시아가 포백 전술을 가동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완승을 거뒀다. ⓒ 피파홈페이지


러시아, 기동성-압박-피지컬 등 확연한 우세

러시아는 경기 초반부터 빠르고 역동적인 압박을 가했다. 90분 내내 기동성과 피지컬의 우위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력화시켰다.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선제골이었다. 러시아는 전반 12분 가진스키의 프리 헤더골을 기점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왼쪽 윙어로 활약했던 골로빈은 전반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한 뒤 두드러진 활약을 선보였다. 골로빈은 수비시 최전방 공격수 스몰로프와 더불어 전방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2명의 센터백 오마르 하우사위, 오사마 하우사위를 강하게 압박하며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유의 세밀한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했고, 잦은 실수를 범했다. 러시아는 두 줄 수비를 통해 공간을 최소화시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1, 2선 공격수들을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체르체소프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

전반 22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자고에프의 교체 아웃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체르체소프 감독의 적절한 대처가 빛났다. 체리셰프를 투입해 왼쪽으로 포진시키고, 골로빈을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시켰다. 골로빈은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연계 플레이로 존재감을 뿜어냈고, 체리셰프는 전반 43분 침착한 퍼스트 터치 이후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리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좌절시켰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후반 19분 중앙 미드필더 쿠자에프를 투입하고, 조브닌을 오른쪽 윙어로 이동시켰다. 체력과 기동성을 보강한 대응 전략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비형 미드필더 오타이프 대신 공격수 알무왈라드를 투입하며 공격으로 무게중심을 높였지만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유리 가진스키가 선제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러시아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유리 가진스키가 선제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소 부진한 주전 공격수 스몰로프 대신 교체 투입된 주바는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골로빈의 크로스를 주바가 헤더골로 마무리지으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체르체소프 감독의 용병술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주바의 패스를 받은 체리셰프가 환상적인 왼발슛으로 네 번째 골을 추가했다. 교체로 들어온 주바는 1골 1도움, 체리셰프는 2골을 터뜨리며 사우디아라비아를 격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계 드러낸 사우디아라비아, 또 '승점 자판기' 전락하나

사우디아라비아는 2006년 이후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진출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비록 감독 교체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후안 안토니오 피치 감독 체제 이후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었다. 특히 독일과의 최종 평가전에서 1-2로 석패하는 등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력이 러시아와의 개막전에서 이어질 것이란 희망은 절망으로 뒤바꼈다.

공수에서 모두 엇박자였다. 중원에서는 러시아의 압박에 완전히 밀렸고, 패스 미스가 속출했다. 무엇보다 피지컬에서의 한계가 드러났다. 몸싸움에서 이기질 못한 탓에 공을 소유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렇다고 특유의 테크닉과 패싱 플레이를 선보이지도 못했다. 러시아의 압박이 좁은 지역으로 밀집될 때 반대편으로 전환하는 패스를 시도하지 못하면서 백패스를 남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90분 내내 졸전을 펼친 끝에 0-5로 무릎을 꿇었다.

추가골 넣는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가 사우디 수비를 뚫고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추가골 넣는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 경기. 전반전 러시아 데니스 체리세프가 사우디 수비를 뚫고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월드컵에 참가할 때마다 대패를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프랑스에 0-4로 무너졌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도 독일를 상대로 0-8로 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4년 뒤 첫 출전한 우크라이나에 0-4로 덜미를 잡혔으며, 이번 대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언제나 피지컬이 좋은 유럽팀에게 '승점 자판기'로 전락하고 있다. 최악의 스타트를 끊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루과이, 이집트전에서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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