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의 방출 소식을 전하는 크리스탈 팰리스

이청용의 방출 소식을 전하는 크리스탈 팰리스 ⓒ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 홈페이지


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이청용(30)이 소속팀에서도 쫓겨났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크리스탈 팰리스는 9일(한국 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청용을 포함한 3명의 선수(다미엔 델라니·디에고 카발리에리)가 계약만료로 팀을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우리 구단과 함께 하는 동안 노력한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전력 외 멤버' 이청용의 방출 소식은 당초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가 지난 2017~2018 시즌 '수정궁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은 292분(9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풀타임(90분)으로 환산했을 때 1시즌에 4경기도 제대로 나서지 못한 셈이다.

로이 호지슨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던 이청용은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 2부 리그 볼턴 원더러스의 임대 이적 제안을 받고, 계약 성사 단계까지 갔으나 막판 호지슨 감독의 반대로 계약이 무산되는 불운을 맛봐야 했다.

호지슨 감독은 팀 내 주전 선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이탈로 이청용의 이적을 반대했다. 물론 호지슨 감독은 주축선수가 빠진 가운데에서도 이청용을 외면하며 국내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물론 팬들의 원성은 '이청용이 볼턴으로 갔다면 재기에 성공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와 맞물렸다.    

이청용의 지난 3년간의 '수정궁 생활'은 '용두사미' 그 자체였다. 2015년 2월 볼턴을 떠나 크리스탈 팰리스에 입성, 3년 만에 EPL 무대 복귀를 알리며 화려한 재기를 꿈꿨지만, 수정궁 입성 후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출전기회를 좀체 얻지 못했다. 이청용이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4시즌 동안 기록한 골은 '1'(36경기 출전)에 불과하다.

클럽에서의 부진은 국가대표팀 에서도 이어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2014~2017) 시절 월드컵 예선전에 간간히 출전했지만 뚜렷한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권창훈(디종), 이재성(전북) 등 신예들의 화려한 등장에 밀려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지난 5월 14일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이청용을 월드컵 예비 명단에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청용의 모습은 '단짝' 기성용과 대조를 이뤄 더욱 아쉬움을 더한다. 2000년대 후반 한국축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불렸던 그들은 2010년대부턴 극명히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기성용이 스완지 시티(2012~2018)에서 팬이 뽑은 클럽 올해의 선수 선정(2015), EPL 최다 경기 출전 기록(2018)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이청용은 소속팀에서 벤치 신세로 전락하며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서 '키맨'으로 평가받는 기성용과 월드컵 최종명단(23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청용의 모습은 그들의 명암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이제 이청용은 무적신세가 됐다. 그간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무대에 미련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유럽 클럽팀 이적을 노려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에버튼(잉글랜드), AC밀란(이탈리아) 등 유수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기성용처럼 만족스러운 조건을 갖춘 팀으로의 이적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청용에겐 여러모로 씁쓸한 2018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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