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가 풀세트 접전 끝에 '숙적' 일본에게 패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2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2-3(29-27, 19-25, 25-16, 26-28, 12-15)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2주차까지 6경기에서 6전 전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은 문성민과 전광인(이상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정지석(대한항공 점보스)로 이어진 삼각편대가 57득점을 합작하며 선전했고 블로킹에서도 8-4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일본의 센터 리 하쿠에게 무려 5개의 서브득점을 헌납하며 리시브가 흔들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한국은 오는 9일부터 프랑스로 자리를 옮겨 프랑스, 세르비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3주차 일정을 치를 예정이다.

 한국은 일본전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대회 개막 후 처음으로 두 세트를 따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일본전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대회 개막 후 처음으로 두 세트를 따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 국제배구연맹



5경기서 한 세트도 따지 못한 최악의 상황에서 '숙적' 일본과 맞대결

한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16개국 가운데 세계 랭킹(21위)이 가장 낮다. 여기에 1주차엔 유럽의 폴란드, 2주차엔 남미의 브라질로 떠나야 했던 일정도 상당히 험난했다. 심지어 V리그 MVP 신영석(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이 무릎수술을 받으며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해 가뜩이나 약했던 센터진이 더욱 허약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불리했다고 해도 전 경기 0-3 패배는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일전은 전력 차에 상관없이 언제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계랭킹 12위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1주차 시리즈에서 호주와 이란을 잡았다. 2주차 첫 경기에서도 한국이 0-3으로 패했던 미국과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선전했다. 특히 2000년생의 유망주 니시다 유지는 186cm의 작은 신장에도 5경기에서 67득점을 기록하며 일본의 주공격수 맹활약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나은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김규민(대한항공)과 김재휘(현대캐피탈)를 중앙에 세우고 정지석, 전광인, 문성민을 양 날개에 배치했다. 한국은 1세트에서 신체조건이 비슷한 일본과 점수를 주고 받으며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한국은 번번이 서브범실이 나오며 앞서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지만 듀스 상황에서 문성민의 후위 공격과 정지석의 쳐내기 공격으로 29-27로 대회 개막 후 6경기 만에 처음으로 세트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2세트에서도 정지석과 문성민의 공격을 앞세워 일본과 사이 좋게 점수를 주고 받다가 일본의 니시다에게 연속 공격과 서브득점을 허용하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일본의 세터가 좌우와 중앙을 골고루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간 반면에 한국의 이민규세터(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리시브가 길 때만 억지로(?) 속공토스를 올리며 일본 수비에게 길을 읽혔다. 결국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흔들린 한국은 6점 차이로 2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며 선전했지만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집중력

한국은 3세트에서 박상하(삼성화재 블루팡스)를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꿨고 블로킹과 수비집중력이 살아나며 세트 중반까지 리드를 잡아갔다. 한국은 전광인의 서브득점과 이민규의 블로킹으로 완벽히 흐름을 가져왔고 일본은 1,2세트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던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한국은 세트 후반 곽승석(대한항공)의 블로킹과 문성민의 직선공격으로 9점 차이로 3세트를 가져오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3세트 대승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4세트 초반 일본에게 3연속 서브에이스를 내주며 고전했지만 문성민의 라이트 공격과 박상하의 속공, 정지석의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세트에 몰려 조급해진 일본은 실책이 늘어났고 한국은 이 기회를 틈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나갔다. 하지만 한국은 세트 후반 일본에게 추격을 허용했고 듀스 상황에서 김규민의 두 차례 속공이 범실로 연결되고 일본 수비에게 잡히면서 4세트를 빼앗겼다.

마지막 세트인 만큼 5세트에서 신중한 경기운영을 펼친 한국은 정지석의 공격과 김규민의 블로킹을 앞세워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한국은 코트가 바뀐 후 일본의 후쿠자와 타츠야에게 3연속 실점을 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수비 집중력까지 흔들리며 일본에게 승기를 빼앗겼다. 한국은 12-14 상황에서 정지석의 공격이 블로킹에 걸리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개막 후 일본전에서 가장 좋은 경기를 펼쳤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세트를 가져오지 못했던 한국이 한 경기에서 두 세트나 승리했으니 대단히 선전을 했다고 평가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같은 아시아 대륙의 일본이었고 한국이 두 세트를 먼저 따냈으며 4세트에서는 매치포인트 상황까지 있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기엔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는 한일전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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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2018 FIVB VNL 김호철호 문성민 전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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