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여자배구가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각) 네덜란드 아펠도른에서 열린 2018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2번째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세트스코어 0-3(18-25, 10-25, 12-25)으로 완패했다. 네덜란드 원정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한국은 4연승 후 3연패로 4승4패가 됐다.

2세트 초반부터 주전들을 대거 제외한 채 경기를 치른 한국은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7득점, 박은진(선명여고)이 블로킹2개를 포함해 4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블로킹에서 5-8로 비교적 선전했지만 서브득점에서 3-13으로 크게 뒤지며 치명적인 리시브 불안을 드러냈다. 한국은 31일 오후 11시 30분 폴란드를 상대로 3주차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여자배구의 미래 책임져야 할 어린 선수들의 혹독한 성인무대 신고식

 브라질전에 비해 자신감이 부쩍 떨어진 한국은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브라질전에 비해 자신감이 부쩍 떨어진 한국은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 국제배구연맹


졌지만 잘 싸웠다. 흔하지만 이 한 마디가 잘 어울리는 브라질전이었다. 주전 3명이 빠진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땄던 브라질을 상대로 한 세트를 빼앗으며 선전했다. 첫 두 세트에서는 우왕좌왕하며 자멸했지만 3세트부터는 한국 여자배구 특유의 수비 조직력과 과감한 공격이 살아나며 브라질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차해원 감독이 추구하는 '한국형 스피드배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미국에게만 한 차례 패했을 뿐 태국, 아르헨티나, 러시아, 벨기에, 일본, 폴란드를 차례로 꺾고 6승1패의 호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 일본 같은 팀을 상대로 무실세트 승리를 거뒀을 정도로 이번대회 경기력이 좋다. 네덜란드는 평균신장이 186cm에 달할 정도로 높이가 좋은 팀인데 한국은 대표팀의 두 장신 김연경(엑자시바시)과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3주차에 동행하지 않아 실제 신장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한국은 나현정 리베로(GS칼텍스 KIXX)가 선발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브라질전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한국은 경기 세트 중반까지 이다영 세터(현대건설)의 과감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네덜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세트 중반 이후 네덜란드의 높이를 앞세운 공격에 고전했고 강소휘(GS칼텍스)에게 집중된 서브리시브마저 급격히 흔들리면서 첫 세트를 7점 차이로 내줬다.

한국은 2세트 초반 강소휘 대신 김주향(현대건설)을 투입했지만 네덜란드는 교체된 김주향에게도 집요한 목적타 서브를 넣었다(사실 김주향도 전문 윙스파이커 자원은 아니다). 차해원 감독은 유서연, 정선아(이상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나현수(대전 용산고) 등 어린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지만 이들의 구력으로는 네덜란드의 높이를 상대하기 벅찼다. 결국 한국은 2세트에서만 네덜란드에게 6개의 서브득점을 허용하며 2세트를 10-25로 패했다.

한국은 3세트에서도 박정아(도로공사),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을 제외한 채 경기를 치렀다. 차해원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패기를 가지고 네덜란드에게 맞서주길 기대했지만 한국은 잔뜩 주눅이 든 채 자신 있는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세트 후반 이나연 세터(GS칼텍스)의 서브득점과 나현수, 박은진의 블로킹 등으로 뒤늦은 추격을 했지만 13점 차이로 3세트를 내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주전 3명이 빠진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네덜란드에게 크게 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1세트 중반 이후 서브리시브가 무너진 시점부터 네덜란드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유럽팀들이 경계하는 한국 특유의 조직적인 배구를 살려보려 해도 가장 기본적인 서브리시브조차 되지 못하니 모든 작전이 무용지물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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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18 FIVB VNL 차해원호 박은진 나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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