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스티븐스 전 패배 이후 최두호의 입지는 부쩍 좁아졌다.

제레미 스티븐스 전 패배 이후 최두호의 입지는 부쩍 좁아졌다. ⓒ UFC 아시아 제공


올해 1월 초까지만 해도 UFC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파이터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끈 선수는 단연 '슈퍼보이' 최두호(27·부산팀매드)였다. 꾸준한 전적을 자랑하는 안정적 그래플러 '스턴건' 김동현(37·팀 매드), 챔피언 타이틀전 커리어에 빛나는 임팩트의 '코리안좀비' 정찬성(31·코리안좀비 MMA) 등이 길을 잘 닦아놓은 가운데 젊고 거침없는 최두호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파이팅 스타일 역시 최두호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니아들 같은 경우 성향이 제각각이겠으나 일반 팬들이 선호하는 그림은 대부분 타격에 의한 넉아웃이다.

그런 점에서 카운터 펀치를 주 무기로 하는 최두호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다. 강력한 한방으로 넉 아웃을 만들어낸 후 쓰러진 상대 옆에 우뚝 서서 '별일 아니다'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짓는 특유의 승리 세리머니는 해외 팬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겼다. KO 파워가 좋을 것 같지 않은 외모의 동양인 파이터가 연일 넉아웃 행진을 벌였던지라 자연스레 흥미가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현장에서 따로 최두호를 불러 얘기를 나눈 것을 비롯 자신의 SNS에 소개 영상을 링크하는 등 남다른 관심을 표한 바 있다.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UFC 측에서 최두호 정도의 캐릭터라면 좋은 상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당시 최두호는 상위권 문지기로 불리던 컵 스완슨(34·미국)에게 발목을 잡히며 연승행진이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관계자와 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졌지만 5라운드까지 투지를 보이며 잘 치러냈던지라 외려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두호 또한 "지는 기분이 이런 것이군요. 두 번 다시 지지 않겠습니다"라는 당돌한 발언을 내뱉으며 전혀 기가 죽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랭커들의 높은 벽... 연패에 무너진 슈퍼보이

지난 1월 15일(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스콧트레이드 센터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124' 메인이벤트는 최두호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했다. 스완슨 전 패배로 기대치가 살짝 꺾인 상황에서 향후 행보를 가늠할 승부였기 때문이다. 당시 랭킹 9위였던 제레미 스티븐스(32·미국)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그를 바라보는 주최 측의 시선이 달라질 것은 분명했다.

현재의 페더급은 1991년생 전성시대다. 현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7·미국)를 필두로 브라이언 오르테가(27·미국)가 넘버1 도전자 자리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며 자빗 마고메도샤리포프(27·러시아)는 차세대 괴물로 꼽히고 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야이르 로드리게스(26·멕시코), 머사드 벡틱(27·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등은 조금 주춤한 상황이다. 91년생 상위그룹에 속하느냐 아니면 밑으로 처지느냐는 스티븐스 전에 달려있었다.

 최두호가 들고나온 '박자 쪼개기'는 스티븐스에게 무용지물이었다.

최두호가 들고나온 '박자 쪼개기'는 스티븐스에게 무용지물이었다. ⓒ UFC 아시아 제공


당시 경기에서 최두호는 킥 활용을 주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거기에 언론을 통해서도 화제가 된 이른바 '박자 쪼개기'라는 스타일도 관심을 끈 바 있다. 1라운드에서 최두호는 킥 전략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 신장의 우위를 앞세워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로우킥을 차고 미들킥과 앞차기를 섞어주며 스티븐스를 혼란스럽게 했다.

붙었다 싶은 순간에는 클린치 후 니킥 공격을 구사했으며 스티븐스의 신경이 킥에 몰리는 듯하자 펀치로 원투공격을 들어갔다. 거리와 신장차가 있는지라 스티븐스가 자랑하는 낮은 로우킥은 번번이 빗나갔다. 답답해진 스티븐스는 펀치를 휘두르며 압박해왔으나 그럴 때마다 최두호에게 펀치 타이밍에서 밀리며 정타를 허용했다. 킥 공격이 돋보였다는 점만 다를 뿐 여기까지는 지난 스완슨 전과 같았다.

문제는 2라운드였다. 스티븐스는 2라운드 들어 압박의 강도를 끌어올렸다. 최두호에게 잔타격을 허용해도 신경 쓰지 않고 같이 펀치를 휘둘렀다. 그러다보니 뒤로 밀리는 쪽은 최두호가 됐고 1라운드에서 재미를 봤던 거리 조절까지 깨지고 말았다. 기선을 잡은 스티븐스는 앞손 잽을 적중시키고 뒷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기세에서 밀린 최두호는 당황한 기색으로 연신 뒷걸음질 쳤다. 결국 묵직한 펀치 정타에 이은 파운딩 공격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스완슨전에서 노출된 약점이 다시 반복된 것을 비롯 내용은 더 좋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지지 않겠다'는 다짐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역전패는 함서희(31·부산 팀매드), 곽관호(29·코리안 탑팀) 등 다른 UFC 코리안 파이터의 경기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하나의 전략을 들고 나왔다가 금세 상대에게 분석되고 이후 돌격 러시에 박살 나버리는 반복패턴이었다.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현재 최두호의 다음 행보는 짐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스티븐스 전의 충격도 크거니와 본래부터 경기 텀이 긴 스타일이었던지라 다음 경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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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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