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위기 없이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이때보다 훨씬 흐름이 좋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걱정거리가 많았던 팀, 그러나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이다.

두산은 지난 22일까지 24경기를 치르면서 18승 6패 승률 0.750을 기록해 리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2위 SK와는 2경기 차로 격차가 크지 않지만, 3위 KIA와는 5.5경기 차로 간격이 꽤 벌어졌다. 긴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두산이 선두권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제는 1강 굳히기 도전에 들어간다. 두산은 24일부터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SK와의 원정 3연전를 소화하게 된다. 2강 체제 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리즈라고 봐도 무방하다.

탄탄한 야수층, 젊은 투수 대거 등장한 마운드

역투하는 린드블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경기 1회초.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4

▲ 역투하는 린드블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경기 1회초.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4 ⓒ 연합뉴스


두산의 장점은 단연 탄탄한 야수층이다. FA 민병헌의 이적,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모든 야수들이 함께 메워나가고 있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크지 않아 감독 입장에서는 기용폭이 넓고, 주전 야수들에게는 휴식을 취할 기회도 종종 주어진다.

이는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데, 지난 21일 KIA전이 그랬다. 이 날 김태형 감독은 무려 8명의 좌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면서 KBO리그 역대 최다 좌타자 선발 라인업 기록을 세웠다. 상대 선발 임기영이 우투수였기 때문에 경기 개시를 기준으로 봤을 때 유일하게 좌타자가 아니었던 '스위치히터' 국해성까지 사실상 모든 타자들이 좌타자였다.

팀이 6-5로 앞서던 8회말이 압권이었다.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던 박건우, 양의지, 김재호 등 우타자들이 8회에 등장했고, 8회말에만 4득점을 추가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좌타자 일색이었던 라인업을 들고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두산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유를 그대로 증명한 경기였다.

오히려 현재로선 파레디스 없이 라인업을 꾸리는 게 더 나을 정도로 딱히 야수진 걱정이 없다. 외야에서는 조수행과 정진호,  내야에서는 류지혁과 최주환, 김민혁 등 불과 2~3년 전까지 백업 요원에 불과했던 선수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선발로 나서는 야수들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려가 컸던 마운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발진에서는 '외국인 원투펀치' 린드블럼-후랭코프가 벌써 8승을 합작했고, 옆구리 부상으로 잠시 빠진 '5선발' 이용찬도 벌써 3승이나 기록했다. 장원준과 유희관이 주춤하는 와중에도 세 명의 선발 투수는 제 몫을 다했다. 유희관만 잘하면 선발진도 크게 걱정할 게 보이지 않는다.

불펜에서는 젊은 투수들이 대거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현승과 김승회, 김강률 등 기존에 필승조를 담당했던 투수들이 부진과 부상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박치국, 곽빈, 함덕주, 이영하 등이 '형님들'의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선발진에 비해서 안정감이 떨어지고, 재정비가 이뤄져야 할 필요는 있다. 김승회를 시작으로 이탈한 투수들의 복귀가 이어진다는 게 팀으로선 다행일 따름이다.

SK와의 주중 3연전, 독주 체제 만들 수 있는 기회

홈런 친 파레디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두산 파레디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3.25

▲ 홈런 친 파레디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두산 파레디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두산은 24경기에서 18승을 달성해 20승 선착까지 2승만을 남겨뒀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6년보다도 페이스가 좋다. 당시 20승에 선착했던 두산은 끝까지 선두 수성에 성공해 정규시즌을 1위로 끝냈고, 이 때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살리는 게 두산의 목표이다.

무엇보다도 SK와의 주중 3연전의 결과가 중요하다. 시즌 초반인 점을 감안해도 1강 체제 굳히기에 들어간다면 큰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순항할 수 있다. 반대로 SK에게 시리즈를 내줄 경우 선두 수성이 불투명해진다.

SK 타선을 상대할 선발 투수는 이영하, 린드블럼, 장원준이다. 특히 이영하의 등판에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주에는 이용찬의 부재를 유재유, 이영하 두 투수가 메웠고 유재유의 엔트리 말소로 인해 24일에는 이영하의 몫이 커졌다. 문승원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타선의 지원이 그 어느 경기보다도 절실한 때이다.

린드블럼은 개막전 패배 이후 4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최근 4경기에서의 피칭을 보여주면 된다. 지난 20일 KIA전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장원준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도전, '장꾸준'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투구를 보여줄 때가 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치며 3년 연속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고, 비시즌에는 플러스 요인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많았다. 그럼에도 두산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다. 다시 한 번 '왕조'를 꿈꾸는 두산의 독주 체제 굳히기 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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