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 tvN


도시의 소음이 없는 공간에서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다. 나영석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숲속의 작은 집>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숲속의 작은 집>은 시청률 4.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첫 방송부터 나쁘지 않은 성과다. 동시간대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남극>이 10.3%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이 4.3%, KBS 2TV <VJ특공대>가 5.0%를 기록했다(이상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 tvN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숲속의 작은 집>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방송이다. 제작진은 "단순하고 느리지만 나다운 삶에 다가가는 예능"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인이 꿈꾸지만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삶을 연예인이 수행하는 대리만족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피실험자 A, B에겐 공공의 전기, 가스, 난방이 되지 않는 '오프 그리드'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도 다뤘다. ASMR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나 영상을 뜻한다. <숲속의 작은 집>에는 자연의 소리로 가득하다. 이와 함께 출연진(소지섭·박신혜)이 내는 생활소리가 자연과 화음을 이루고 있다.

비싼 아파트보다 '숲속의 작은 집'이 더 탐나는 이유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 tvN


현대인들은 독립된 공간을 갖기 어렵다.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귀가 트이면 작은 소음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안식처가 돼야할 집에서 위축된 자신을 발견한다.

<숲속의 작은 집>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금싸라기 땅의 비싼 아파트보다 층간소음 없는 <숲속의 작은 집>이 더 탐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로지 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며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나 PD는 <숲속의 작은 집> 제작발표회에서 "(현대인들은) 아무도 자신을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숲속의 작은 집>은 나영석 PD가 현대인의 욕망을 정확히 파악한 결과물인 셈이다.

<숲속의 작은 집>과 비슷한 프로그램인 MBN 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도 있다. 개그맨 윤택이 산 속에 위치한 자연인의 집을 방문해 함께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심신을 치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케이블 방송임에도 평균 시청률 5%대를 유지하며 6년째 장수하고 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의 한 장면. ⓒ tvN


도시 생활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숲속의 작은 집> <나는 자연인이다>는 작은 힐링을 선사한다. 누구나 한 번쯤 그려왔던 삶을 엿보게 해준다. 나영석 PD는 그동안 다양한 힐링 예능 선보였다.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윤식당> 등을 통해 인간의 소박한 행복과 보람을 다뤄왔다. 삶의 의미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숲속의 작은 집>에서는 제작진의 개입이 더욱 최소화됐다. 나 PD는 다른 예능에서 간간히 모습을 비췄지만 <숲속의 작은 집>에서는 뒷모습조차 볼 수 없다. 오직 피실험자 A·B(소지섭·박신혜)와 그들을 담는 카메라뿐이다. 제작진은 출연진에게 미션 메시지를 전달, 스토리를 이어간다. 완전히 고립된 곳에서 소지섭은 책을 읽거나 장작을 팬다. 박신혜는 적막함을 즐기며 자신과 대화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한 번쯤은 느리고 둔감한 삶도 살아볼만 하지 않을까. 규격화 된 삶이 행복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층간 소음에 시달리다보니 사람이 싫어졌다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만의 공간이 간절한 현대인들에게 <숲속의 작은 집>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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