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공식 홈페이지를 장식한 '한국축구 캡틴' 기성용의 인터뷰

FIFA 공식 홈페이지를 장식한 '한국축구 캡틴' 기성용의 인터뷰 ⓒ FIFA 공식 홈페이지


월드컵 역사를 돌아봤을 때, 위대한 팀에는 위대한 주장이 존재했다.

보비 무어(1966 잉글랜드)를 비롯해 프란츠 베켄바우어(1974 서독), 디에고 마라도나(1986 아르헨티나), 디디에 데샹(1998 프랑스), 카푸(2002 브라질), 파비오 칸나바로(2006 이탈리아), 이케르 카시야스(2010 스페인), 필립 람(2014 독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각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자국의 세계무대 정상을 이끌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중심엔 '수비의 핵'이자 '냉철했던 주장' 홍명보가 있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꿈을 이뤘을 땐 '두 개의 심장'이자 '성실한 캡틴' 박지성이 존재했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66일 앞두고 있는 현재, 한국 대표팀의 주장은 기성용(29)이다. 185cm, 78kg의 건장한 체격조건과 능수능란한 패스 실력을 더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에서 활약 중인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2010, 2014 월드컵 본선 무대를 경험한 베테랑 미드필더이다.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평가전을 통해 국가대표팀에 데뷔해 현재 A매치 99경기를 소화한 기성용은 이번 월드컵에선 생애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월드컵에 나선다. 올 여름 러시아 땅에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기성용은 월드컵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가 9일(현지 시각) FIFA(국제축구연맹)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이야기를 풀어놨다. 

'캡틴' 기성용에게 어려움은 포기를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게 된 소감을 묻는 FIFA의 질문에 "이미 경험한 두 번의 월드컵과는 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주장은 모범이 되어야 하고, 다른 선수들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압박감이 있고 스트레스도 될 수 있지만, 주장으로 뽑혔다는 사실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월드컵 무대에서 주장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발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리더로서 팀의 결집력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쏟아내야 하는 에너지가 일반 선수들보다 2배는 더 많다.

기성용은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 한 조에 편성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어려운 조(Difficult group)"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기성용에게 '어려움'은 '포기'가 아니었다. 그는 "축구에서, 특히 월드컵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운을 뗀 뒤 "한 조에 편성된 팀들이 우리보다 전력 면에서 낫지만, 그들을 이길 수 있다"라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59위)과 한 조에 편성된 스웨덴(19위)과 멕시코(17위). 독일(1위)은 FIFA랭킹뿐 아니라 선수 개개인 기량, 조직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축구에서 전력이 곧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축구변방' 세네갈이 '아트사커' 프랑스를 격침시켰고, 4년 전 월드컵에선 '별 기대 안 했던' 칠레가 '무적함대' 스페인 무너뜨리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기성용은 스웨덴과의 첫 경기(한국 시각 6월 18일 오후 9시)가 16강 진출 여부를 판가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스웨덴과의 첫 경기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경기"라며 "우리가 스웨덴을 이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라고 말했다.

북유럽의 강호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은 지난해 열린 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전통강호들을 차례로 격침시키며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환상적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스웨덴의 행보는 그리 좋지 않다. 지난 달 열린 A매치 평가전에서 정예멤버를 출동시키고도 수비 불안, 골 결정력 등 적잖은 문제점들을 드러내며 '월드컵 비출전국' 칠레, 루마니아를 상대로 2연패 수모를 당했다. 스웨덴 현지에서는 2년 전 대표팀에서 은퇴한 '축구영웅'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 갤럭시)를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두 달 후 열릴 월드컵 무대에서 '성공한 캡틴'을 꿈꾸고 있는 기성용은 자신의 축구 영웅으로 주저 없이 홍명보(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꼽았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서 홍 전무와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기성용은 "홍명보는 매우 영리한 선수였다"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공격의 핵'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한국축구의 기적을 이끌 기성용, 과연 그도 16년 전 홍명보처럼 '영리한 주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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