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FC와의 K리그 2 5라운드 경기에서 패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서울 이랜드 선수단과 인창수 감독

부천 FC와의 K리그 2 5라운드 경기에서 패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서울 이랜드 선수단과 인창수 감독 ⓒ 박영우


서울 이랜드 FC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다.

31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 FC(이하 서울 이랜드)와 부천 FC 1995(이하 부천 FC) 간의 경기는 부천 FC의 대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서울 이랜드는 전반 28분과 30분에 터진 조재완과 최오백의 득점으로 만든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후반에만 4골을 내주며 승점을 한 점도 챙기지 못했다.

이로써 서울 이랜드는 리그에서 5경기, 지난 28일 FA컵 3라운드 고려대전 승부차기 패배를 포함하면 6경기 째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15년 팀 창단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부천 FC처럼 5경기를 연속으로 승리하는 것도, 서울 이랜드가 승리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전들의 동시다발적인 부상과 부족했던 백업

서울 이랜드 부진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이다. 이 날 경기에서도 부상을 안고 경기를 소화한 김준태가 부상이 악화돼 후반 12분 탁우선과 교체되어 휴식을 취했다.

이번 시즌 영입된 고차원은 K리그2 2라운드 부산 아이파크 전에서 헤딩을 위해 점프를 하고 착지하던 중 어깨를 다쳐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당시 인창수 감독은 부상 회복까지 2~3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약 3주가 지난 지금까지 회복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최치원과 김창욱 역시 부상 회복 중에 있다. 최치원은 지난 18일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 이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고 김창욱은 이번 시즌 교체 명단에만 몇 차례 올랐을 뿐 1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팀 내 단 두 명뿐인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인 비엘키 에비치도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을 하지 못 하고 있다. 24일 광주 FC 전에서 훈련 중 근육 부상으로 경기 시작 30분 전 조용태와 교체된 바 있다.

 서울 이랜드의 2018 시즌 전반기는 32명의 선수단으로 운영이 된다

서울 이랜드의 2018 시즌 전반기는 32명의 선수단으로 운영이 된다 ⓒ 서울 이랜드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백업 선수들의 부재이다.

지난 30일 한국 프로축구 연맹이 이적 시장 마감과 함께 밝힌 선수단 인원을 보면 서울 이랜드는 K리그2 최소인원인 32명의 선수가 등록되었다. K리그2 평균 등록 인원이 36.9명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팀에 비해 약 5명의 선수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입으면 선수단 풀(pool)이 깊지 않아 주전 선수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거나 있더라도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상당한 선수들의 공백은 원기종, 최한솔, 전석훈, 탁우선, 조재완 등 올해 입단한 신인 선수들이 채우고 있다.

신인 선수들인 만큼 기량이나 경험이 주전 선수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그러한 부분이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영입된 선수들 중 신인에게 밀리는 선수들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재웅과 안동혁은 팀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재웅은 24일 광주 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이적 후 첫 경기를 소화했지만 선발 출장 한 FA컵 고려대 전에서는 패스 미스와 컨트롤 미스가 자주 나오는 모습을 보이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안동혁은 입단 후 아직 교체 명단조차 오르지 못했다.

감독에 대한 불만과 구단의 안이한 대처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인창수 감독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인창수 감독 ⓒ 서울 이랜드


팀의 기강을 잘 잡으려면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창수 감독의 경기 후 기자회견만 놓고 보면 채찍은 다른 곳에 꽁꽁 숨겨놓은 듯하다.

인창수 감독은 매 경기가 끝나고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늘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수원FC와의 개막전에서 0-1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승후보 팀과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어 간다고 했고 다음 경기 부산 아이파크 전에서도 2-1로 앞서다 후반 실점으로 승점 3점을 놓쳤음에도 우승 후보를 상대로 1무 1패를 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후 대전 시티즌, 광주 FC와의 경기에서도 팀 내부적으로 잘 되어가고 있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며 선수들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이어 갔다.

그 결과를 지난 두 경기를 놓고 보면 참담하고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 FA컵에서 고려대에게 모든 면에서 밀리며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이번 부천 FC와의 경기도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창수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터닝포인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체력적인 부분이 아쉬웠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감독들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서울 이랜드 선수단에게는 당근보다는 어느 정도의 채찍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FA컵 3라운드 고려대학교와 경기가 끝난 후 서울 이랜드 팬 커뮤니티에는 '오늘 경기 후 있었던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이랜드 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관점의 차이는 있겠으나 구단 측 대처가 아쉬워 보인다

서울 이랜드 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관점의 차이는 있겠으나 구단 측 대처가 아쉬워 보인다 ⓒ 페이스북 '서울 이랜드 fan'


글의 내용을 보면 서울 이랜드 팬 한 명이 버스를 막고 버티자 구단 직원이 이를 제지했고 인창수 감독을 만나게 해준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창수 감독은 어떠한 대화도 없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버스 안으로 들어갔고, 결국 최태욱 코치와 구단 직원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화를 이어간 팬은 한 선수의 경기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는데 여기서 구단 직원과 최태욱 코치가 마치 팬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팬들은 골과 패스 말고는 모르지만 자신들은 수비적인 부분 등 전체적인 것을 본다는 발언이었다. 자칫 이 발언은 팬들은 경기장에서 응원만 해야 하며 팬들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이 나빠지지 않도록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도 들릴 수 있다.

물론 구단의 버스를 막아선 것은 잘못된 행동이며 이 글은 한 팬의 관점에서 쓰였기에 하나의 관점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화 과정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고 구단 관계자와 최태욱 코치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구단이 팬들의 신뢰를 잃었고 팀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소극적인 마케팅, 돌아오지 않는 팬들

 푸드트럭과 관중으로 가득 찼어야 할 경기장. 하지만 둘 다 경기장을 채우지 못했다.

푸드트럭과 관중으로 가득 찼어야 할 경기장. 하지만 둘 다 경기장을 채우지 못했다. ⓒ 박영우


창단 당시 서울 이랜드는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많은 K리그 구단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버스킹 공연이나 다양한 게임, 푸드 트럭 등 축구뿐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와 먹거리들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 이랜드는 그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양한 이벤트를 펼쳤던 입장 게이트 앞 공간은 공허함을 느낄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

이번 시즌 코스튬 의류 대여 이벤트와 HIGH 5TUDIO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큰 반응을 이끌지는 못했다. 경기장에서 코스튬을 착용한 팬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서울 이랜드 홈경기의 가장 큰 메리트였던 푸드 트럭이 경기장 소유권이 있는 서울시와의 문제로 31일부터 운영이 되지 않는다. 축구를 보면서 맛있는 푸드 트럭 음식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극적인 마케팅의 결과는 관중 수 감소였다. 홈 개막전에서 1300여 명의 유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이후 광주FC 전 560명, 31일 경기에서는 753명의 관중 수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 팀의 평균 관중 수보다 훨씬 밑돌았다. 관중 수 감소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작아지는 결과를 낳고 홈 어드밴티지를 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힘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서울 이랜드의 다음 상대는 이번 시즌 아직 패배가 없는 성남FC이다. 과연 서울 이랜드가 성남FC를 상대로 인창수 감독의 기자회견 발언처럼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서울 이랜드 FC K리그2 K리그 잠실종합운동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포츠와 세상을 연결하는 스포츠 커뮤니케이터, 박영우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송고된 기사를 포함해 제가 작성한 다양한 스포츠 기사를 더 스포리 미디어 블로그(https://newsightofsports.tistory.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