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의 원정경기를 끝으로 신태용호의 유럽원정 2연전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28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호주프의 살롱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2-3의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였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막판 이창민과 황희찬이 3분 간격으로 2골을 넣으며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종료 2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허용했다.

신태용 감독 부임 후 FIFA랭킹 기준 가장 강팀과 평가전을 치른 대표팀은 슈팅수 16대11로 앞서기도 했다. 전반전 경기는 밀렸지만 후반전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며 전체적인 기록 면에서는 폴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고질적인 수비불안이 발목을 잡으면서 끝내 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이번 유럽 원정을 2패로 마무리하였다. 인상적인 모습도 있었으나 신태용호는 이번 유럽원정에서 중요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채 과제가 많아진 이번 평가전이었다.

흔들리는 수비진

수비 숙제 장현수(5)와 홍정호(19)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9)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 수비 숙제 장현수(5)와 홍정호(19)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9)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3백에서든 4백에서든 수비진이 흔들리는 건 매한가지였다. 북아일랜드전과 폴란드전 전반 39분부터 가동한 신태용호의 4백 라인은 이번 2연전에서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

상대의 강한 피지컬에 밀리면서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을 가중시켰고, 세트피스 상황, 상대의 빠른 역습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실점을 허용하는 등 불안감을 계속 노출하였다. 신태용 감독 부임이후 플랜 A로 자리매김한 4-4-2포메이션에서도 수비라인을 보호해줄 선수가 없으니 수비불안이 나아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3백 포메이션을 통해 수비 숫자를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었다. 독일전을 대비해 가진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가동한 3백 포메이션은 모든 게 꼬이게 만들었다. 3백 포메이션에선 스토퍼와 윙백의 움직임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폴란드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움직임은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유기적인 수비 조직력이 아닌 수비라인에 숫자만 늘리는 데 불과한 3백 포메이션이 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피지컬에서 열세를 보이는 와중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받쳐주지 못하자 상대에게 측면에서 계속 크로스를 헌납하며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다. 결국 크로스에 이은 레반도프스키의 헤딩에서 선제골을 허용하였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유럽원정 평가전에 이어 폴란드전에서도 3백 포메이션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월드컵 본선에서 3백 포메이션 활용은 대표팀에겐 불안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체력싸움이 더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가진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과 함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주 원인으로는 체력적인 우위를 점한 채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유럽원정에선 그러한 모습이 나오지 않으면서 당시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2경기 모두 힘겨운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박주호, 밀릴 수 없다 박주호(오른쪽)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아르투르 옌제이치크와 몸싸움하며 공을 향해 달리고 있다.

▲ 박주호, 밀릴 수 없다 박주호(오른쪽)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아르투르 옌제이치크와 몸싸움하며 공을 향해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에 따른 피로와 시차적응 문제가 나타나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되었다. 선수들의 몸이 무거운 채로 경기를 치르게 되니 당시의 좋았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체력이 떨어지니 결국 경기막판에 이 문제가 커졌다. 대표팀이 이번 2연전에서 내준 실점은 상대의 피지컬 싸움에 밀린 것도 있었지만 이번 2경기에서 내준 결승골들은 모두 경기 막판 내준 실점들이었다.

결국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막판 집중력마저 떨어져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경기를 패했던 이번 평가전들이었다.

중요한 건 본선에선 이와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대표팀은 본선 3경기에서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동에 따른 피로를 피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본선에서도 이번 2차례의 평가전과 같은 경기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대표팀 유럽원정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 유럽원정 2연전에서 정말 결과가 중요했던 이유는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 전에 가진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점과 현재 대표팀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는 대표팀의 유럽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또 다른 이유였다. 승리를 통해 대표팀이 유럽에서 치러지는 월드컵에서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치르고, 또한 독일과 스웨덴이라는 유럽팀을 상대로도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치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에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며 많은 아쉬움을 남기며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오는 데 실패하였다.

물론 대표팀엔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월드컵을 경험해본 선수들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월드컵 직전 오스트리아에서 갖는 세네갈과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이 남아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부임이후 이번까지 유럽원정 4연패는 팀 전체적인 부분만이 아닌 신태용 감독 본인에게도 달갑지 않은 결과인 건 분명하다.

폴란드전에서 경기막판 보여준 뒷심이나 공격전개능력, 북아일랜드전에서 경기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펼친 점 등과 같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점을 여전히 보여준 채 이번 평가전을 마무리하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대표팀 신태용 러시아월드컵 북아일랜드 폴란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깔끔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