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매우 뛰어난 유격수였지만 리그를 호령하던 '슈퍼스타'로 불리기엔 조금 부족했던 류중일 감독(LG트윈스)이 2011년 삼성 라이온즈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삼성 팬들은 감독 경력이 전무한 초보감독의 능력에 의문과 걱정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KBO리그 역사에서 그 어떤 위대한 감독도 도달하지 못한 통합 4연패라는 고지를 최초로 밟으면서 '야통'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2017년에는 류중일 감독과 비슷한 코스(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와 10년이 넘는 코치 생활)를 밟은 김한수 감독이 14대 감독에 선임됐다. 삼성팬들은 류중일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김한수 감독도 초보 감독이라는 우려를 씻어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삼성이 받아 든 성적표는 10개 구단 중 9위였다. 작년 시즌 승률 4할이 채 되지 않는 팀은 삼성과 막내 구단 kt위즈뿐이었다.

3년 계약을 맺었던 김한수 감독은 올해로 2번째 시즌을 맞는다. 하지만 감독의 계약기간이 큰 의미가 없는 KBO리그에서 2년 연속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김한수 감독은 세 번째 시즌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승리와 우승이 익숙했던 삼성 팬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김한수 감독의 삼성이 2018년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이유다.

[투수] 설마 외국인 투수들이 3년 연속 배신하진 않겠지?

삼성의 2년 연속 9위에 많은 팬들이 분노했지만 그래도 '선발진 붕괴는 어쩔 수 없었다'며 너그러운(?)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투수 6명이 고작 11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작년 시즌 3승10패 평균자책점 6.18을 기록했던 재크 패트릭이 지난 2년 간 삼성에서 가장 활약이 좋았던 외국인 투수였을 정도.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원투펀치라는 가장 중요한 카드를 빼고 시즌을 치른 셈이다.

2년 연속 외국인 투수들에게 배신을 당했음에도 삼성은 에릭 해커나 앤디 밴 헤켄처럼 KBO리그에서 검증된 투수들 대신 올해도 새 얼굴로 외국인 투수 두 자리를 채웠다. 작년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던 팀 아델만과 토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두 선수가 소박하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20승만 합작해 주더라도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170이상을 소화한 윤성환은 올 시즌에도 삼성의 든든한 토종 에이스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4선발로 활약할 것이 유력했던 우규민이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풀타임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우규민의 합류가 늦어진다면 작년 시즌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백정현과 베테랑 장원삼으로 이어지는 좌완 듀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루키 양창섭이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시즌 21세이브를 기록하며 우울했던 삼성의 몇 안 되는 기쁨이었던 마무리 장필준은 올 시즌에도 삼성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킬 예정이다. 2016년 25세이브를 기록한 후 작년 4승7패6세이브16홀드4.18로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낸 심창민의 구위 회복도 매우 중요하다.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후 시범 경기에서 3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한기주는 삼성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타선] 이승엽 떠난 삼성 타선, 이제 구자욱이 이끌어야 한다

KBO리그 역사상 통산 최다 홈런(467개)과 최다 타점(1498점), 최다득점(1355점), 통산 최다 MVP, 최다 홈런왕(각 5회)에 빛나는 '전설 중의 전설' 이승엽이 떠났다(사실 성적만 보면 더 뛰어도 충분하지만). 이제 삼성은 이승엽이 없는 낯선 2018년을 보내야 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이승엽의 부재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작년 시즌 팀 타율 8위(.279), 팀 홈런 7위(145개)에 그친 와중에도 타점왕 다린 러프(.315 31홈런124타점)를 배출한 것은 삼성 타선의 수확이었다. 2년 연속 .340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던 정교함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장타 향상에 집중했던 구자욱이 3할20홈런100타점 시즌을 보낸 것도 바람직한 현상(물론 구자욱은 양준혁,이승엽,최형우로 연결되는 삼성의 슈퍼스타 계보를 이을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8회 초 1사 주자가 없는 상황 삼성 3번 구자욱이 1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8회 초 1사 주자가 없는 상황 삼성 3번 구자욱이 1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시즌 삼성 타선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유격수 김상수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했던 김상수는 작년 시즌 부상으로 단 42경기 출전에 그쳤다. 물론 작년 시즌 김상수를 대체했던 강한울이나 조동찬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지만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 그리고 삼성 왕조 시대의 내야를 이끌었던 경험을 겸비한 김상수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2015 시즌이 끝나고 박석민(NC 다이노스), 2016 시즌이 끝나고 최형우(KIA타이거즈)가 각각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삼성은 지난 FA시장에서 현역 최고의 포수 강민호를 영입했다. 강민호는 노련한 투수 리드는 물론 4번이나 20홈런 시즌을 보냈을 정도로 타격에도 일가견이 있는 공수겸장 포수다. 삼성의 통합 4연패 주역 이지영이 백업 포수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의 안방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주목할 선수] 외야 자리 잃은 박한이, 이승엽 자리 물려 받을까

작년 시즌을 끝으로 조인성과 이호준,이승엽이 차례로 은퇴를 선언했다. 투수는 아직 박정진(한화 이글스)과 임창용(KIA)이 남아 있지만 이제 KBO리그 최고참 타자는 1979년생 박용택(LG트윈스)과 박한이가 됐다. 하지만 박용택은 1979년 4월생으로 고려대 98학번이지만 박한이는 1979년 1월생으로 동국대 97학번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KBO리그 최고령 야수는 박한이다.

.295의 통산타율과 7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박한이는 삼성의 황금기를 모두 경험한 레전드 외야수다. 특히 루키 시즌부터 2016년까지 이어 온 16년 연속 세 자리 수 안타는 박한이가 남긴 최대 업적이다. 하지만 절대 멈추지 않을 거 같았던 박한이의 100안타 행진은 작년 시즌 68경기에서 31안타에 그치면서 17년 만에 끊어지고 말았다.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경기. 5회말 1사 만루 때 삼성 박한이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경기. 5회말 1사 만루 때 삼성 박한이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삼성은 작년 시즌 박한이가 부상으로 1,2군을 들락거리는 사이 구자욱-박해민-김헌곤으로 이어지는 괜찮은 외야진을 구축했다. 제4의 외야수로서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배영섭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장타력을 갖춘 이성곤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선수단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불혹의 박한이를 고집하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박한이에게도 주전 확보의 기회는 있다. 바로 이승엽의 은퇴 후 마땅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지명타자 자리다. 삼성의 야수들 중에서 타격에 특화된 선수가 보이지 않는 것도 박한이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박한이가 지명 타자 자리에서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을 연결해주며 후배들을 이끈다면 삼성 타선 전체에 좋은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박한이는 리그에서 큰 경기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2018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삼성 라이온즈 2018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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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 팀 아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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