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모리는 단 한 차례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모리는 단 한 차례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 롯데자이언츠


20년 전, KBO리그에 최초의 외국인 선수들이 등장했다. 리그 전력 평준화와 새로운 볼거리 도입을 위해 만들어진 외국인 선수 제도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KBO리그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는 모두 346명. 국적별로는 14개국에 달한다.

미국 출신이 227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 6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네덜란드·파나마·러시아 등의 나라에서 많은 선수들이 꿈을 품고 한국 땅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 출신 선수들은 몇 명이나 KBO리그 무대를 밟았을까? 지난 20년 동안 재일교포를 제외한 일본인 선수는 단 6명뿐이었다. ①편에서는 이리키 사토시·모리 가즈마·시오타니 가즈히코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리키 사토시 (1967년생/투수/우투우타/2003시즌 두산 베어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되고 5년이 지난 2003년. KBO리그 역사상 첫 일본인 선수인 이리키 사토시가 한국 무대에 입성했다. 이리키는 고교 졸업 후 일본 사회인야구팀에서 뛰다가 1990년 긴테쓰 버팔로즈(2004년 해체, 오릭스 버팔로즈에 흡수합병)에 입단했다.

이후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쳐 2001시즌 야구르트 스왈로즈에 합류했다. 그해 이리키는 정규리그에서 10승 3패 2.8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센트럴리그와 재팬시리즈까지 우승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듬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되고 말았다(1승 3패 ERA 6.66).

일본프로야구 통산 35승을 거둔 이리키는 2003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다. 애초 두산은 기아로 떠난 마무리 투수 진필중의 빈자리를 이리키로 메우려 했지만 그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인식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이리키를 선발 투수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이리키는 선발 전환 후 나선 20경기 중 다섯 경기에서 완투(1완봉 포함)를 하며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뽐냈다(리그 완투 1위). 시즌 최종 성적은 7승 1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74. WAR은 3.37로 팀내 투수 중 1위였다. 하지만 재계약엔 실패하면서 한 시즌 만에 한국 무대를 떠났다. 이후 대만프로야구 라뉴 베어스(현 라미노 몽키스)에서 1년을 더 뛰고 현역 생활을 끝마쳤다.

#모리 가즈마 (1975년생/투수/우투우타/2003시즌 롯데 자이언츠)

2003시즌 롯데 자이언츠 역시 마운드 강화를 위해 미국 싱글A와 일본 사회인 리그에서 뛰었던 모리 가즈마를 영입했다. 모리는 입단 당시만 해도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시즌 전 열렸던 시범경기에서 9.1이닝 동안 무려 10실점(4경기 방어율 9.64)을 하며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이 컸던 걸까. 결국 그는 정규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인 4월 1일 퇴출당하며 1군 마운드에 단 한 차례 오르지 못했다.

#시오타니 가즈히코 (1974년생/내야수/우투우타/2006시즌 SK 와이번스)

시오타니는 고교 졸업 후 1993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포수로 입단했지만 당시 한신의 포수층이 두터웠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주로 2군에서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1998시즌을 앞두고 3루수로 전향하면서 출전 기회를 노렸지만 대타나 대수비로 출전하는데 그쳤다. 이후 2001시즌을 마치고 트레이드를 통해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팔로즈)로 이적했다. 오릭스에서 2003년 생애 최초로 정규 타석을 채움과 동시에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타율 0.307 8홈런 46타점). 하지만 이듬해부터 성적이 하락하더니 2005년엔 16경기에만 출전하며 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방출 후 팀을 찾던 그는 2006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와 계약했다. 개막과 동시에 주전 3루수로 나서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부진의 늪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5월 9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상대 투수 사구에 손가락을 맞아 전치 8주의 골절상을 입고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시즌 최종 성적은 23경기 타율 0.297 3홈런 19타점 15득점. 그렇게 KBO리그 최초의 일본인 타자는 한 시즌도 채 소화하지 못하고 씁쓸히 한국을 떠났다.

 시오타니의 KBO리그 성적

시오타니의 KBO리그 성적 ⓒ 청춘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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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김건엽
시오타니 외국인선수 일본인선수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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