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최시우 선수의 아버지 최성민씨가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이탈리아전에서 아들을 응원하고 경기장 밖에서 최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최시우 선수의 아버지 최성민씨가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이탈리아전에서 아들을 응원하고 경기장 밖에서 최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아버지는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2014년 당시 사고를 얘기하던 중이었다.

아들이 아파트 3층에서 추락했다. 아버지는 잠을 자러 들어갔다가 비명을 듣고 나왔다. 익숙한 목소리, 아들의 목소리였다. 두 다리를 다친 아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급하게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수술만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패혈증도 오고, 쇼크도 오고. 산소농도도 떨어지고 그랬다. 그러면서 코마 상태가 됐다. 그러면서 다리하고 목숨하고 바꿨다."

19살. 아직 한창 친구들과 즐길 나이였다. 검도와 이종격투기도 즐길 정도로 건강했던 아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고는 비극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아버지는 "받아들이자. 되돌릴 수도 없으니 얼른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하자"고 생각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았다. 두 다리를 절단하고 중환자실에 있던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도움을 받고 사는 것도 좋지만, 도움 주고 사는 게 더 낫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사고 후 1년은 힘들었다. 아들은 집에서 혼자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하키 센터. 등 번호 97번을 받은 아들이 썰매(Sledge)를 타고 퍽을 쫓아 달렸다. "난 항상 당신을 응원합니다"란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경기장에 내건 아버지는 연신 몸을 경기장 쪽으로 기울이며 아들의 모습을 쫓았다.

평창동계패럴림픽 대한민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막내 최시우(22) 선수의 아버지 최성민(50)씨 얘기다.

 최시우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대한민국 대 캐나다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최시우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대한민국 대 캐나다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 이희훈


"먼저 장애를 인정하고 어떻게 살지 정하면 돼"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날 캐나다에 7:0으로 참패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경기 내내 굴하지 않고 캐나다 진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가운데 대표팀 막내 최시우 선수가 있었다. 대한민국이 이날 날린 단 2번의 슛 중 1번은 최 선수의 슈팅이었다. 2015년 입문 후 3년 만에 태극기를 단 막내인 그가 첫 패럴림픽 대회에서 만난 강호 캐나다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만난 아버지 최성민씨는 "(아들 실력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그게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감명 깊은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아이스하키는 "빨리 (장애를) 인정하고 어떻게 살지 결정하자"던 아버지와 아들에게 '길'을 알려줬다. 사고 이후 최씨는 병원을 나오면서 걱정이 컸다. "멀쩡히 걸어서 가던 등굣길을 휠체어를 타고 가야 할 테니 그 녀석 속이 얼마나 상했겠나"라고 말했다. 그렇게 아들이 힘겨워할 때 현재 대표팀의 김정호 코치에게 연락이 왔다. 같이 운동해보지 않겠냐고. 아버지는 망설였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최시우 선수의 아버지 최성민씨가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이탈리아전을 마친 아들과 함께 경기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최시우 선수의 아버지 최성민씨가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이탈리아전을 마친 아들과 함께 경기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사실 반대했다. 하지 말자. 아빠가 너를 4번 이상 죽을 고비에서 살렸는데 이런 것 싫다.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는데도 녀석이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다른 선배들도 '(다른 선수들도) 다 똑같은 조건에서 하는데 뭐가 위험하겠니'라고 일깨워주셨다. 그래서 승복을 했다."

잘한 선택이었다. 최씨는 "썰매를 처음 탄 아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생기가 넘쳤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어디 가서 기죽지 않고 어깨 펴고 행동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상비군 과정 거쳐 가슴에 태극기를 다니까 그렇게 늠름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다른 부모들에게도 "목적을 정해 노력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최 선수도) '다른 사람들도 장애를 숨기지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얘기를 한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나도 언제 어느 때 장애를 입을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면 '어떻게 살 것인가' 정해서 노력하면 된다. 목적을 정해서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 게 현실을 부정하면서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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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최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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