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타선에서는 그동안 우타 거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에반스를 제외하면 거포라고 할 수 있는 우타자는 양의지 한 명에 불과했다. 물론 김재환, 오재일 좌타 거포 두 명이 중심 타선을 지탱했지만 이우성, 신성현 등 팀에서 기대했던 우타자들의 미미한 활약이 아쉬웠다.

그랬던 타선에 주목할 만한 우타 거포가 등장했다. 김민혁이 그 주인공이다. 김민혁은 1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시범경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투런포를 포함해 2안타 경기를 펼쳤다. 1루 수비도 안정적으로 소화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공-수 맹활약 김민혁,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김민혁은 바뀐 투수 임창용으로부터 역전 투런포를 뽑아냈고, 이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김민혁은 바뀐 투수 임창용으로부터 역전 투런포를 뽑아냈고, 이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 두산 베어스


두산은 이 날 조수행(우익수)-박건우(중견수)-파레디스(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오재일(1루수)-양의지(포수)-오재원(2루수)-허경민(3루수)-김재호(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로 나서지 못한 김민혁은 덕아웃에서 기회를 얻기만을 기다렸다.

4회말, 김민혁이 1루수로 수비에 투입됐다. 타선에서는 김재환의 자리였던 4번 타순에 배치됐고, 6회초 첫 타석에 들어섰다. 1사 1루 볼카운트 1-0에서 임창용의 2구째를 그대로 잡아당겼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0-1로 리드를 당하던 두산이 단숨에 승부를 뒤집은 순간이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김민혁은 팀이 4-1로 앞서던 8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정용운의 초구를 공략하면서 1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 때 2루에 있던 파레디스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스코어는 5-1이 됐고, 승리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안타였다.

수비에서도 큰 실수를 범하지 않고 1루를 지켰다. 특히 8회말에는 선두 타자였던 최원준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오재일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9회말 KIA는 이명기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뽑았지만 이현승이 마지막 타자 김주찬을 땅볼로 처리, 두산이 5-2로 승리했다.

교체로 출전했음에도 오히려 선발 출전한 타자들보다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도 몇 차례 1군 경기에 나섰으나 팀의 승리에 기여할 정도로 활약한 경기는 거의 없었다. 두산으로선 시범경기 첫 승의 기쁨보다도 '김민혁'이라는 이름 석 자를 다시금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

펀치력과 컨택 능력 겸비한 김민혁, 결국 관건은 '선구안'

 김민혁이 성장한다면 타선에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다.

김민혁이 성장한다면 타선에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다. ⓒ 두산 베어스


연습 배팅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화끈한 타격을 선보인다. 담장 밖으로 넘기는 타구도 어렵지 않게 때려낸다.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김민혁의 방망이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문제는 연습 배팅에서의 타격감을 실전에서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58경기 동안 타율 0.348 11홈런 41타점으로 퓨처스팀 내에서 가장 빼어난 타격을 선보였다. 그러나 1군에서는 18경기 동안 21타수 4안타 타율 0.190으로 큰 성과가 없었고,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

한방을 갖춘 타자라고 하더라도 선구안이 받쳐주지 않으면 1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신성현, 이우성 등 팀 내에 있는 또 다른 우타 거포들이 1군에 쉽게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선구안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김민혁도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의 활약이 불투명하고, 타선에서 여전히 좌타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올시즌 두산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민혁의 등장은 두산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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