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연속된 불운

2018년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Again 2012' 슬로건을 목표로 내세운 울산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A)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4차전 중국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1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울산 현대의 상하이 상강전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승리의 결과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Again 2012'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개막 후 2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울산 현대의 상하이 상강과의 일전은 오직 '닥공' 축구에 의한 무조건 승리였다.

ACL 3차전까지의 양팀 성적은 울산 현대가 1승 2무, 상하이 상강은 2승 1무로 각각  F조 2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같은 경기 결과로 봤을 때 상하이 상강은 원정이라는 불리함까지 안고 있어 울산 현대전에 굳이 공격적인 축구 구사에 의한 승리에 초점을 맞춘 경기 운영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반면에 울산 현대는 상하이 상강을 꺾고 조 1위로 올라서는 경기 운영에 포인트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경기 시작과 함께 그 같은 경기양상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최전방에 도요다(33.일본)를 포진시켜 적극적인 공격축구를 펼치며 상하이 상강 골문을 노렸지만, 울산 현대는 노마크 찬스에서 도요다의 집중력 부족에 의한 어이없는 마무리 실수는 물론 리차드(28.오스트리아)의 골대 불운까지 겹치며 득점에 실패했다.

분명 울산 현대가 공격축구를 구사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전반 35분 이후 10여 분간 도요다와 라차드에게, 연이어 찾아온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공격에 문제점은 명확히 드러났다. 그것은 공격 시 포백의 양쪽 풀백과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 참여가 소극적이어서 공격 라인과 2선과의 간격이 넓어, 상하이 상강의 포백과 보란치 2명 등 총 6명이 구축한 수비에 비해 항상 수적 열세인 3~4명만이 공격에 참여, 플레이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곧 플레이의 다양함과 신속성에도 정면 배치되는 플레이로서 공격의 파괴력에도 부합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공격에 해당한다. 또한 이의 영향으로 인하여 양쪽 측면에서의 크로스 상황 시 중앙에 위치한 선수는 도요다 단 1명에 불과하여 도요다 개인의 골 결정력에 의한 득점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다. 이 밖에 울산 현대의 공격 전술의 단조로움을 가져다 줄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박주호(31)의 부진이었다. 중원을 책임진 박주호는 공수 연결을 위한 효과적인 플레이는 물론, 정상적인 컨디션과는 거리가 먼 움직임을 보이며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하는 돌파를 허용하기도 했다.

알고도 당한 울산 현대

아쉬운 헤딩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강민수(오른쪽)가 중국 상하이 상강 GK 얀준링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아쉬운 헤딩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강민수(오른쪽)가 중국 상하이 상강 GK 얀준링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이 같은 울산 현대의 플레이는 상하이 상강이 의도한 무실점 경기라는 1차 목표에 성공을 가져다주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울산 현대의 우려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상하이 상강은 단 한번 찾아온 기회를 '브라질듀오' 헐크(32.브라질)와 엘케손(29.브라질)의 합작품으로 선취골을 만들며 여전히 경기 전 작전의 변화 없이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선취골 허용 후 울산 김도훈(48) 감독은 교체 카드로 반전을 꾀했지만 고군분투한 오르샤의 활약만 빛났을 뿐, 경기 내용에 걸맞는 득점을 뽑아내며 목표였던 승리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현대축구에서 풀백 포지션은 그 어느 포지션보다도 중요하다. 측면에서 빌드업은 물론이고 공수에 모두 참여하여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따라서 풀백의 능력에 따라 경기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을 직시할 때 울산 현대의 양쪽 풀백 포지션을 소화한 이명재(25)와 김창수(33)는 전후반 내내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플레이를 하는 상태에서도 공격력 강화를 위한 공격참여가 여전히 소극적이었으며 미드필더진과 공격라인 선수와의 유기적인 패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한편으로 수비수로서의 가장 기본인 '복귀'와 '지원'에도 효과적이지 못해 경기력 향상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울산 현대 자존심 묘약 찾기

울산 현대의 상하이 상강전은 누가 뭐라 해도 '아쉽다'로 집약된다. 하지만 축구는 그런 것이다. 경기 내용이 마무리 좋고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해도 이는 변명과 핑계에 불과할 뿐 모든 것은 경기 결과가 말해준다. 강한 승부욕에도 불구하고 안방에서 패한 울산 현대의 후유증은 그 어느 경기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분위기상 앞으로 ACL에서 뿐만 아니라 2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는 K리그에서도 부담감으로 작용할 측면이 없지 않다. 이에 울산 현대는 진심으로 ACL에 대하여 심사숙고(深思熟考) 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물론 아직 울산 현대가 ACL에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4차전까지의 F조 성적은 중국 상하이 상강이 3승 1무로 조 선두에 올라서 있고, 울산 현대(1승 2무 1패)와 호주 멜버른 빅토리(1승2무1패)가 승점 5점 동률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을 놓고 다음 달 한판승부가 예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울산 현대에게 'ACL냐 K리그냐'의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자칫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울산 현대가 알고도 당한 상하이 상강의 특급 삼총사 헐크, 오스카(27.브라질), 엘케손은 없다. 그래서 상하이 상강 전 패배를 빨리 잊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그것만이 울산 현대의 명가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다.

고개 숙인 울산 현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중국 상하이 상강의 엘케손이 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자(뒤) 울산 현대 오르샤(앞)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 고개 숙인 울산 현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중국 상하이 상강의 엘케손이 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자(뒤) 울산 현대 오르샤(앞)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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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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