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선수촌 내 대한민국 국기와 패럴림픽을 상징하는 깃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선수촌 내 대한민국 국기와 패럴림픽을 상징하는 깃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제가 다 울컥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라고요."

평창 올림픽 선수촌의 양기웅 물리치료팀장은 12일 오전,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경기를 직접 보고 왔다. 그 자리에서 "릴렉스"를 외치며 목청껏 응원하던 양 팀장은 대한민국이 캐나다를 이기자 순간 울컥했다고 한다. 굳이 따라가서 볼 의무는 없지만, 그는 비번인 날도 가급적 선수들의 경기를 챙겨본다. 이처럼 그는 패럴림픽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있었다.

응원만을 위한 관람은 아니다. 여기에는 직업적 사명감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경기 후 통증이 있을 경우, 증상에 대해 "선수들이 말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게 더 정확"하다고 한다. "직접 눈으로 보면, 손상이 있을 때 더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훈련하는 것도 보고, 선수들 플레이도 보면, 통증이 보이거든요. 유심히 봤더니, 정승원 선수 같은 경우에는 폴대를 잡고, 반대팔로 휠체어를 잡는 게 아니라 폴대를 잡고 있는 팔 쪽의 휠체어를 잡아서 받치더라고요. 힘도 더 내고, 정확도도 올릴 수 있지만, 그 자세로 긴장하다 보면 경추와 어깨 그리고 허리 부분에 무리가 오죠."

올림픽 그리고 패럴림픽 선수들에게 물리치료는 중요한 의료서비스 중 하나이다. 경기를 앞두고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해 자칫 몸 이곳저곳이 상할 수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물리치료사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양기웅 물리치료사는 얼마 전 폐막한 올림픽에 이어 이번 패럴림픽까지 맡게 됐다. 그의 이야기를 12일 낮, 평창 올림픽 선수촌 웰컴센터에서 들어보았다.

치료를 넘어선 교감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어깨 부위를 만지며 선수들의 치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어깨 부위를 만지며 선수들의 치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올림픽 때는 개막식이 끝나고 한창 경기가 활성화됐을 때 50명 선을 유지했는데, 패럴림픽 같은 경우에는 올림픽 시작도 하기 전에, 입촌하자마자 계속 환자들이 몰렸어요. 선수들에게 어떤 종목 선수인지 정확히 물어보고, 많이 사용하는 근육들 위주로 풀어주죠. 특히 훈련이라든지 경기 후에는 다양한 곳이 아파요.

패럴림픽 선수들은 올림픽 선수들보다 치료 시간도 훨씬 길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굉장히 많아요. 절단 환자도 많고, 선천적인 장애가 만성화한 분도 계시고, 한쪽만 불편한 환자도 있고, 상지 절단도 있고…. 많이 사용하는 부분은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아닌 부분은 아니라서 문제가 생깁니다.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보조기를 차고 있지만, 근육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계속 통증이 발생해요.

워낙 패럴림픽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해요. 상체 위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체의 긴장도가 높고, 상체의 근육 피로도가 올림픽 때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죠. 경기 전에 한 번 오시고, 경기 끝나고 한 번 오시기도 하고, 하루에 오전 오후로 들르는 분들도 계세요. 신의현 선수(크로스컨트리)도 메달 따자마자 물리치료실을 찾아왔고요. 차재관 선수(휠체어컬링)는 어제(11일)부터 두통을 호소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어요.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부딪히고, 썰매가 넘어가고 막 그러다보니까 온몸에 자잘한 멍들이 있고요."

양기웅 물리치료사는 자신이 보고 치료한 선수들의 아픔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종목별로 자주 쓰는 근육에 맞춰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었다. 어떤 선수들은 염좌가 많고, 어떤 선수들은 테이핑이 필요하고…. 단순히 의사 대 환자로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오고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적인 교감을 많이 하죠. 패럴림픽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치료 시간도 길고, 요구사항이 많아요. 그러다 보면 지난 패럴림픽 때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고향은 어디냐고 물어보는 분도 계시고, 가족 물어보는 분도 계시고…. 김대중 선수(아이스하키) 같은 경우엔 이력이 많다 보니까, 본인이 휠체어 사이클 나가서 1등했다는 이야기도 하고, 외국 선수들도 자기 프로필을 많이 이야기해요. 경기 끝나고 메달 목에 걸고 와서 같이 사진도 찍고, 마지막에 고마웠다고 인사하는 걸 보면 보람도 느껴요.

저희가 16명이 2교대로 근무하는데,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그 시간을 못 맞춰서 버스를 놓치면 숙소까지 갈 방법이 없어요. 밥도 하루에 두 끼만 주는데, 어쩌다가 근무시간이 길어져서 한 끼 더 먹으려고 하면 안 주거든요. 컵라면에 즉석밥으로 끼니 때울 땐 약간 서럽기도 했죠. 그 탓에 올림픽 때는 더 길게 치료해주지 못한 선수 몇 명이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 분들은 지난 4년간의 열정을 이 한 번에 다 태워야 하는데, 우리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철저하게 선수들 위주로 치료하려고 해요. 초과수당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조금 덜 자고, 조금 일찍 출근하고, 조금 늦게 퇴근하면서, 최대한 선수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끝까지 잘해서 이 사람들이 목에 메달을 걸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물밀 듯이 밀려오는 하루였어요. 장애를 가진 사연들이 너무 다양해요. 다들 인간 승리라고 하는데, '과연 내가 그런 장애를 입었다면, 심리적으로 트라우마가 있을 텐데 그걸 이겨내고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됐어요. 제 47년 인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고요."

자원봉사자 탈락부터 패럴림픽 참여까지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 소중한


47년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든 이번 패럴림픽. 하지만 자칫하면 양기웅 팀장은 이번 올림픽/패럴림픽에 합류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해 신청했는데, 그만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협회를 통해서 전문인력을 채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추천을 받아서 열심히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합격했다. 유급전문인력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함께 하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올림픽 자원봉사자 지원에 떨어졌을 때 아쉽더라고요. 제 나이가 마흔일곱인데, '내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언제 올림픽이 또 우리나라에서 열릴 수 있겠나'하면서 너무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전문인력 채용 기회가 주어져서 합격하게 됐죠.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파트에 와서, 일반적인 봉사가 아니라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봉사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아요. 감사함으로 남고, 보람으로 남고…. 50일 간 달려오는 이번 치료가, 제가 물리치료사를 한 20년 동안 봐온 어떤 환자들을 치료했던 것보다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여기 참여하는 선생님들 대부분 병원에서 급여가 높으신 분들이에요. 전부 각자 병원에서 개인 연차를 쓰고 왔어요. 조금의 수고비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 급여를 포기하고 연차까지 소진하면서 일하시는 거니까요. 다른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 모두 대단하고 감사할 뿐이에요.

저는 원래 패럴림픽까지 하기로 되어 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올림픽 끝나고 나서 사람이 부족하니 패럴림픽까지 해달라고 요청이 왔죠.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와이프도 물리치료사거든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패럴림픽에 당신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많을 거다. 열심히 기도해주겠다'라고 해서 힘을 받고 올라왔죠."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쉬움도 크다. 방송 중계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서, 당장 숙소에 가서도 TV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봐야 한다. 경기장이나 올림픽 파크에 찾아오는 사람도 올림픽 때보다는 줄어든 것 같다. 패럴림픽 선수들 바로 곁에서 이들의 땀과 눈물을 알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저희도 치료를 하면서 우리나라 경기를 보고 싶은데…. 숙소에서 TV를 틀었는데, 이 시간에 경기가 있는데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선수촌 안에서는 OBS 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볼 수 있는데, 숙소에 가면 못 보는 거죠. 전국민에게 생방송이 안 되고 있다는 걸 개막식이 끝나고 알게 됐어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아쉬워요.

저를 포함해서 치료사 선생님들도, 피곤하지만 될 수 있으면 경기장에 가서 응원도 많이 하고, 메달 플라자에 가서 시상식 때 더 큰 소리로 축하하고 박수쳐주거든요, 장애를 딛고 노력해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된 분들을, 우리 국민께서 응원해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더 많이 찾아와주셔서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더 힘도 되어 드리고, 우리나라가 출전하지 않는 경기장도 찾아주시고…. 패럴림픽 대표 분들이 제대로 된 시스템 속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따뜻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여수에서 다시 만나요"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컬링 선수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투구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컬링 선수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투구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양 팀장은 이곳에서 인생에 다시 없을 경험을 하고 있다. 멀리서나마 문재인 대통령을 뵈었고, 김정숙 여사와는 가까이서 사진도 찍었다. 뉴스 사진에 김 여사와 함께 자신의 얼굴이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연락도 왔다고 한다. 또 올림픽/패럴림픽 '굿즈'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니 너무 좋아한다더라. 학교에 가서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랑도 했다고 하고, 부모님도 '큰일한다'며 좋아하셨단다. 아, 북한 선수들과도 이제는 반갑게 인사한다.

"북한 숙소도 방문했어요. 아프면 물리치료실 들르라고 말씀드렸어요. 북한에서도 닥터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의사가 할 일이 있고, 물리치료사가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근육통이 있거나, 주사를 맞아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어요. 북한 선수들이 첫날에는 많이 경직되어 있어서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라고 크게 인사해도 목례만 했거든요. 지금은 국정원 직원들이 옆에 있어도 반갑게 안녕하시냐고 인사도 나누고…. 여자선수단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고, '사진촬영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면 요즘은 '찍어도 된다'고 해요.

정치권에서 염려하고 있는 '평양올림픽 아니냐'하는 우려는 여기에 없는 것 같아요. 정말 같은 동포들이고, 평창의 평화 올림픽 기조가 패럴림픽까지 오지 않았나 싶어요. 모든 종목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패럴림픽에 최초로 참여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저희 모든 종사자들이나 봉사자들이 환영하고 있어요. 지나갈 때 먼저 우리나라 봉사자나 전문인력들이 인사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의 문도 많이 연 것 같고요. 굉장히 많이 밝아져서 다들 좋아하고 있어요."

물리치료팀장으로 양기웅 치료사가 해야 할 일 그리고 하는 일은 상당히 많다. 16명 물리치료사들의 업무를 조율하는 '행정'은 기본이다. 물리치료실 방문을 직접 홍보하고, 안내도 한다. "휠체어를 타고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길을 잘못 찾아오면 추위에 더 오래 떨지도 모른다"라며 직접 치료실까지 길안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많은 일을 해내면서 그가 바라는 건 크지 않다. 패럴림픽 선수들이 제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 이곳의 추억을 따뜻하게 간직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인연이 앞으로도 이어지는 것.

"먼저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제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주소를 먼저 물어보거나 알려주는 선수들도 있고요. 영어 잘하는 선생님들 중에서는 서로 트위터 친구도 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올림픽 때나 패럴림픽 때 저에게 치료를 받았던 선수들께서, 밤바다를 보면서 묵었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러 여수를 꼭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수에 제가 운동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전지훈련을 온다든지 혹시 방문하시면 꼭 제가 달려가서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훈련기간에 꼭 해드리고 싶어요. 그때 또 반가운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고생한 선수들이 여수를 찾는다면 신선한 횟감과 힐링이 되는 여수밤바다 투어를 직접 꼭 해주고 싶네요."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이번 올림픽·패럴림픽의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 적힌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기웅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물리치료팀장(47)이 12일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 팀장이 이번 올림픽·패럴림픽의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 적힌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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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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