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컬링 경기에서 서순석 선수가 스톤의 위치를 재고 있다.

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컬링 경기에서 서순석 선수가 스톤의 위치를 재고 있다. ⓒ 박장식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휠체어 컬링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 오후 8시, 강릉 컬링센터에 검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보았던 조끼 같아 가까이 다가가니 등 뒤에 "Cleaning Services"라는 표시가 보였다. 응원을 펼친 이들은 다름 아닌 청소노동자들.

청소노동자들은 평소 경기 중이나 경기 직후 경기장을 종횡무진 오가며 다음 날, 또는 몇 시간 뒤 있을 경기를 준비했다. 이들은 귀가하는 사람들 탓인지, '노 쇼'가 많았던 탓이었는지 관객이 많지 않은 경기장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컬링 오벤저스'를 응원했다.

 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휠체어 컬링 경기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휠체어 컬링 경기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 박장식


"올림픽 때에는 엄청나게 바빠서 경기를 소리로만 들었다"라며 멋쩍게 웃은 이들은 "패럴림픽 때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이렇게 앉아서 경기도 잠깐 보고, 곤란한 상황일 때는 빗자루 가져가서 대신 닦아주고도 싶다"라고 말을 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선수들이 스위핑하며 "영미"나 "초희"를 외쳤기 때문에, 그리고 미디어에 비교적 자주 노출되었기에 컬링 선수들의 이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와 달리 휠체어 컬링 선수들은 서로 이름을 크게 외치지도 않아 선수들의 이름을 쉽게 알기 어려웠다.

선수들 향해 외친 청소노동자들의 응원

 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컬링 경기에서 방민자 선수가 투구하고 있다.

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컬링 경기에서 방민자 선수가 투구하고 있다. ⓒ 박장식


그래서인지 청소 노동자들의 응원 구호는 등 뒤의 '성씨'였다. 방민자(57) 선수의 '방'과 서순석(48) 선수의 '서' 등을 외치며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차재관(47) 선수가 하우스에서 투구할 위치를 잡으며 스틱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을 보며 "저 선수는 성이 무엇이냐"고 하더니, 등 뒤에 적힌 'CHA'를 보고 "차차차 화이팅!"이라는 응원을 외치기도 했다.

상대편 선수인 독일 팀 선수가 실수할 때는 크게 함성을 지르고, 한국의 스톤이 독일의 스톤을 여럿 쳐낼 때는 큰 박수를 보내며 경기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이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이 독일에 3-4로 석패했다. 그럼에도 경기 직후에는 너무 아까웠다며 '한줄평'도 하고, 선수들에게 "괜찮다", "잘 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컬링 경기가 끝난 이후 청소 노동자들이 경기장을 청소하고 있다.

12일 밤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과 독일 간의 컬링 경기가 끝난 이후 청소 노동자들이 경기장을 청소하고 있다. ⓒ 박장식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 이들은 다른 하우스에서 진행된 나머지 경기까지 모두 끝난 후, 다시 쓰레기봉투와 빗자루를 다시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올림픽에 비해 훨씬 여유로웠던 패럴림픽 현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흥 넘치는' 청소 노동자들의 즐거웠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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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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