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김학범 감독 기자회견 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을 맡은 김학범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U-23 김학범 감독 기자회견 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을 맡은 김학범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23세 이하(U-23) 남자축구대표팀이 축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김봉길 전 감독의 뒤를 이어 23세 이하 대표팀의 사령탑에 올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거쳐 2020 도쿄올림픽까지 도전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이다. 23세 이하 대표팀은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고 이광종 감독이 팀을 맡아 28년 만의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아시안게임은 비록 A매치는 아니지만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회라는 점에서 국민적 기대감과 화제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김학범 감독은 대회 2연패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함께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올림픽을 대비한 중간 평가로 받아들이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하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 최고의 선수들을 차출하겠다는 구상도 이미 밝혔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화두는 역시 손흥민과 병역혜택에 관한 문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손흥민 같이 병역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아시안게임 출전이 절박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이라면 강제 차출이 불가능한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의 합류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병역혜택 때문이다. 어느덧 '월드스타'로 성장한 손흥민의 합류 여부에 따라 김학범호의 전력은 물론이고 아시안게임 축구의 흥행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기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역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중에서도 유독 병역혜택이 걸린 대회에서 운이 없었던 케이스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은 충분히 차출가능한 연령대였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빠진 대표팀은 올림픽 동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해 대회에 참여했던 모든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누리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손흥민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드디어 와일드카드로 참여했지만 팀이 8강에 그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뜨거운 감자'가 된 손흥민의 '병역혜택' 문제

'1골 1도움' 손흥민 활약 토트넘, 에버턴에 4-0 대승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7번)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6분 에버턴의 문 안으로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집어넣고 있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에버턴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7번)이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6분 에버턴의 문 안으로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집어넣고 있다.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에버턴에 4-0 대승을 거두었다. ⓒ EPA/연합뉴스


손흥민이 유럽무대에서 어느덧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하며 병역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손흥민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주전급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무대로 돌아와야 한다.

1992년생으로 만 26세인 손흥민은 2008년 동북고 중퇴해 4급 보충역 소집대상자이며 병역법상 군팀인 상무나 경찰청에 입단할 자격을 얻으려면, 28세가 되기 전까지 국내 무대에서 선수활동을 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시기에 유럽무대 경력이 중단되는 것도 아쉽다. 현실적으로 올해 아시안게임은 손흥민이 합법적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2002년대 이후 한국축구가 배출한 주요 유럽파 중에는 대부분 병역혜택을 통하여 성공적인 선수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선수들이 많다. 박지성-이영표(2002 월드컵), 기성용-구자철(이상 2012 런던올림픽) 등이 대표적이다. 축구팬들도 손흥민이 전성기에 군대를 가기보다는 유럽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국위선양에 기여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아시안게임과 별개로 손흥민의 병역의무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민청원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특정 선수 혹은 병역혜택과 관련된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상황은 김학범호나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 손흥민이 한국축구에게 있어서 귀중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대표팀은 그 혼자만을 위한 팀도 아니고 아시안게임이 단지 병역혜택을 따내기 위한 도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여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일단 소속팀 토트넘의 동의가 먼저다. 손흥민이 최근 토트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인정받고 있고 재계약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유리한 입장인 것은 사실이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서 병역면제 혜택을 받으면 주가가 더 높아지니 이득이다.

하지만 2014년 당시 소속팀이던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인천 아시안게임 차출을 거부했던 전례도 있는만큼 확신은 금물이다. 올해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도 있는 데다 토트넘으로서는 팀의 주력 선수인 손흥민이 비시즌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장기간 연달아 대표팀에 차출되는 상황을 달갑지 않게 여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이 없는 상황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만 한다.

공평성 위해 '포인트제' 등 구체적인 방안 마련하면 어떨까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손흥민이 계속되는 슛이 골대를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손흥민이 계속되는 슛이 골대를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병역문제를 두고 특정 선수만이 누리는 혜택보다 새로운 기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해 보인다. 프로야구와 축구, 농구 등 부와 명예를 누리고있는 일부 인기 스포츠에게 있어서 언제부터인가 아시안게임이 대회 우승이라는 순수한 목표보다 '병역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이 대회가 계속될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냉정히 말해 축구나 야구 같은 종목의 경우에 아시안게임은 권위가 높은 메이저대회가 아니다.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 없었다면 아예 해외파나 프로리그 선수들이 참여할 일도 크게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도박 같은 단기 대회 성과에 따라 운좋게 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누구는 병역혜택을 얻고, 누구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무엇보다 모두에게 공평하고 신성해야 할 '국방의 의무'가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고작 '포상'이나 '흥정'의 도구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실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영(FC 서울)이나 나지완(기아 타이거즈)의 사례처럼 병역혜택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수를 초래하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사실 낡은 방식의 병역혜택 제도는 이제 폐지하고 다시 논의되어야 할 시점도 됐다. 차라리 손흥민처럼 대표팀에 오랫동안 꾸준히 헌신한 선수들은 국제대회 성적이나 A매치 기록-출장횟수 등에 따라 '포인트제'를 도입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병역을 연기하거나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이 역시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적어도 논의해볼 가치 정도는 있다.

설사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지 못하거나 금메달에 실패하더라도, 그때는 국가의 부름에 따라 그냥 군대에 가면 그만이다. 다른 종목의 스타플레이어건, 해외에서 인기 많은 연예인 한류스타이건 똑같이 청춘의 시간이 귀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미 축구를 통하여 충분히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손흥민을 두고 병역 의무까지 일일이 걱정해주는 것은 쓸데없는 오지랖에 가깝다. 손흥민 개인이 군대에 가고 안 가는 것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보는 것도 무리다.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잘 나가는 스타 선수 한두 명을 위하여 어떻게든 '특혜'를 주자는 포퓰리즘적 발상보다는, 병역문제로 누구라도 불공평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올바른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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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아시안게임 병역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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