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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동시지방선거일이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초의원(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인 선거구제를 4인선거구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 2인 선거구제의 문제를 담은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연봉 4250만원인 직업을 아무런 경쟁없이 얻을 수 있다면? 이 정도 연봉을 받아도 상근은 안 해도 되고, 일정한 권력도 쥐어지며, 해외연수 등 연봉 외의 혜택도 주어지는 직업이라면?

이런 직업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누군가의 낙점만 받으면 된다. 바로 서울시의 구의원 자리이다. 서울의 구의원 평균연봉은 2016년 기준으로 4250만원에 달한다. 연봉만이 아니라, 구의원이 되면 상당한 권력과 함께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구의원이 되려면 선거에 나가 경쟁해서 당선돼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시에서 무투표 당선된 구의원이 2014년에는 22명에 달했다. 그냥 공천만 받아서 투표도 없이 당선된 것이다. 공천권을 휘두르는 국회의원 등의 낙점만 받으면 연봉 4250만원을 받으며, 동네에서 목에 힘주고 다니는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서울 무투표 당선 구의원 22명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된 구의원이 가장 많았던 구는 은평구였다. 8개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16명의 구의원을 뽑는데, 그 중 가,나,다 선거구에서 뽑힌 6명은 무투표당선됐다. 은평구만이 아니다. 마포구의 경우에도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가선거구와 라선거구에서 무투표당선이 이뤄졌다. 유권자들은 투표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선거구
 선거구
ⓒ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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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울시 구의원 선거에서 무투표당선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1개 지역선거구에서 2명의 구의원을 뽑는 2인선거구이기 때문이다. 2명을 뽑기 때문에, 거대정당이 1명씩만 공천하고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이 출마하지 않으면 무투표당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2인선거구에서는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출마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출마해봐야 2등안에 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에서는 25%의 지지를 얻고도 3등을 해서 떨어진 소수정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들이 여럿 있었다. 그 후보들에게 던진 표는 전부 사표(死票)가 되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아예 출마할 엄두를 못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은평구 6명, 마포구 4명, 강서구 2명, 구로구 2명, 서대문구2명, 성북구 2명, 송파구 2명, 양천구 2명의 구의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아무 경쟁없이 구의원이라는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투표당선이 아닌 지역이라도 특별하게 다르지 않다. 2인 선거구에서는 2개의 거대정당 외에 다른 후보들이 나와서는 현실적으로 당선이 어렵다. 결국 1등, 2등은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가 차지한다. 2014년 서울시 구의원 선거에서 거대정당 소속이 아닌 구의원 당선자는 419명중에서 4명에 불과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이 3명, 노동당 소속이 1명이었는데 모두가 2인선거구가 아닌 3인 선거구였다.


그들은 왜 2인  선거구제에 집착할까
 그들은 왜 2인 선거구제에 집착할까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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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살당공락'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2인선거구에서는 살인자도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님이 오더라도 거대정당의 공천을 못받으면 낙선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시 구의원 선거의 현실이 그렇다.

지금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되었고, 법적으로는 구의원 선거구를 2인선거구로 할 수도 있고, 3인선거구, 4인선거구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 구의원 선거구는 2인선거구가 70% 가량을 차지했고, 나머지 30%는 3인선거구였다. 4인선거구는 하나도 없었다. 그 이유는 기득권을 가진 정당들이 2인선거구를 만들어서 '안전하게 나눠먹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변화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성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인선거구를 0개에서 35개이상으로 늘리는 개혁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반면에 2인선거구는 111개에서 36개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4인선거구가 되면 4등안에 들면 당선되므로, 소수정당이나 정치신인들에게도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대해 자유한국당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반대의견을 낸 것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선거구획정위원으로 추천한 위원을 교체해가면서까지 4인선거구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심상정 의원 공개편지에 추미애 대표 답 없어

"4인 선거구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치신인이 두렵냐?!"
 "4인 선거구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치신인이 두렵냐?!"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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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난 1월 25일 심상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공개편지를 썼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반대하고 있으니 중앙당 차원에서라도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는 여기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추미애 대표의 지역구가 서울 광진구인 것을 감안하면, 침묵은 곧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거대정당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가 정치개혁보다 더 중요하다는 태도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자유한국당이 정치개혁에 협조할 리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너네도 우리와 뭐가 다르냐?'고 하면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4인선거구 확대를 반대하면, 앞으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의 협력도 어렵다. 이들 정당들은 4인선거구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공천이 곳 당선'인 선거제도는 정치의 기본인 경쟁을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싼 비리나 잡음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천=당선'인 2선거거구는 정치적폐 중에 하나이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하려다가 다른 정당들과의 협력관계도 깨지고, 반개혁세력임을 스스로 자인하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이라도 4인선거구 확대에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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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시, #구의원, #2인선거구, #4인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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