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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동시지방선거일이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초의원(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인 선거구제를 4인선거구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 2인 선거구제의 문제를 담은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2005년 대구시의회는 제3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 선거구획정위가 제안한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조례안을 새벽에 본회의를 소집하여 날치기 통과시켰다.

2010년에도 대구시 선거구획정위가 4인 선거구 12개를 포함한 자치구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였지만, 대구시의회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시간을 20분 앞당기면서 다시 12곳 모두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시기 광주시의회도 선거구획정위원회 안을 무시하고 본회의장 앞에서 시위하는 시민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끌어낸 후 모든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인천시의회도 건물을 봉쇄한 채 4인 선거구를 모두 2~3인 선거구로 만들었다. 2014년에도 선거구획정위의 제안과 달리 대부분의 기초의원 선거구가 2인 선거구로 획정되었다.

제7대 동시지방선거일이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초의원(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이 이슈가 되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구는 왜 이슈가 되고 있으며, 광역시도의회는 왜 각계 인사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시하고 2인 선거구를 늘리고자 하는 것일까?

왜 2인 선거구에 집착할까
기초선거구 3-4인 확대 촉구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도내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전북공동행동은 23일 도의회 기자회견을 통해 "2인 선거구는 유권자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불공정한 선거제도"라며 3∼4인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 연합뉴스
선거구가 어떻게 정해지는가에 따라 선거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은 후보자와 정당의 이해관계에는 물론이고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획정안에 따라 광역의원 선거구와 광역·기초 의원정수를 선거 6개월 전까지 정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방선거 때마다 선거구획정이 지연되어 왔다.

이번에도 지난달 13일까지 선거구 및 의원정수가 확정되어야 했지만 이를 포함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미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기초의원 선거구는 광역의회에서 조례로 정하는데, 광역의원 지역구가 먼저 확정된 후 그 범위 내에서 정하기 때문에 기초의원 선거구도 아직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앞의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기초의원 선거구획정과 관련하여 핵심 이슈는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의원의 정수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를 채택하고 있는데, 2인 선거구인지 4인 선거구인지에 따라 기초의회의 정당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당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인 선거구의 경우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 어렵고, 대신 거대 정당이 기초의회를 독점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반면 3~4인 선거구에서는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동반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광역의회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양대 정당은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4인 선거구를 없애고 2인 선거구의 수를 늘리고자 한다.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전국 1034개 자치구·시·군의회 지역구 중에서 2인 선거구가 612개로 약 59%를 차지했으며 4인 선거구는 약 3%인 29개에 불과했다. 15개 광역시도 중 4인 선거구가 전혀 없는 곳도 7개 지역에 이르렀다. 선거 결과 기초의회 지역구 당선자 2519명 중 약 87%인 2195명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서울의 경우 양당 소속이 아닌 의원은 366명 중 단 4명 뿐이었으며, 대전의 경우는 전혀 없었다. 양대 정당 중 한 정당만 지지하는 지역주의 성향이 강한 지역의 경우에만 무소속 후보가 상대적으로 많이 당선되었다. 양대 정당의 경쟁이 치열한 2인 선거구의 경우, 양대 정당 외의 정치지망생들은 아예 처음부터 출마를 포기하기 때문에 무투표로 양대 정당 소속 후보들만 당선되는 일이 흔하게 나타났다.
그들은 왜 2인 선거구제에 집착할까 ⓒ 고정미
2002년 지방선거 때까지 소선거구제였던 기초의회 선거제도를 2006년부터 중선거구제로 바꾼 목적은 양대 정당 중심의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지방정치에 진출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보하고 지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의회를 만드는 데 있었다. 그러나 그간 대다수 기초의원 선거구가 2인 선거구였기 때문에 사실상 양대 정당이 독점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최근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안한 잠정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없던 4인 선거구 35개가 새로이 생기고 3인 선거구도 48개에서 51개로 늘어나며 2인 선거구는 111개에서 36개로 줄어든다. 이 선거구획정안은 자치구의원 1인당 인구수를 최대한 동등하게 함으로써 인구 불비례성을 최소화하고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안이 통과되면, 기존 약 4:1에 육박하던 최대·최소 선거구 인구편차가 1.5:1 미만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지방분권형 개헌, 여기가 바로 출발점
소중한 한 표 행사하는 유권자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일인 4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2018년에는 정치개혁이 중요한 국민적 의제일 뿐 아니라 3~4인 선거구 확대를 원하는 시민단체나 정당들의 목소리도 높아져 과거와 같이 광역시의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 제안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은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의 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서울시의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에도 적극적인 통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선거구획정위 안의 서울시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사는 주로 누가 지자체 단체장으로 선출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그간 기초의회는 지역민의 이해나 다양성이 반영되지 못한 채, 주요 정당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어 왔다. 특히 지역주의 경향이 강한 곳에서는 한 정당이 일방적으로 독주를 하는 모양새였다.

후보들은 주요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것이기 때문에 지역구 현안보다는 공천을 받는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기초의회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선거조직으로서만 활용되는 등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기초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기초의회의 무능과 책임 방기가 모두 선거구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지역현안에 무관심한 기초의회의 현재 모습에 의회 내 다양성과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선거구 문제의 책임이 작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중앙집중형 구조로 말미암은 주민 없는 지방자치와 수도권-지방 간 심한 격차를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논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풀뿌리 정치의 가장 기본 단위인 기초의회가 제 역할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지방분권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 지방선거에 누가 출마하고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방의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일 또한 미래 한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지방분권형 시대의 성패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코 덜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 하겠다.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합리적인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에 대한 언론과 유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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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입니다.

태그:#2인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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