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과 헤비급 챔피언의 '슈퍼파이트'가 성사됐다. 다니엘 코미어와 스티페 미오치치의 7월 경기 예정을 밝히는 UFC.com 홈페이지 갈무리.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과 헤비급 챔피언의 '슈퍼파이트'가 성사됐다. 다니엘 코미어와 스티페 미오치치의 7월 경기 예정을 밝히는 UFC.com 홈페이지 갈무리. ⓒ UFC.com


헤비급 '스톤 콜드' 스티페 미오치치(36·미국)와 라이트헤비급 'DC' 다니엘 코미어(38·미국)의 시합 성사에는 코미어의 결단이 큰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격투기는 대표적 체중스포츠다. 한 체급 차이에 따라 뚜렷한 힘의 차이가 드러난다.

동체급에서 하드펀치로 통하던 선수가 상위체급 파이터 상대로는 위력이 현격하게 줄어들기도 하고 경기운영 자체까지 뒤바꿔야 하는 상황도 온다. 앤더슨 실바가 한 체급 위의 포레스트 그리핀을 일방적으로 압살한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경기는 레벨 차이가 많이 날 때나 가능하다.

어지간한 경기력 격차로는 기술적 수준에서 약간 우위에 있는 것만으로 힘의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아랫체급 챔피언 레벨 선수가 윗체급 상위랭커에게 힘들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동체급 선수끼리도 그러한 격차를 줄이거나 혹은 우세를 점하기 위해 '리바운딩(계체량 후 체중을 다시 올리는 과정)'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최근에는 미국반도핑기구(USADA)가 UFC 모든 선수에게 정맥 주사(링거)를 금지한 상태라 이러한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상태다.

하위체급 선수 입장에서 아무리 자신의 체급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도 상위체급 강자와 맞붙는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금지약물 적발로 커리어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지만, 한때 라이트헤비급 역사상 최강의 파이터로 불리던 존 '본스' 존스(31·미국)가 대표적인 사례다.

라이트헤비급을 '천하통일'에 성공했던 존스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헤비급에서 경기를 가질 것임을 종종 어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존스는 말뿐이었다. 존스는 2012년 당시부터 헤비급 매치를 언급했다. 당시 최고의 포스를 자랑했던 케인 벨라스케즈(36·미국)와 '한판 붙자'는 얘기부터 '도전자 누구누구를 꺾으면 헤비급에서 경기를 가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결국 존스는 헤비급 강자 누구와도 경기를 가지지 않았다. 그가 가장 구체적으로 대진의사를 밝혔던 선수는 브록 레스너(41·미국)였다. 하지만 레스너는 당시 약물파동 등으로 인해 UFC를 떠나 프로레슬러로 활동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 후 돌아와 기껏 지목한 상대가 전성기가 한참 지난 레스너냐며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마저도 존스의 약물 복용이 드러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코미어는 이러저리 재지 않고 단박에 빅매치를 승낙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코미어, 헤비급 제왕 잡아내는 파란 일으킬까?

앞서 언급한 데로 코미어는 미오치치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언더독'(전문가 예상으로 열세)입장이다. 아랫체급 강자가 윗체급 상위랭커를 이긴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힘겹다.

존스 역시 헤비급 강자들을 상대로 승산이 높다고 생각했으면 진작에 슈퍼파이트 혹은 상위체급 정벌에 나섰을 것이다. 존스는 기량도 출중했지만 동체급 최고수준의 사이즈 덕도 많이 본 케이스다. 이를 입증하듯 자신과 대등한 체격의 알렉산더 구스타프손(31·스웨덴)을 맞아서는 위험한 정타도 많이 허용하며 고전을 한 바 있다.

동시대에 함께 군림했던 벨라스케즈는 물론 파브리시오 베우둠, 알리스타 오브레임,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등 상위권 강자 누구를 떠올려도 구스타프손보다 약해보이는 파이터는 없다. 코미어의 결단이 더 대단해 보이는 이유다.

코미어와 맞붙을 미오치치는 헤비급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는 챔피언이다. 성실하고 묵묵한 이미지로 인해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벨라스케즈 등 보다 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강함 하나만 놓고 본다면 좀 더 완성된 파이터라해도 무리가 없다. 타격, 그라운드 모든 부분에서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것은 물론 체력, 맷집 등도 최상급이다.

미오치치는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7·미국)가 그랬듯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체급 내 강자들을 제압해왔다. 로이넬슨, 가브리엘 곤자가 등 베테랑들을 잡아내며 서서히 존재감을 알리더니 2016년 5월 베우둠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오브레임, 도스 산토스와의 화력전에서 승리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헤비급에서 가장 무서운 괴수로 통하던 '포식자' 프란시스 은가누(31·카메룬)의 반란마저 진압했다. UFC 헤비급 역사상 아무도 해내지 못한 3차방어에 성공하며 새로운 역사를 완성한 상태다. 어찌보면 코미어는 약물을 통해 기량이 최정점에 올랐던 당시의 존스보다도 더 강력한 상대와 맞붙게되었다 할 수 있다.

 헤비급 챔피언 미오치치와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코미어의 '빅 매치 성사'에 관해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이 "아주 흥미로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회장의 발언을 옮긴 UFC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헤비급 챔피언 미오치치와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코미어의 '빅 매치 성사'에 관해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이 "아주 흥미로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회장의 발언을 옮긴 UFC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UFC.com


물론 그렇다고 코미어가 마냥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코미어는 라이트헤비급에서 활약하기 이전 헤비급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바있다. 신장은 작지만 조쉬 바넷 등 큰 선수들과의 경기경험이 풍부하다. 현재 체급에서도 경기를 가졌던 대부분 상대가 자신보다 사이즈가 컸던지라 이 부분에 대한 노하우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UFC에서는 그간 다양한 유형의 파이터들이 활약했다. 그중에서도 동급 최강의 레슬링을 갖춘 선수는 다소 단순한 패턴만으로도 상위권에서 맹위를 떨쳤다. 타격, 주짓수를 무기로 하는 선수들은 어느 정도 전략적 대응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탑급 레슬링을 갖춘 파이터같은 경우, 어떤 식으로 나올지 뻔히 알면서도 대처가 쉽지 않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맷 휴즈, 션 셔크, 차엘 소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가 이른바 '묻지마 그라운드'로 지옥의 라이트급에서 무패행진 중이다. 맷집, 체력을 갖춘 레슬러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까다로운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코미어는 자타공인 라이트헤비급 최고의 레슬러다. 학창시절부터 빼어난 레슬러였으며 지금까지도 레슬링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고 있다. 장기인 레슬링을 활용한 패턴이 어느 정도 먹힐 경우 상위 체급 챔피언을 잡는 '대형 사고'를 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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