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머르의 질주  지난 2017년 2월 11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0m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르가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크라머르는 1위를 기록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 크라머르의 질주 지난 2017년 2월 11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0m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르가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크라머르는 1위를 기록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 연합뉴스


'네덜란드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32)가 이승훈(30·대한항공)이 금메달을 목표하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도 출전한다.

네덜란드 매체 텔레그래프 등은 지난 30일(한국시간) "크라머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4개 종목(5000m, 10000m, 팀추월,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크라머는 평창에서 5000m 올림픽 3연패와 팀추월 2연패 등을 노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종목이 있었다. 바로 매스스타트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이 종목에는 한국 대표로 이승훈과 정재원(17·동북고)이 출전한다. 특히 이승훈은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이자 올 시즌 월드컵 랭킹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은 올림픽 초대 챔피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라머는 이전까지 매스스타트에 출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 대표로 매스스타트에 출전한 선수는 요릿 베르흐스마 등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매스스타트에 나서게 된 것은 디소 의외였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 "이승훈, 막판스퍼트 외 다른 전략도 준비해야"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1일 기자와 통화에서 "스벤 크라머가 매스스타트에 출전하기로 한 것은 이미 예상됐던 결과"라고 전했다. 제갈 위원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로 이 종목에 꾸준히 출전했던 요한 베르흐스마가 성적이 좋지 못했다"며 크라머가 매스스타트 대표로 발탁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일 선수의 몸 상태가 좋지 않는 등의 변수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대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제갈 위원은 크라머가 매스스타트에서도 이승훈에게 위협적인 상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스스타트가 장거리 선수에게 유리한 것이 맞다. 크라머가 장거리 종목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주도적으로 나와서 경기를 끌고 가는 능력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이 종목을 타 본 경험이 전혀 없다"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매스스타트 종목의 특성도 크라머에게는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제갈 위원은 "일반적인 장거리와 다르게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라인 없이 경기를 하다 보니 돌발 상황이 굉장히 많다. 크라머는 이점도 경험이 전무하다"도 덧붙였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역시 이승훈에게는 유리하다. 제갈 위원은 "전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맨 안쪽 서비스라인을 기준으로 22mm로 만들어져있다. 그러나 강릉은 유일하게 21mm다. 그만큼 경사가 더욱 가파르고 곡선 코너를 돌아가는데 더욱 까다롭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점을 봤을 때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이 탁월한 코너링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장거리 능력이 크라머에 비해 부족해도 장신의 유럽선수들에 비해 강릉 경기장에서 분명히 유리하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승훈의 레이스 역주 모습

이승훈의 레이스 역주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갈 위원은 이승훈이 주의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유럽 선수들이 팀플레이뿐만 아니라 나라끼리 뭉쳐 전략을 짠 후 협공을 통해 이승훈을 위협할 수 있다. 이승훈은 이미 알려진 대로 후반에 역주를 펼치는 것이 상당히 강한 선수다. 이 점이 유럽선수들에게 타켓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막판 스퍼트 이외에도 다른 대비책을 준비해 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갈 위원은 "매스스타트의 경우 각 나라마다 두 명의 선수가 나오는데 한 명에게 집중을 하고 한 명이 희생하는 역할을 나눠 맡는 경우가 많다. 스벤 크라머가 어느 역할을 맡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크라머는 네덜란드 빙속 장거리 1인자다. 그는 5000m와 10000m, 팀추월 등에서 활약해 왔다. 두 사람의 첫 맞대결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이승훈과 첫 경기였던 5000m에서 크라머는 금메달, 이승훈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10000m에서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경기에 나섰던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낸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경기를 펼친 크라머가 인코스를 두 번 타는 실수를 범하는 실수로 실격된 것이다. 결국 이때 금메달은 이승훈에게 돌아갔다.

4년 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두 선수는 맞대결을 펼쳤다. 크라머는 남자 5000m와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이승훈은 당시 팀추월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로 나서 크라머가 이끄는 네덜란드 팀과 접전을 펼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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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이승훈 스벤 크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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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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