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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연재에서 글의 구성 방법으로 서론-본론-결론과 기승전결 방식에 대해 살펴보면서 이 방법이 고전적인 구성 방법이긴 하지만 실제 글을 쓸 때에 자연스럽게 활용하려면 상당한 숙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한 바 있다.

물론 글쓰기를 도와주는 팁이라는 게 대부분이 이처럼 요령부득인 경우가 많다. 요령을 제멋대로 부릴 수 있으려면 수많은 반복 활용을 시도해 보아야만 한다. 그런데 그 요령이란 걸 몸이 알아차리게 되면 그땐 이미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터득한 상태가 되어 결국 그 요령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열심히 이 요령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시도'해 보라는 동기부여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주제를 벗어난 서두가 지나치지 않을까 싶어 서둘러 제자리 돌아와 글의 구성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나가보자.

글을 구성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는이가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방법론을 찾는 것이다.

같은 주제의 시건 또는 일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에 따라 읽은이가 받아들이는 메시지의 의미에는 온도차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온도차를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구성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 도사들이 오랜 세월 동안 찾고 찾아 실험하면서 최적화한 것이 앞에서 살펴본 고전적인 방법들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방법론이 모든 글에 일률적으로 알맞은 것은 아니라는 데에 이 글은 문제의식을 두고자 한다. 모든 글은 다 제각각의 구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장 자연스런 방법이 가장 최적의 방법이다.

나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하나는 사건이나 일의 시간 순으로 글을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이 갖고 있는 소주제의 중요도 순서로 쓰는 것이다.

사건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는 방법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라. 신기하게도 발단-전개-위기-절정-대단원의 곡선을 그리는데, 이 과정이 시간 순서대로 진행된다.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일이 이 궤적을 그린다.

이 분석은 소설의 구성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 사건에 적용해도 거의 다 통하는 분석틀이다. 

이 방법은 어려울 게 없다. 일이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 쓰면 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따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도 없다. 일이 이렇게 일어났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소설에서는 이 순서를 작가가 의도한대로 바꾸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실용문에서도 이 순서를 바꾸어도 된다. 이럴 경우는 아마도 글쓴이가 나름 소재를 다룰 줄 아는 노련함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사건 안에 있는 소주제의 중요도 순서로 쓰는 방법이다.

사실 이 방법은 기사작성법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역피미드방법이다. 기사를 쓸 때 중요한 내용부터 써내려가 마지막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배치한다. 밑변이 땅에 닿은 삼각형의 피라미드(△)을 거꾸로 세워 꼭지점이 땅에 닿은 모습(▽)을 나타낸다.

물론 이 방법이 기사작성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었던 것은 우선 빨리 기사의 중요 포인트를 체크하고자 하는 독자의 편의성에 기인한 방법이다. 중요한 내용을 기사의 맨 뒤에 배치하면 독자는 그 기사를 끝까지 다 읽어야만 되는데, 시간이 많다면 모르지만 바쁜 일상에서는 그걸 꼼꼼히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독자를 위한 편의적 발상에서 추구하는 작성법이다.

또 하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신문 제작의 편의성을 감안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요즘은 디지털화되어 독자가 읽든 말든 게재할 때 기사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의 무한정으로 담아낼 수 있다. 그런데 종이신문은 사정이 다르다.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편집하다 기사량이 넘치면 줄이면 된다. 그런데 기사를 줄이는 방법이 사실 쉽지 않다. 신문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서 설명해보자.

대부분의 신문의 경우 취재기자가 기사를 출고하면 그 다음에는 편집기자가 기사를 책임진다. 편집기자가 지면을 레이아웃하는데, 그 과정에서 넘치면 줄여야 한다. 그런데 편집기자가 기사를 모두 읽고 줄이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

취재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문 제작은 시간과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임을 감안하면 설령 기사를 다시 작성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편집기자는 한가하게 기사를 다시 읽으면서 줄일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그렇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는 뒷부분을 잘라버리면 쉽게 해결된다. 이런 편의성에서 고려된 방법론이다.

그런데 이 방법론은 오랜 동안 신문제작 현장에서 지금까지 진화를 거듭하면서 최적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크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방법을 우리가 쓰고자 하는 실용문에 도입하면 어떨까. 나는 현실적으로 아주 좋은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적인 방법이든, 시간 순으로 작성하는 방법이든 기본틀은 그렇다 치더라도 갖가지 상황에 따라 변용이 되듯 이 소주제의 중요도 순으로 쓰는 방법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독자는 대부분이 결론을 빨리 알고 싶어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결론을 미리 밝히면 중도에서 읽기를 그만두는 독자들이 있기에 글쓴이가 어떻게 하면 독자를 끝까지 읽도록 만들까 고민하게 된다.

드라마나 신문연재 소설이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다음 회를 꼭 보도록 마지막 부분에 궁금증을 크게 자아내는 내용을 배치)을 쓴다. 결론을 알려줄 듯 줄 듯 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면 관심 있는 독자들은 속는 셈치고 끝까지 따라온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본 방법에 지난 시간에 잠깐 언급했던 두괄식이나 미괄식, 쌍괄식 같은 방법론도 곁들이는 것이다.

글을 구성한다는 것은 사건이나 일, 또는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는 고민의 산물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는 독자가 얼마나 읽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고민한 구성에 따라 글을 쓰고 난 다음엔 늘 독장 입장에서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며 고치는 반복이 필요하다. 아울러 모니터가 가능하다면 읽은이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다음 글을 쓸 때 반영하면 보다 탄탄한 구성력을 갖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이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글 구성법, #역피라미드 , #기사작성법, #시간 순으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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