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쌍용'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과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2018년은 중요한 해다. 두 선수는 올해 6월을 끝으로 나란히 현 소속팀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벌써 두 선수를 둘러싼 이적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오는 여름에는 어쩌면 이청용과 기성용의 축구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국제대회인 러시아월드컵까지 앞두고 있다.

하지만 2018년을 맞이하는 두 선수의 현재 위상은 온도 차이가 제법 크다. 기성용이 잦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완지시티의 주력 선수로 평가받으며 재계약설-이적설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이청용은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어 점점 잊혀진 선수로 전락하고 있다.

기성용의 소속팀 스완지는 4승 4무 14패(승점 16)로 리그 최하위에 그치며 현재 2부 강등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성적 부진으로 폴 클레멘트 감독이 경질된 데 이어 기성용은 현재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성용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어차피 올해를 끝으로 스완지와 계약이 만료되는 기성용으로서는 설사 스완지가 2부리그로 강등당하더라도 팀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오히려 기성용의 잔류가 아쉬운 것은 스완지 쪽이다. 신임 카를로스 카르바할 감독이 기성용을 팀의 핵심전력으로 분류하며 높이 평가한 것도 기성용 입장에서는 호재다. 기성용 측은 이미 강등 경쟁이 어느 정도 확정된 이후에 논의를 하겠다며 스완지와의 재계약 협상 자체를 미뤄놓은 상황이다.

기성용은 최근 겨울 이적시장에서 웨스트햄 이적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성사 여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프리미어리그 수준의 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성용의 가치를 증명한다. 기성용은 스완지를 떠나더라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 초라해진 이청용, 굳건한 기성용... 소속팀은 모두 '강등 전쟁'

 지난 2015년 11월 29일, 기성용 풀타임 출전... 스완지는 리버풀에 0-1 패배

지난 2015년 11월 29일, 기성용 풀타임 출전... 스완지는 리버풀에 0-1 패배 ⓒ EPA/연합뉴스


기성용 입장에서 중요한 변수는 오히려 월드컵이다. 기성용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주전이자 '캡틴'이다. 기성용으로서는 월드컵 본선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이적을 시도하고 새로운 팀에서 다시 치열한 주전경쟁에 적응하는 상황보다는, 최소한 올시즌까지는 안정된 출전 기회와 입지가 보장된 스완지에서 경기감각을 유지하면서 올여름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반면 이청용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2015년 크리스탈 팰리스 입단 이후 벌써 3년이 흘렀지만 마땅히 보여준 것이 없다. 벌써 수 차례의 감독 교체를 거치면서도 한 번도 주전경쟁에서 입지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또한 로이 호지슨 감독 체제 하에서 올 시즌에도 거의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소속팀 팰리스도 5승 7무 10패(승점 22점)로 리그 14위에 그치고 있다. 강등권인 18위 스토크시티(승점 20)와의 격차는 불과 2점으로 팰리스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로테이션 등으로 이청용에게 여유롭게 출전 기회를 줄 상황도 아니다. 공교롭게도 팰리스와 스완지는 지난 시즌에도 나란히 힘겨운 강등권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속한 두 팀이 같은 시즌에 나란히 2부리그로 강등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청용은 이미 볼턴 시절인 2011년에 챔피언십 강등을 경험한 바 있다.

계약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팰리스와 결별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청용에 관심을 보이는 다른 유럽팀이 있다는 소식도 아직 들리지 않는다. 2009년 볼턴을 통하여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할 때만 해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초라해진 입지다.

첼시, 크리스탈 팰리스에 3-0 승리 지난 1월 3일,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EPL 경기에서 첼시의 오스카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과 공을 다투고 있다.

▲ 첼시, 크리스탈 팰리스에 3-0 승리 지난 2016년 1월 3일,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EPL 경기에서 첼시의 오스카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과 공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EPA


일각에서는 이청용이 이제 유럽무대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로 돌아와서라도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팬들이 이청용의 행보에 가장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벌써 수년째 팀내 입지가 심각하게 정체된 상황에서도 이적이나 임대 등 새로운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스널에서 유령선수로 전락하며 끝내 방출당하고 축구 커리어에 아쉬운 점을 남긴 선배 박주영의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청용과 비슷하게 2015년 독일 도르트문트 입단 이후 수년간 전력외로 분류되어 고생하던 유럽파 박주호가 최근 K리그 울산으로 전격 복귀하여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밖에도 김보경, 김진수, 이동국 등 유럽무대에서는 아쉬운 결과물을 남겼지만 과감하게 K리그로 돌아와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한 경우는 많다.

이청용은 최근 K리그 강원의 영입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친정팀 FC서울 복귀설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청용 측은 아직까지 K리그 복귀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다른 해외리그로 진출한다거나 새로운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청용과 기성용, 그라운드에서 함께 웃는 모습 다시 볼까

기성용에 비하여 이청용은 1월 이적시장에서 당장 뛸수 있는 새 팀을 어떻게든 찾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로서 이청용의 망가진 축구 커리어를 그나마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월드컵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경쟁력이 눈에 띄게 하락세인 이청용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청용은 지난 10월 신태용호의 유럽원정 평가전에 차출되었으나 공격과 수비 모두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떨어진 기량과 경기 감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청용의 포지션에 손흥민, 이근호, 이재성, 권창훈, 염기훈 등 대체자원이 풍부하다는 것도 이청용의 대표팀 복귀에 회의적인 반응이 늘어나는 이유다. 현재로서 이청용이 실낱같은 월드컵 출전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K리그든 2부리그든 경기장에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2008년부터 10년 가까이 대표팀의 중추로 활약하며 한국축구의 수많은 영욕의 순간을 함께했다. 월드컵 본선도 두 번이나 경험했다.

다가오는 2018 러시아월드컵은 어느덧 서른의 문턱에 접어든 두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나설 수 있는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축구선수로서 현재 두 선수의 위상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과연 '쌍용'이 같은 그라운드에서 함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시 돌아올까.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기성용이 중원에서 공을 치고 나와 상대 문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기성용이 중원에서 공을 치고 나와 상대 문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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