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 극복 기회 준 한국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중국과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 '공한증' 극복 기회 준 한국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중국과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는 9일 한국과 중국의 첫 경기와 함께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우리 대표팀에게 주축 선수인 손흥민·기성용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얼만큼의 조직력을 다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다. 첫 경기인 중국전은 지난 최종예선 원정경기의 굴욕적인 패배를 되갚아준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경기였다.

허무한 무승부 속 극명하게 드러난 대표팀의 장단점

물론 이번 E-1 챔피언십에 참가한 중국 국가대표팀이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의 팀과 같은 선수구성은 아니다. 22세 이하의 선수가 6명이나 포함되었고, 대표팀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구성된 중국 대표팀은 변화의 모습이 확실하다. 리피 감독 체재로 바뀐 뒤 꾸준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팀이다.

중국 대표팀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우리 대표팀에게 있어 이번 경기는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설욕은 물론이고, 대회의 우승과 성공적인 조직력 향상을 위해서 결과로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던 첫 경기는 허무하게도 무승부로 끝이 났다. 2골을 만들어냈지만 2골을 실점했고,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각각의 2골은 대표팀이 앞으로 키워나가야 할 좋은 점과 고쳐야 할 나쁜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득점 2골이 보여준 대표팀의 장점

중국전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단연 이재성이다. 이번 시즌 K리그 MVP인 이재성은 중국을 상대로 측면에서 맹활약을 보였다. 중국의 압박이 헐거웠던 전반전은 이재성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공격이 진행되었다. 이 날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이재성을 확실한 주축선수로 평가하게 만들었다.

이재성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는 김신욱이다. '김신욱이 대표팀 명단에 들면 공중볼만 올리다 끝난다'는 말을 하던 일부 팬들이 무색하게 김신욱은 중국전에서 폭 넓은 움직임을 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이재성의 역전골을 돕는 과정에서 보여준 헤더 패스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선수와 함께 전반전 공격을 이끈 선수들은 측면 수비수들이었다. 김진수와 최철순은 중국의 측면을 공략하면서 여러 차례 크로스를 올렸다. 이 둘의 크로스에서 득점장면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적인 모습은 상대의 수비에 부담을 주기에 충분했다.

선취 득점 이후 간격 유지와 압박에 문제점을 보인 중국이 당황하는 동안 대표팀이 보여준 공격은 이날 경기의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측면 공격이 살아났고, 그간 해결이 어려워 보였던 김신욱의 활용법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보였다. 실점 이후 빠른 복귀를 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실점 2골이 보여준 대표팀의 단점


반면에 문제점은 언제나 수비였다. 이번 경기 역시 수비진의 조직력 부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었다. 첫 골을 내주는 장면에서는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유지가 되지 않았고, 중국 선수들에 대한 대인마크를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측면 수비가 헐거워졌고, 대인마크에 다시 실패하면서 상대가 아무런 방해 없이 헤더를 성공시킬 수 있게 했다. 후반전 내내 보여지던 대표팀의 집중력 부족이 결국 동점 허용까지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대표팀의 경기력 유지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수비의 조직력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중국을 상대로 2실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지금 대표팀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나타냈다. 또한 경기 후반에 보였던 집중력 저하와 같은 모습도 보완해야할 문제점이었다.

실점장면 외에도 전반전 초반과 후반전에 보인 상대의 거친 압박에 대한 미숙한 대응은 경기 내내 대표팀을 괴롭힌 부분이다. 상대의 거친 압박에도 경기를 조율하고,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부분은 대표팀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상대가 중국이 아닌 더 강한 상대였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고민하게 했던 부분이다.

실험 속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

대표팀은 이제 북한,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다음 상대는 일본에 패한 북한이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한만큼 북한 역시 만만치 않은 전력의 상대다. 중국만큼 강한 압박을 보유한 팀은 아니지만 빠른 역습을 보유한 팀이다. 북한전 역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우승이 목표지만 다른 한 켠으로는 월드컵 이전에 조직력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기는 것과 실험을 통해 대표팀의 조직력을 키우는 것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다면 더 나은 팀을 만들 수 없다.

우승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팀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는 팀이 되는 것이다. 신태용호의 남은 경기들은 첫 경기보다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쉬운 상대, 어려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대표팀만의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실험 속의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 남은 두 경기에서 신태용호가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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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한국 중국 EAFF E-1 챔피언십 신태용호 이재성 김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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