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는 WBC 1라운드 탈락, '금전거래' 최규순 전 심판 사태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원정 관중이 많은 KIA와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순위경쟁도 이어졌다. 이승엽 은퇴 투어 등 다양한 볼거리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IA의 한국시리즈로 2017 KBO리그가 마무리된 지 한 달이 넘었다. 2017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시즌 KBO리그를 돌아보는 의미로 마련한 팀별 결산 시리즈, 일곱 번째 팀은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 다이노스이다.

타선을 이끈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팀 공격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새로운 외국인 타자 스크럭스가 테임즈 못지않은 파워로 타선에 힘을 보탰고, 철벽 불펜을 앞세워 올해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이번 겨울부터 내년 시즌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꽤 많은 NC의 2017년을 정리한다.

 테임즈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올해도 무난하게 PS 진출에 성공했다.

테임즈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올해도 무난하게 PS 진출에 성공했다. ⓒ NC 다이노스


'35홈런' 스크럭스의 활약, 테임즈 공백은 크지 않았던 타선

타율 0.349, 124홈런, 382타점, 64도루. 2014년부터 세 시즌 동안 NC에서 활약했던 에릭 테임즈의 KBO 기록이다. 시즌당 평균 4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평정한 테임즈는 2016시즌이 끝난 이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밀워키로 떠났다. 테임즈급의 타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NC 구단도 잘 알고 있었지만, 테임즈를 붙잡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테임즈를 대신해 NC가 선택한 '뉴페이스' 스크럭스도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했다. 올 시즌 1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0, 35홈런, 111타점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삼진이 134개로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인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파워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테임즈의 공백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햄스트링 부상에도 규정 타석에 진입한 박민우(타율 0.363)를 비롯해 나성범, 모창민, 손시헌, 이종욱 등 주축 타자들도 고른 활약을 펼쳤다. 권희동과 김성욱, 김준완 등 젊은 외야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부여됐지만 손시헌과 이종욱 두 명의 베테랑은 100경기 넘게 나서면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소화한 이호준은 77경기에 출장하면서 타율 0.299 7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팀 내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많은 경기에 나설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부진 없이 무난하게 마지막 시즌을 치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었다. 주전 3루수 박석민의 부진이다. 올 시즌 10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5, 14홈런, 46타점. 전년도(타율 0.307 32홈런 104타점)와 비교했을 때 수치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FA 이적 이후 두 번째 시즌에서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박석민 개인으로서도, 박석민이 잘해줬다면 좀 더 무게감 있는 타선을 형성할 수 있었던 팀으로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NC 타선을 이끈 두 남자, 박민우와 나성범.

NC 타선을 이끈 두 남자, 박민우와 나성범. ⓒ NC 다이노스


'150이닝 이상 소화 1명' 선발은 '글쎄'... 'ERA 2위' 불펜은 'Not Bad'

선발진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낸 투수가 없었다. 10승 이상 기록한 투수는 외국인 원투펀치 두 명밖에 없었고, 장현식 정도를 제외하면 토종 선발의 활약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즌이었다. 토종 선발의 활약에 대한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올 시즌도 선발진의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즌 초반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선수는 단연 맨쉽이었다. 맨쉽은 시즌 개막 이후 7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며 7연승을 질주했다. 7월 19일 한화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8연승을 기록, KBO리그 데뷔 최다 연속 선발 등판 승리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5월 10일 넥센전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두 달여의 공백기를 가졌고, 8월 이후 제구 난조로 전반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NC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지 못한 맨쉽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전했다.

NC가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진입한 2013년 이후 다섯 시즌 동안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한 해커도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마산을 떠나게 됐다. 26경기 동안 160.1이닝을 소화, 팀 내에서 유일하게 1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 투수였다. 12승 7패 ERA 3.42로 기록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NC 입장에서 '1983년생' 해커의 나이와 몸상태를 고려했을 때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선발진에서 수확이 있었다면 장현식의 성장이다. 장현식은 올 시즌 31경기(선발 22경기) 동안 9승 9패 ERA 5.29를 기록했고, 6월 18일 두산전부터는 줄곧 선발로 등판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스윙맨 노릇을 톡톡히 해낸 '1997년생' 구창모의 등장도 반가웠다.

불펜은 선발진보다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29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임창민을 필두로 임정호, 원종현, 이민호 등이 뒷문을 단속했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4.32로 두산(4.31)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고, 11개의 블론세이브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팀이었다.

다만 2015년(14홀드), 2016년(11승) 두 시즌 동안 마운드의 핵심 자원 중 한 명인 최금강이 올 시즌에 크게 부진했다. 39경기 동안 5승 3패 ERA 7.33, 어느 위치에서도 최금강이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수민, 이재학과 더불어 내년 시즌 5선발 후보로 손꼽히는 가운데 올 시즌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2018시즌 NC의 최대 과제는 역시 안방, 주전 포수 김태군의 공백을 해결하는 것이다.

2018시즌 NC의 최대 과제는 역시 안방, 주전 포수 김태군의 공백을 해결하는 것이다. ⓒ NC 다이노스


'PO 진출' 올해도 가을야구 무대 밟은 NC, 지금부터 풀어야 할 과제들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한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에 10-5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롯데를 만나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기는 경기에서는 반드시 타선이 터졌고, 큰 점수 차로 상대를 제압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에 13-5로 승리를 거둘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2차전을 17-7로 내준 NC는 3차전과 4차전에서 모두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4차전을 14-5로 패배하며 1승 3패로 시리즈를 마감하며 NC의 2017시즌도 모두 마무리됐다.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두산에게 올해에도 시리즈를 내줘야만 했다.

NC의 2017년은 플레이오프에서 막을 내렸지만, 새로운 시즌을 향한 발걸음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우선 외국인 투수 해커, 맨십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을 영입하며 선발진 정비에 들어갔다. 다른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 외국인 타자 스크럭스 재계약, 내부 FA 재계약 협상 등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더 많다.

더 큰 문제는 안방이다.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년 동안 주전 포수로 활약한 김태군이 경찰청에 입대하면서 주전 포수가 없는 상태이다. 타격이 아쉽기는 했어도 투수 리드나 수비 능력은 김태군만큼 팀 내에서 좋은 포수가 없기 때문에 그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박광열, 신진호 등 백업으로 나서던 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신생팀 꼬리표를 떼어내고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NC는 올해 1군 무대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와 함께 시즌을 끝냈고, 여전히 과제가 많이 남아있음을 실감했다. 1군 무대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NC가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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