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는 WBC 1라운드 탈락, '금전거래' 최규순 전(前) 심판 사태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원정 관중이 많은 KIA와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순위경쟁도 이어졌다. 이승엽 은퇴 투어 등 다양한 볼거리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IA의 한국시리즈로 2017 KBO리그가 마무리된 지 한 달이 넘었다. 2017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시즌 KBO리그를 돌아보는 의미로 마련한 팀별 결산 시리즈, 다섯 번째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정규시즌 6위팀' LG 트윈스이다.

화끈한 투자로 FA 차우찬 영입에 성공하며 전년도보다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타선은 달라진 게 없었고, 외국인 타자 문제로 시즌 내내 끙끙 앓았다. 기대만큼 차우찬 영입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중심을 잃은 LG는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예상 밖의 결과를 맞이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LG의 2017시즌을 정리한다.

 예상과 결과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예상과 결과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달라도 너무 달랐다. ⓒ 유준상


'선발 ERA 1위' LG, 원했던 선발 야구를 하기는 했는데...

지난해 압도적이었던 두산의 '판타스틱4'는 선발 야구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케이스다. LG 역시 지난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선발 야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FA 차우찬을 영입하면서 선발진 보강에 성공했다. 허프와 소사, 차우찬, 류제국으로 이어지는 4선발로 두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적으로 LG는 올시즌 선발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하며 KIA(2위, 4.31), 두산(3위, 4.43) 등을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팀 평균자책점도 4.30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차우찬 영입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났고,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더욱 탄탄한 선발진을 갖출 수 있었다.

외국인 투수 허프의 경우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뛰진 못했지만, 19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ERA 2.38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소사 팀 내 선발 최다승인 11승을 기록, '이적생' 차우찬(10승)도 힘을 보탰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임찬규는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또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면 김대현의 성장이다. 26경기 동안 5승 7패 ERA 5.36로 기록상으로 봤을 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26경기 가운데 16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선발투수로 성장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시즌 종료 이후에 참가한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통해서 국제대회 무대를 밟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KBO리그 역사상 평균자책점 1위 팀이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적어도 지난해 기록한 4위 이상의 순위를 기록했던 LG에게 6위라는 결과는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용택 트윈스', 박용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나 컸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용택 트윈스', 박용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나 컸다는 것이다. ⓒ LG 트윈스


용택 트윈스, 박용택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타자가 없었다

박용택의, 박용택에 의한, 박용택을 위한 타선이라고 해야 할까. 그 정도로 올시즌 LG 타선은 매우 심각했다.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마운드와 달리 타선은 팀 타율 0.281로 7위에 머물렀고 663타점으로 팀 타점 9위, 110개의 홈런으로 팀 홈런 최하위를 기록했다. 선발 야구만 있었고 그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 기록을 들여다보면 더욱 처참하다. 규정 타석에 진입한 타자는 박용택을 제외하면 양석환 딱 한 명이었고, 양석환도 타율 0.263으로 만족할 만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그나마 17개의 홈런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유강남이 위안거리였고, 나머지 기록은 박용택의 몫이었다.

박용택에 대한 의존도가 올해 갑자기 커진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LG의 공격에 있어서 박용택의 존재 여부는 굉장히 큰 차이를 가져왔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규정 타석에 진입한 타자는 딱 네 명이었는데, 박용택을 제외하면 채은성, 히메네스, 오지환 세 명에 불과했다. 올해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올해는 상황이 악화됐다. 히메네스의 부진, 히메네스를 대신해 영입된 제임스 로니의 부진 및 이탈 등 외국인 타자 두 명이 가뜩이나 토종 타자의 활약이 절실한 LG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박용택의 비중이 더 커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아무리 강한 선발진을 갖췄어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는 팀이라면 결코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매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1979년생' 박용택에게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루빨리 박용택의 빈 자리를 대체하면서 LG 타선을 이끌 야수가 나와야 하는데 오랫동안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게 LG의 현실이다.

 41번이라는 숫자 옆에 새겨진 숫자 9번. '코치'로 LG에 복귀한 이병규의 등번호이다. 여전히 이병규가 떠난 이후 LG는 박용택에 의존하고 있고, 박용택도 뛸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았다고 할 수는 없다.

41번이라는 숫자 옆에 새겨진 숫자 9번. '코치'로 LG에 복귀한 이병규의 등번호이다. 여전히 이병규가 떠난 이후 LG는 박용택에 의존하고 있고, 박용택도 뛸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았다고 할 수는 없다. ⓒ 유준상


방향성 없었던 LG의 2017년, 새해에는 달라질까

정규시즌을 6위로 마감한 LG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외부 영입 없이 2018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KBO리그 복귀를 바라보는 리즈와의 협상을 비롯해 외국인 투수 구성과 관련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외국인 타자 계약 문제 역시 LG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 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외국인 타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7년 LG의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차우찬 한 명 영입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랐고,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했다. 외부 영입의 가장 큰 목적은 팀 성적 향상인데, LG는 그런 면에서 차우찬을 영입한 첫 해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 측면에서 LG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는 하다. '베테랑' 정성훈을 비롯해 2차 드래프트, 보류선수 명단 제외 등을 통해 팀을 떠난 선수가 꽤 많았다. 최근 몇 년간, 양석환, 안익훈, 채은성 등 젊은 야수들이 경기에 나서면서 베테랑 야수들의 입지가 조금씩 좁아지고 있고, 그런 야수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시도이다.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된 LG는 젊은 야수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고 있고, 타선 쪽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를 제외하면 야수 구성이 크게 다를 바가 없고,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주전 야수들을 위협할 야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올해와 비슷하게 야수진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선발 야구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가장 절실하게 느낀 팀, LG였다. 그 어느 팀보다 힘들고 한계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시즌을 보냈다. 단숨에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는 힘들더라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 게 조금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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