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제작사 로봇의 프로듀서 코이데 마사키 PD.

일본 영화제작사 로봇의 프로듀서 코이데 마사키 PD. ⓒ 코이데 마사키


여기 한국인만큼, 아니 한국인보다 한국영화를 더 사랑하는 일본인이 있다. 일본영화, 일본드라마보다 한국영화를 더 많이 보고, 한 달에 최소 한두 번은 자비를 들여 한국에 와야 직성이 풀리며, 그리하여 정병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내가 살인범이다>를 리메이크한 <22년의 고백-내가 살인범입니다>(아래 <내가 살인범입니다>)를 제작해 흥행 성공을 일궈낸 열혈 프로듀서. 일본 제작사 로봇의 코이데 마사키 PD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한국영화계에서도 유별난 그의 한국영화 사랑은 2000년대 초 시작됐다. 한국에서 < 공동경비구역 JSA >와 <선물>, <친구>를 보며 감탄한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과 한국영화를 찾게 됐다는 코이데 PD. 그는 12년 동안 일본의 간판 투자제작배급사인 도에이의 마케팅 부서에서 <에반게리온 극장판> 등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영화계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01년부터 제작사 로봇(ROBOT)에서 어소시에이트(기획) 프로듀서로서 30여 편을 작업했고, < RAILWAWYS, > <연애 징크스>의 프로듀서를 거쳐 2016년 3주간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22년의 고백-내가 살인범입니다>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15년 넘게 한국영화 사랑을 이어가며 한국 영화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그는 현재 로봇 영화부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동시에 일본의 소설, 만화, 연극, 드라마를 한국 제작사와 함께 제작하는 코디네이션 작업도 병행 중이다.

그에게서 듣는 일본과 한국영화계의 현황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 입장에서 그는 코이데 PD는 우호적인 이방인일 수 있지만 한국영화 팬으로서, 또 일본 영화계의 성공한 프로듀서로서 그가 들려주는 고견은 분명 적확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11월 초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코이데 마사키 PD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제작사 로봇과 일본 영화계의 '한국통', 코이데 마사키

 11월 초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한 코이데 마사키 PD.

11월 초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한 코이데 마사키 PD. ⓒ 하성태


- 일본의 유명 영화 제작사 'ROBOT'(로봇)에서 기획 프로듀서로 30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자세히 소개되진 않았지만 <올웨이즈 – 3번가의 석양> 시리즈(아래 <올웨이즈>)는 어마어마한 흥행작이기도 하고, 전후 서민들의 삶을 휴머니즘에 녹여내는 작품 스타일이나 일본영화답지 않게 눈물을 강조한다. 언뜻 한국영화와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판 <국제시장> 같지 않던가? (웃음) 그러고 보면 우리가 그런 작품을 먼저 만들었던 거다.(웃음) 예전 사장님이 도교타워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 전쟁 자체는 나쁘지만, 전후 일본 상황에서 도쿄타워는 대단한 구조물이었다. 그 사장님이 도쿄타워와 관련해서 그 당시 도쿄인들의 감정을 담고 싶어 했지만, 별다른 내용이나 스토리가 없었다. 그때 한 영화 제작부 부장이 원작 만화를 보고 '도쿄타워랑 믹스하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아이디어를 냈다.(웃음)

사실 제작비 100억의 대작인데, 당시엔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이 신인이라 어디도 투자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3개월 정도, 후반 작업하고 VFX에 공을 들여서 3억짜리 데모 릴을 만들었다. 그거라도 있어야 투자사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웃음) NTV(니혼TV) 측에서 감동적이라 평가해줬다.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고, 결과적으로 흥행이 대박 났다.

메이저인 토호가 배급했다는데, 연말 영화에 밀려 11월 초에 개봉했다. 개봉 첫 주보다 2주차, 3주차 성적이 더 올라갔다. 연말에 이어 연초까지 상영하고, 3월 일본 아카메미상 후보에도 올라가면서 롱런했다. 운이 좋았다. <22년의 고백 - 내가 살인범이다>도 개봉 후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 로봇이 제작한 작품 중에서 한국인들이 잘 알 만한 작품이 또 있다면. 
"잘 아시겠지만, <러브레터>가 초창기 작품이다. 후지TV가 우리에게 위탁을 했고, 이와이 슌지 감독의 제작사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제작비 문제도 있었고,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웃음) 일본문화가 개방된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흥행이 잘 됐다고 들었다."

- 한국에선 가히 신드롬이 일었고, 김대중 정부의 일본문화 개방 직후 <러브레터>가 기록한 일본 실사영화 흥행 1위 기록이 오랫동안 깨지지 않기도 했다. <러브레터>는 곧 한국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사도 그렇겠지만, 잘 되는 시기와 안 되는 시기가 있지 않나. <러브레터>가 잘 된 이후에 이와이 슌지 감독은 회사를 나가서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를 만들었다. 그 당시 로봇이 회사의 방향을 잃어버렸는데, 모토히로 가츠유키 감독이 합류하면서 <춤추는 대수사선>이 대박이 났다.

그 이후, 하스미 에이이치로 감독의 <우미자루>(2004)가 성공했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는데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하스미 감독에게 스펙터클 장르의 영화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그 전엔 (최근 <기생수> 시리즈를 만든) <올웨이즈>의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이 2000년에 <쥬부나일>로 데뷔하기도 했다. <태양의 노래>(2006)의 코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이 데뷔하기 전까지 그 세 감독이 로봇의 메인 감독이라고 보면 맞다."

- 감독 외에 로봇의 대표 영화들을 더 '자랑'한다면(웃음). 기억에 남는 작품이랄지. 
"아, 그리고 <란도리>(2001)로 데뷔해서 현재 <리틀 포레스트> 연작을 만들고 있는 모리 준이치 감독도 손꼽을 만하다. 그 외에 대중들에게 알려진 작품은 아무래도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의 작품일 것이다. <올웨이즈> 외에도 <기생수> 시리즈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영원의 제로> 등도 흥행에 성공했으니까."

- <도라에몽: 스탠바이미>는 3D였고, 중국에서도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그렇다면 로봇은 계속해서 소속 감독과 프로듀서와 작업을 이어나가는 건가?
"소속 프로듀서가 몇 명 있는데, 감독과 숫자가 딱 맞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소속이 아니더라도 프리랜서 PD나 감독들과도 작업을 하고 있다. <종이달>이 그런 경우고, <내가 살인범이다>의 이리에 유 감독도 작품과 잘 맞을 것 같아서 연출을 의뢰한 경우다.

유 감독은 부천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독립영화 <거기엔 래퍼가 없다>로 데뷔했는데, 이후 소노 시온 감독의 회사와 작업했던 감독이다. 작품만 맞는다면, 꼭 로봇 소속의 PD나 감독이 아니어도 작업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일본 상업영화도 '투자사 입김'이 센 건 마찬가지

 리메이크와 원작 <나는 살인범이다>의 주연 후지와라 타츠야와 박시후의 포스터.

리메이크와 원작 <나는 살인범이다>의 주연 후지와라 타츠야와 박시후의 포스터. ⓒ 로봇, 쇼박스


- 일본 상업영화는 TV 드라마의 영화화를 비롯해 방송사와의 공동제작도 활발하고, 또 제작위원회가 보편화 돼 있다. 그런 환경에서, 제작사 로봇은 일본영화계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라고 보면 될까.  
"우선 일본의 배급사와 제작사의 현실은, 배급사는 3대 메이저인 토호, 토헤이, 쇼치쿠가 있고, 미 워너브러더스에 이제는 소니 픽쳐스도 일본영화를 제작한다. 여기에 TV 방송국인 NTV(니혼TV), TBS, 후지TV, TV아사히, TV도쿄와 BS(위성)인 WOWOW까지 자체 제작사가 다 갖춰져 있다. 10년 전 정도만 해도 감사회사, 한국으로 치면 메인투자사 아래 제작사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그런 내부 제작사들이 많이 생겼다."

- 한국으로 보면, CJ가 제작까지 겸하는 작품 말인가?
"맞다. 모회사가 메인 투자를 하고 그 아래 제작사들이 만드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올웨이즈>나 <쥬부나일> 때는 우리가 투자사에 제안을 해서 공동제작을 했는데, 지금은 그게 더 어려워진 거다. 로봇 소속 감독들의 작품이야 지금도 그렇게 제안을 하지만, 대개 투자사의 자체 제작사들이 우리 회사나 감독들에게 작품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제작사가 아니라도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들도 너무 많다."

- 저예산 영화라고 하면 어느 정도 예산을 뜻하나.
"3억에서 5억, 7억 원 사이 제작비로 2주 안에 찍는 영화라고 보면 맞다. 감독들은 정말 하고 싶은 오리지널 영화를 저예산일지라도 많이 찍고 싶어 한다. <유레루>, <아주 긴 변명>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그렇고, 니시카와 미와 감독도 예전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그랬다. <해피 해피 브래드>, <해피 해피 와이너리>의 미시마 유키코 감독도 마찬가지고.

그런 감독들은, 당연히 투자가 잘 되면 좋지만, 그게 힘드니까 저예산일지라도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배우와 하고 싶어 한다. 이를테면 아이돌 한 명, 즉 AKB48 출신이나 자니즈 소속 배우를 섭외하고 저예산으로 찍으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2차 판권이 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들도 지금 굉장히 많다."

- 얘기가 멀리 돌아왔다(웃음). 로봇은 어떤가. 상대적으로 대작을 많이 만드는 제작사인데.
"로봇이 대작을 많이 만들기도 했고, 일본 내에서도 대작만 하는 회사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우리도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제안이 (투자자로부터)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우리가 신인이나 저예산을 주로 한 감독과 함께 한다면 스탭 개런티가 올라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쉽지가 않다.

반면 일본에서는 TV도쿄와 같은 방송사와 심야드라마를 만들거나 훌루나 넷플릭스 같이 새로운 플랫폼과 드라마를 만드는 PD들도 많고, 아이돌을 기용한 저예산 영화 등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프로듀서들도 많다. 로봇도 당연히 다양성 영화를 해야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하지만, 당장 2년 후 일본영화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지금도 급속도로 변하는 중이다. 우리 영화 제작부도 40%가 TV 드라마를 찍고 있는 상황이니까."

- 로봇은 어떤 작품을 방송사와 함께 만들었나. 
"<암살교실>도 후지TV가 먼저 제안한 경우다. 방송사에서 원작 만화의 판권 계약을 먼저 했고, 하스미 감독에게 제안을 한 거다. 소재와 주인공이 너무 만화적이라 영화화가 불가능하리라 여겼는데, 하스미 감독이 각색을 아주 잘 해줬다. 히로세 스즈 주연의 <치하야후루>도 NTV가 먼저 제안을 했다. 극장판까지 제작된 <모즈>는 WOWOW와 TBS가 공동으로 기획·개발하고 우리가 제작을 도맡은 프로젝트다."

-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다는 것, 힘들지는 않나?
"제작사 자체가 너무 힘들다. 투자사나 제작위원회 안에도 프로듀서가 있다. 결국 그분들과 의견이 맞으면 되는데…(웃음). 메인투자 회사와 함께 일하기가 예전보다 너무 힘들어졌다. 그들은 자체 제작회사도 있고, 투자도 받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기본적으로 10% 제작비에 투자한다는 입장이다(일본은 아무리 흥행 수익을 크게 올리더라도, 투자 대비 수익 배분이 엄격해서 제작사는 딱 정해진 수익만 가져갈 수 있다 - 기자 주).

그럼 제작비 50%를 대는 메인투자사가 있어야 한다. 기획·개발은 우리가 할 수 있지만, 공동제작사가 붙지 않아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배우 캐스팅도 힘들고, 감독한테 미안해지기도 하고. 제작자로서, 일본 내에서 로봇 같은 자체 제작사는 거의 없어졌다. 대부분 투자사의 자체제작사거나 그들의 기획을 위탁받는 형식이다.

우리는 그 중간에 위치한 회사인데, 제작사 브랜드가 오히려 불편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창의력 있는 작가들이 재능을 펼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암살교실>처럼 잘 된 경우가 있긴 한데, 기획개발 미팅은 적고 유명 감독의 명성과 재능에 기대려는 투자사들도 많다."

<내가 살인범이다> 리메이크, 첫 만남부터 성공까지 

 <나는 살인범이다> 일본 리메이크를 제작한 코이데 마사키 PD.

<나는 살인범이다> 일본 리메이크를 제작한 코이데 마사키 PD. ⓒ 코이데 마사키


- <내가 살인범이다>는 언제 봤나. 리메이크까지 결심한 걸 보면 굉장히 좋게 봤던 것 같다.
"한국 VIP 시사 때 봤는데, 그게 2012년 10월 31일 코엑스였나…. 장원석 대표는 그 전에 소개를 받아서 안면이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는 잘 몰랐다. 영화 속에서 정재영씨가 "책을 제가 썼습니다"라고 하는, 관객들이 다 '헉'하는 그 반전 장면 있지 않나.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닌데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또 코믹 코드가 꽤 있지 않나. 긴장감과 유머가 적당히 섞여서 참 좋았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고. 두 번짼가, 장 대표를 다시 만난 김에 일본에서 리메이크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

- 한국영화의 일본 리메이크가 흔한 작업은 아니다. 정서도 다르고. 어려움이 적지 않았겠다.
"워낙 콘셉트가 신선하니까,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한국의 유료 케이블 채널이라 할 수 있는) 지상파 드라마나 영화보다 WOWOW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원작은 한국영화 특유의 잔혹함이 많지 않나. 일본 역시 살인이나 잔혹함이 있어야 후반 감정이 더 깊어지니까. 그러다가 2년 후인가. 큰 기대 없이 NTV가 주최하는 기획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수백 편 중 결국 최종 7편에 들어갔다. 7편 모두 NTV 영화부의 피디들이 선택한 작품이었다. 그때 이후 공동개발이 시작됐다."

- 일본 영화를 만들기에는 원작에 한국 감성이 세다. 리메이크하는 과정이 살인범을 자처한 남자가 그 과정을 출판하고 대중 앞에 나서는 건 같지만, 디테일들은 변화를 줬다. 
"공소시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원작은 유족이 크게 활약하지 않나. 그런 건 일본 정서랑 맞지 않았다. 원작의 정병길(<악녀>) 감독이 원래 액션감독이었지만, 일본은 액션영화를 찍었다고 해도 그런 장면을 소화할 감독이 없다. 로케이션 허가도 어렵고, 지방에 가야 가능하다. 액션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로봇 소속 작가와 인간드라마 장르로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마지막 장면을 바꾼 것도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서다. 공통 의견은 현재 시점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었고, 영화의 개봉 연도와 영화 속 시간이 똑같이 해야 의미가 더 있겠다 싶었다. 작가가 공소시효와 관련해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1995년이었다. 1995년에 발생한 첫 살인에 이어 공소시효(15년) 폐지 직전에 벌어진 살인이 7년 전, 그래서 2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설정이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던 해와 연결시키는 동시에 고베지진이 있었고 옴 진리교 테러가 일어났던 1995년 연속 살인이 발생하면 디테일도 상쇄하고 경찰들의 혼란상을 잘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소시효와 7년간의 상관관계는 좀 복잡하긴 한데(웃음), 시기를 잡고 살인마가 등장하면 그러한 디테일의 어려움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다."
 
- 한국 원작을 미리 본 일본 관객도 있었을 텐데. 그들의 반응은 어땠나.
"원작보다 일본 버전이 재미없다는 사람도 많았다.(웃음) 후반부의 카 액션이나 1대1 액션이 없어서 아쉽다는 사람도 있긴 했는데, 일본관객 다수가 원작을 못 봐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일본에서 원작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게 사실이니까.(웃음)"

주인공이 투톱이잖나. (<배틀 로얄>의) 후지와라 타츠야와 (<우미자루> 시리즈의) 이토 히데야키. 후지와라는 우리랑은 첫 번째 작품이지만 워너나 NTV와 작업을 많이 했는데, 대중적으로 살인자의 이미지가 컸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짚의 방패>가 딱 그랬고. 우리는 그 이미지가 명확해서 정말 좋았다. 원작의 박시후는 그런 이미지보다는 미소년 이미지 아닌가.

일본 관객들이 보기에 후지와라는 "누가 봐도 걔가 또 살인자네"라고 받아들여서 그런 면이 일본관객들에게 주효했다. 사실 개봉 전부터 스포일러를 많이 걱정했는데, 예상 밖으로 후지와라의 그런 이미지가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반면 이토 히데야키는 형사 역할도 많이 했는데, 선악의 상반된 이미자가 있었다. <악의 교전>에서는 완전 사이코패스였고. 결국 대중들은 "둘 다 어차피 나쁜 놈"이라는 악인 둘의 대결 구도로 보더라.(웃음) 걱정했던 스포일러 문제는 전혀 없었다(웃음)."

- 반전 코드는 한국에서도 스포일러 때문에 고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배우들 이미지 덕에 도움을 받았겠다(웃음).
"원작은 일본에서 소규모 <살인의 고백>으로 개봉했다. 그래서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을 쓸 수 있었고, 그 흥미로운 제목 덕도 본 거 같다. 또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스포일러가 별로 없었다. 살인범이라 주장한 남자가 피해자였다는 반전이 까일 만도 했는데, 너무 충격적이다, 마지막에 눈물이 났다, 그런 반응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운이 좋았다(웃음).

흥행 스코어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했고, 180만 명을 돌파하면서 240억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 후 DVD 등 2차 판권 수익도 냈고. 제작비? 제작비는 공개할 수 없다(웃음)."

일본영화 코이데마사키 나는살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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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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