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이 'FA 대박'을 터트리며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됐다. 프로야구 kt 구단은 13일 황재균과 계약기간 4년, 연봉총액 44억 원 등 총액 88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서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지 1년만에 KBO리그 유턴을 확정지었다.

황재균은 KBO에서 통산 10시즌 동안 1,184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할 8푼 6리, 115홈런, 594타점을 기록하며 공수를 겸비한 내야수로 평가 받았다. 2016시즌에는 롯데 소속으로 생애 최다 홈런과 개인 통산 첫 20-20을 달성하는 '커리어 하이'시즌을 보내며 호타준족의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황재균은 2017시즌 오랜 꿈이었던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홈런을 쏘아올리며 누구보다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빅리그에서 꾸준히 자리잡지 못한 황재균은 총 18경기 출장, 타율 1할5푼4리, 1홈런, 5타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트리플A에서는 98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5리, 10홈런, 55타점을 기록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통할만한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이 사실상 실패로 기울면서 황재균의 KBO리그 복귀는 국내 야구계에서 일찌감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친정팀 롯데를 비롯하여 LG, kt 등이 황재균의 행선지로 유력하게 거론됐고 올해 'FA 최대어'로 거론되며 몸값이 폭등할 조짐을 보였다. 최근 kt가 황재균의 영입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양측 모두 한동안 이를 부정했으나 최종적으로 kt행은 사실로 밝혀졌다. 그동안 신생구단임에도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kt는 구단 역사상 대 규모의 FA 투자를 통하여 그동안 팀의 숙원이었던 대형 내야수 영입에 성공했다.

황재균 투런 추격포 23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롯데 황재균이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과거 롯데 시절 황재균(자료사진) ⓒ 연합뉴스


황재균의 계약을 바라보는 야구계와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KT 측이 밝힌 조건에 따르면 당초 소문으로 떠돌던 '100억' 계약설에는 못 미치지만 88억 역시 엄청난 대형 계약임에는 틀림없다. 역대 FA를 통틀어 최고액 6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3루수로는 사상 2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2016년 박석민이 NC와 계약하며 4년 96억으로 역대 KBO 3루수로는 최고액 계약 기록을 수립했지만 옵션이 포함된 금액이며 순수보장액은 한해 앞서 계약한 최정(SK)과 같은 86억으로 황재균에 못 미친다. 객관적으로 KBO에서의 통산 성적을 감안할 때 황재균은 최정이나 박석민보다 앞선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몇 년간 KBO를 강타한 '타고투저'의 영향을 감안해도 황재균은 한 시즌 최다홈런이 27개이고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 타율을 넘긴 시즌은 2번 뿐이다. 최정은 올해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고 FA 계약 이전 4년간 연평균 22홈런 80타점 이상을 기록하던 선수였다. 박석민도 올해는 다소 부진했지만 FA 계약 이전까지 4년 연속 3할대 이상의 타율-평균 24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타자다.

일부 야구팬들은 황재균의 계약이 다시 한번 국내 FA시장의 '거품'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황재균의 대박은 현재 국내 시장에 공수를 겸비한 대형 내야수가 드물다는 희소성과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경력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시대와 상황을 잘 만난 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과연 황재균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인가' 하는 냉정한 평가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심지어 황재균의 실제 몸값이 알려진 계약보다 더 높은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는 100억 이상의 규모로 계약을 했는데 여론부담을 의식하여 규모를 축소했거나, 혹은 순수 보장액만 발표하고 옵션은 공개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당초 야구계에서 KT행이 공공연하게 사실로 거론되던 분위기에서 발표 시점을 늦춘 것에도 '여론을 의식하여 공개할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서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탈 꼴찌 싸움' 이끌어야 할 황재균

황재균의 계약으로 '해외 유턴파'의 불패 신화는 일종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태균(한화)-윤석민(기아)-이승엽(삼성)-이대호(롯데) 등은 모두 해외무대에서 KBO로 귀환하면서 당시 기준으로 국내 최고대우를 보장받았다. 물론 해외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금의환향하거나, 소속팀의 프랜차이즈스타로서 예우받은 측면도 있지만, 정작 변변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도 해외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대우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해외에서 실패했다는 자체가 선수에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KBO가 실패한 해외파 선수들의 몸값과 시간을 보상해주는 '보험' 취급을 받는 왜곡된 현상이다. 이는 한국야구의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해외에서도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또한 황재균의 이번 계약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FA시장에서도 일종의 기준선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김현수, 민병헌 등 또 다른 FA 대어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황재균의 계약을 지켜본 스타급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황재균 정도의 대우를 요구한다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하지만 올겨울 프로야구 구단들이 예년과 달리 각 구단들이 '묻지마 투자'에 한계를 느끼고 FA시장에서 지갑을 닫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재균은 FA계약 이후 과연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해줘야 몸값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성적면에서 미국 진출 이전의 기록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는 기본이고, 변변한 스타가 없는 KT에겐 간판 선수이자 베테랑 급으로 '탈 꼴찌 싸움'을 이끌어줄 리더 역할도 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메이저리거' 출신이자 그럼에도 'FA 초대박의 주인공'이라는 극과 극의 상반된 이미지는 다음 시즌 황재균의 성적에 따라붙는 그늘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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