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튼의 올 시즌이 심상치 않다. 여름 이적시장을 거치면서 한화로 2300억 원가량을 이적료로 썼지만 별다른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라운드에는 번리에 패배하며 순위가 16위까지 떨어졌다. 시즌을 앞두고 많은 매체에서 분석한 에버튼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에버튼의 패인을 '조직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적시장에서 많은 선수들을 사들인 만큼 조직적으로 다져지기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사실 에버튼의 조직력은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로멜로 루카쿠를 중심으로 코네, 데울로페우와 배리, 클레버리 등이 팀을 떠났고, 무려 9명의 선수가 에버튼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시나리오다. 구단 입장에서는 충분한 돈과 시간을 제공했기에 현재 성적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쿠만 감독의 경질설이 돌고 있기도 하다.

한편 브라이튼의 상황도 썩 좋지 못 하다. '승격 동기'인 뉴캐슬과 허더스필드가 고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이튼만이 하위권에 맴도는 중이다. 34년 만의 승격을 이뤘지만 아쉬운 성적이 계속되고 있다. 중위권 팀에 경쟁력을 보였지만 강팀을 상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다만 저력이 있음은 확실하다. 승격 첫 해에 큰 영입 없이도 웨스트 브롬위치와 뉴캐슬을 잡아냈다.

브라이튼은 시즌을 앞두고 수비력을 강화하려 노력했다. '클럽 레코드'로 매튜 라이언(GK)을 데려온데 이어 잉골슈타트의 풀백과 미드필더인 슈트너와 그로스를 데려왔다. 효과는 꽤 톡톡히 봤다. 7경기에서 9실점으로 막아냈고 그로스는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다른 팀에 비해 적은 이적료를 사용했지만 충분히 의의를 둘 수 있는 성적을 거뒀다.

두 팀의 성적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다. 브라이튼은 승격 후 조금씩 리그에 적응하는 단계에 있으며,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강하다. 본머스에 아쉽게 패한 것을 빼고는 맨시티나 아스날 등 강팀에 승점을 내줬다.

이외의 중하위권 팀에게는 2승 1무 1패로 나름 선전했다. 반면 에버튼은 고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7위를 기록하며 유로파 티켓까지 따냈던 클럽이 맨시티와의 무승부 이후로 연이어 깨졌다. 상대는 첼시, 맨시티, 맨유였지만 에버튼(3경기 0골 9실점)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져야 했다. 에버튼은 중하위권팀이 아닌 '상위권을 노리는' 클럽이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다.

다만 아직 리그는 8라운드만을 지나고 있다. 무려 30경기가 각 팀 별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와 성적도 예측하는 데 무리가 있다. 그래서 브라이튼과 에버튼에게는 15일 맞대결이 매우 중요하다.

전체적인 시즌을 두고 보았을 때,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시점이다. 승리한 팀은 순식간에 9~11위까지 올라갈 발판을 마련한다. 또한 두 팀은 강팀과의 경기를 거쳤기 때문에 남은 일정에 무리를 덜어 줄 수 있는 경기다. 특히 에버튼은 유로파 일정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승점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 반면 패배한 팀은 시즌이 전체적으로 어려워 질 수 있다. 스완지와 크리스탈 팰리스 등 유력한 강등 후보들이 조금씩 승점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애가 탈 두 팀이다.

이번 경기에서 에버튼은 3-4-3 또는 4-2-3-1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최전방 공격수와 2선 자원(그로스 유력)의 전술을 줄곧 이용했기 때문에 두 전술이 효과적이다. 사실 상대방의 공격수가 2명일 때는 스리백 전술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측면의 선수들이 한 명씩 맨투맨 디펜스를 하고 나머지 한 명의 센터백이 빈 공간을 메꿔주는 플레이가 유용하다. 그러나 에버튼은 이 전술을 사용했을 때 불안정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므로 쿠만의 한 수가 무엇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스리백 전술을 고수한다면 뛰어난 컨디션의 센터백이 중앙에 선택되어야 한다. 지난 맨유와의 경기에서 윌리엄스가 중앙 수비를 맡았지만 크게 흔들리며 4실점을 내줬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는 필 자기엘카의 출전이 어렵다. 경미한 부상으로 잠시 팀을 이탈하였기 때문에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쿠만의 선수 기용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자기엘카 뿐만 아니라 바클리, 콜먼, 퓨네스 모리, 볼라시에와 맥카시는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브라이튼은 4-4-1-1 포메이션이 유력하다. 팀의 중심에는 '이적생' 그로스가 2선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른 공격수가 최전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뉴캐슬전에서 가위차기로 결승골을 넣었던 헤메드가 퇴장으로 결장하기 때문. 이런 상황이 에버튼전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력이 맞아가는 상황에서 '팀 내 평점 3위'인 헤메드의 이탈은 아쉽게 느껴진다.

브라이튼이 에버튼을 잡기 위해서는 더 섬세한 찬스 메이킹이 필요하다. 먼 거리에서의 롱볼 슈팅에서 강점을 보였으나 세밀한 공격이 아쉬웠다. 또한 경기당 0.8~0.9회의 슈팅을 기록하는 등 찬스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지난 아스날과의 경기에서는 수비가 최선을 다 했으나 공격에서 슈팅이 1회에 그쳤다. 공간 지배 능력도 조금 떨어지는 수치다. 브라이튼의 공격이 왼쪽에 치중된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여러 급소를 보완해야 한다. 수비에서는 스테픈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스날전에서 무려 5개의 태클을 성공시키며 실점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통계 전문 <후스코어드>는 이번 경기의 승자로 브라이튼을 점쳤다. 브라이튼은 지난 아스날전에서 0-2로 졌지만 충분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에버튼의 약진이 후스코어드의 예측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양 팀의 상황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만큼, 재밌는 경기가 예상된다. 한국시각으로 15일 오후 9시 30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스타디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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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 브라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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