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은 지난 2013년 러시앤캐시 베스피드라는 이름으로 창단했지만 이들의 이름이 V리그에 등장한 것은 2012-2013 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캐피탈의 운영포기로 한국배구연맹 임시관리 구단이 된 드림식스는 2012-2013 시즌 러시앤캐시의 스폰서 지원을 받아 운영됐다(아이러니하게도 드림식스는 2012-2013 시즌 정규리그 4위에 오르며 창단 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드림식스를 인수하려 했던 러시앤캐시는 우리카드와의 인수 경쟁에서 패하고 말았다. 이에 러시앤캐시는 직접 제7구단을 만들기로 계획을 바꾸고 2013년 '월드스타' 김세진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한 러시앤캐시 베스피드를 창단했다. 2013-2014 시즌 정규리그 6위에 머문 러시앤캐시는 이듬 해 팀 이름을 OK저축은행으로 바꾸고 '괴물' 로버트랜디 시몬을 영입하면서 창단 2년 만에 V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5-2016 시즌까지 챔프전 2연패를 차지하며 남자부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OK저축은행은 시몬이 떠난 2016-2017 시즌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며 최하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1년 만에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천국에서 꼴찌라는 지옥으로 추락을 경험한 것이다. 지난 시즌의 시련을 계기로 다시 팀을 재정비한 OK저축은행은 2017-2018 시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괴물' 시몬이 떠난 OK저축은행, 속절 없이 최하위 추락

 지난 시즌 송희채마저 없었다면 OK저축은행은 정말 끔찍한 시즌을 보낼 뻔 했다.

지난 시즌 송희채마저 없었다면 OK저축은행은 정말 끔찍한 시즌을 보낼 뻔 했다. ⓒ 한국배구연맹


시몬이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V리그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OK저축은행에게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은 매우 불행한 소식이었다. 더 이상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시몬을 데리고 있을 수 없게 된 OK저축은행은 V리그 역대 최초로 외국인 선수를 위한 특별 송별회를 개최했다. 어쩌면 다시는 없을지 모를 최고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해준 것이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시몬이 떠난 직후부터 커다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폭발적인 공격력과 강력한 서브, 위력적인 블로킹 능력, 그리고 V리그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까지 겸비한 시몬의 자리는 아무나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쿠바 대표팀 주장 론란도 세페다를 지명하며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OK저축은행에게 다가올 후폭풍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월드리그가 진행 중이던 작년 7월 쿠바 남자배구 대표팀 8명이 성폭행 혐의에 연루됐고 그 중엔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세페다도 있었다. '당연히' OK저축은행과 세페다의 계약은 파기됐고 OK저축은행은 몬테네그로의 마르코 보이치를 영입해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르코는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발목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았고 OK저축은행은 모로코 출신의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등록명 모하메드)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OK저축은행은 한창 순위 경쟁이 치열한 2~3라운드 구간에 7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순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결국 OK저축은행은 7승29패(승률 .394)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뒤늦게 합류한 모하메드가 23경기에서 527득점(득점8위)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OK저축은행의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1년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추락을 경험했지만 '살림꾼' 송희채의 성장은 그나마 김세진 감독을 웃게 만들었다. 무릎 수술을 받은 송명근 대신 OK저축은행의 공수를 책임진 송희채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334득점(15위, 국내선수 8위)을 올리고 세트당 6.02개(4위)의 수비(리시브+디그)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세진 감독의 지도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2017-2018 시즌

 지난 시즌 부상으로 12경기 출전에 그친 박원빈은 이번 시즌 자신의 건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12경기 출전에 그친 박원빈은 이번 시즌 자신의 건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 한국배구연맹


최하위로 추락했다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며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만들어낸 OK저축은행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다. 부상에 허덕이던 주전 선수들이 건강하게 복귀하고 평균 이상의 외국인 선수만 합류한다면 얼마든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팀의 창단 감독으로 OK저축은행을 이끌었던 김세진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발 빠르게 팀의 재정비에 나섰다.

먼저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는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벨기에 출신의 브람 반 덴 드라이스를 지명했다. 브람은 2016-2017 시즌 프랑스리그 득점 1위에 올랐던 검증된 공격수다. KB손해보험과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김요한과 이효동 세터를 영입하며 높이 보강과 곽명우 세터의 군입대 공백에 대비했다. KB손해보험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던 김요한은 OK저축은행 이적 후 센터 변신을 꾀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이번 시즌 키플레이어는 뭐니뭐니해도 '돌아온 에이스' 송명근이다. 지난 시즌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14경기에서 167득점을 올리는데 그친 송명근은 지난 천안·넵스컵에서 52.33%의 공격성공률로 경기당 평균 19득점을 기록했다. 송명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송희채의 존재감이 부쩍 커진 만큼 두 선수의 콤비가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OK저축은행의 레프트 라인은 2015-2016 시즌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원빈과 짝을 이룰 센터 한 자리를 정하는 것도 이번 시즌을 앞둔 김세진 감독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지난 천안·넵스컵을 통해 김요한의 센터 변신은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만약 김요한이 센터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194cm의 한상길이나 192cm의 김정훈 등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선수가 주전 센터로 나서야 한다. 그만큼 박원빈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세진 감독은 한양대 시절 월드리그 공격상을 수상했고 삼성화재에서는 겨울리그 9연패를 이끌었다. V리그 감독으로서도 첫 3년 동안 2번의 우승을 경험하며 엘리트 코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김세진 감독에게 지난 시즌 최하위는 그의 배구 인생에서 좀처럼 없었던 낯선 경험이었다. 김세진 감독의 지난 시즌 추락이 '짧은 슬럼프'로 끝날지 '본격적인 시련'으로 이어질지는 2017-2018 시즌 OK저축은행의 성적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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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프리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김세진 감독 송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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