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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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 '나루'(조아인 분)와 김상헌(김윤석 분)이 나눈 민들레꽃과 송파강의 꺽지 이야기는 영화 <남한산성>의 명대사 중의 하나다. 나루가 "나중(민들레 필 무렵)에 다시 돌아오시면 송파강에서 꼭 꺽지를 잡아 대접해 드리겠다"고 했고, 김상헌은 "개나리가 피게 되면 그때 꼭 오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상헌의 자결로 끝내 지켜지지 못했지만, 대화 중에 등장한 '꺽지'는 아무리 큰 전쟁을 겪고 수난을 당하더라도 반드시 맞이할 희망을 암시하는 소재로 충분했다. 이로 인해 영화의 유명세와 함께 민물고기 꺽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정말 극 중의 나루의 말처럼 쉽게 꺽지를 잡을 수 있을까?

꺽지는 물이 맑고 자갈이 많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하천에서 사는 고유종으로 3∼5월 수온이 20℃가 넘어야 알을 낳고 활동을 시작한다. 일단 영화에서 말하는 민들레와 개나리 피는 시기와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쉽게 잡을 만큼 결코 쉬운 물고기는 아니다.

꺽지는 산란 후 수정란을 지키며 바위 밑에서 주로 갑각류나 수서곤충을 먹고 산다. 낮에는 여간해서는 바위 밑에서 떠나는 경우가 없다. 꺽지를 잡는다고 사람이 다가가거나 그물을 가져다 대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맨손으로는 잡기 힘든 이유다. 단, 꺽지는 파장을 감지하고 있다가 은신처 주변을 침범하거나 다가오는 생물체들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공격한다. 

 일명 '꺽지킬러'라 불리는 스피너. 물속에서 요란하게 돌아가는 금빛 블래이드의 유혹을 떨치긴 힘들다.

일명 '꺽지킬러'라 불리는 스피너. 물속에서 요란하게 돌아가는 금빛 블래이드의 유혹을 떨치긴 힘들다. ⓒ 김학용


그래서 꺽지는 루어(인조미끼)낚시로 잡아야 하는데, 털 바늘이 달린 '스피너'는 '꺽지 킬러'로 불린다. 스피너는 철심에 블레이드(날개)와 털이 달린 몇 개의 낚싯바늘로 이뤄져 있다. 금빛의 스피너를 던진 후 빠르게 끌어올리면 물의 저항을 받아 블레이드가 요란하게 회전하는데, 이때의 반짝임과 파동이 꺽지를 유인하는 것이다. 은신처 주변을 침범한 스피너를 도저히 용납하지 못한 꺽지의 성격상 돌 틈에서 튀어나와 스피너를 덮치고 만다.

요즘 섬진강 주변 하천에서는 꺽지낚시가 제철이다. 서너 번 캐스팅에 한 마리꼴로 올라오며 손맛을 톡톡히 즐길 수 있다. 25센티급의 대어는 꾼들 사이에서 '맥주병'이라 불리는데 손맛은 어떤 어종보다 강렬하다.

그렇다면 눈이 녹고 민들레꽃 피는 봄날에 나루가 꼭 대접하겠다던 꺽지는 과연 어떤 맛일까? 꺽지는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회, 구이, 탕, 찜, 튀김 등 어떤 요리를 해도 맛있다. 그중에서도 매운탕은 민물탕 중의 단연 지존이다. 배를 따고 내장만 손질하면 버릴 것이 거의 없다. 흡사 고등어처럼 잔가시가 거의 없으며 살이 단단하고 쫄깃해 소금구이로도 일품이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다시 물이 흐르면 어린 소녀 나루는 이토록 맛있는 꺽지를 잡아 돌아올 수 없는 할아버지를 영원히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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