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팬들은 올시즌만큼은 에밋이 패스에 눈뜬 산왕전 서태웅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KCC팬들은 올시즌만큼은 에밋이 패스에 눈뜬 산왕전 서태웅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는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팀 중 하나다. 부상병들의 귀환, 외부선수 영입 등으로 인해 대대적 팀 개편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존 우승 후보들에게도 변화가 생긴 만큼 KCC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분위기다.

최하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KCC 전력은 많은 편에서 대폭 바뀌었다. 지난 시즌 KCC는 핵심선수였던 전태풍(37·178cm), 하승진(32·221cm), 안드레 에밋(35·191cm)이 모두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이들이 처음부터 함께한다.

꼴찌의 아픔을 달래주었던 팀의 미래 송교창(21·201cm), 최승욱(23·192cm)도 한결 성숙된 모습이 기대된다. 거기에 비시즌간 리그 최고의 토종 공격수로 꼽히는 이정현(30·191cm)을 FA 역사상 최대 금액인 9억 2000만 원에 영입했다.

박경상(27·180cm), 김민구(26·191cm), 김지후(26·187cm), 박세진(24·201.5cm), 주태수(35·200cm), 송창용(30·192㎝), 신명호(34·183cm), 이현민(34·173cm) 등 백업 선수진도 탄탄하다. 지난 시즌 좋지 않은 성적으로 인해 다가올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높은 지명권 행사가 가능해져 거물 신인 영입도 가능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대해볼만한 시즌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고대하던 맞춤형 장신 외국인선수 로드

국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토종 전력이 좋아도 이른바 용병농사를 실패하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KCC 역시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선수 구성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올 시즌 KCC는 기존 에밋과 3년 연속 함께 하는 가운데 찰스 로드(32·200.1cm)가 가세했다. 추승균 감독은 외국인드래프트에서 과거 우승의 영광을 함께한 에릭 도슨(33·200.8cm)을 지명했으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대체 외국인선수로 로드를 데려왔다.

사실 로드는 KCC팬들이 오래전부터 탐내던 선수다. KCC가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하승진을 도와 골밑에서 함께할 파트너가 필수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은 높이 자체가 무기이기는 하지만 사이즈가 큰 만큼 기동성이라는 부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슈팅력 또한 좋지 않아 골대에서 떨어지게 되면 공격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때문에 하승진과 호흡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높이는 있되 너무 느려도 안 되고 활동 폭이 골 밑에만 집중되어도 곤란하다. 거기에 하승진의 좁은 공수 범위를 전천후로 커버할 능력 역시 요구된다. 기동성을 바탕으로 포스트 인근에서 스크린플레이, 속공 및 패싱게임, 블록슛에 참여하며 미들슛 등 어느 정도 슈팅력까지 갖춰야 한다.

하승진이 있을 때는 물론 없을 때 원센터 역할도 가능하면 금상첨화다. 이른바 4-5번 역할이 모두 소화가능한 스트래치형 빅맨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허재 감독 시절 함께 우승을 일군 마이카 브랜드(37·207cm)같은 스타일이 거기에 해당된다. 아니면 기동성은 다소 떨어져도 확실한 골밑 장악력을 갖춘 크리스 다니엘스(33·206.7cm)같은 유형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추감독 체제에서 이같은 장신외국인선수는 사실상 구하기 힘들었다. 가뜩이나 쓸만한 장신용병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에밋을 먼저 선택해놓고 2라운드로 마음에 드는 선수를 데려오기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 로드 역시 KCC에서 원하는 스타일이기는 했으나 지명순위문제로 늘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은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지며 로드를 합류시킬 수 있었는데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다.

 에밋과 로드는 KCC판 서태웅-강백호가 되어줄 수 있을까?

에밋과 로드는 KCC판 서태웅-강백호가 되어줄 수 있을까? ⓒ 전주 KCC


KCC판 서태웅과 강백호, 제대로 된 조화 보여줄까?

일단 외국인 구성만 놓고 보면 최근 몇 시즌을 통틀어 가장 좋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는 남아있다. 에밋과 로드는 기량만 놓고 보면 확실히 검증된 선수이기는하지만 둘 다 어느 정도 관리가 필요한 유형이다. 잘 쓰면 어느팀 용병 부럽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골치를 썩일 수도 있다. 개개인은 물론 조합 면에서도 그렇다.

인기 농구만화 '슬램덩크'에 비교해보면 에밋은 전형적인 서태웅과다. 에밋의 공격력은 국내최고 수준이다. 유연한 스탭을 바탕으로 내외곽을 넘나들며 고득점을 쌓는데 능하다. 더블팀이 붙은 상황에서도 어렵지 않게 드라이브인이나 포스트업, 페이스업을 성공시키며 거리가 조금만 떨어졌다싶으면 3점슛, 미들슛을 작렬한다.

단신으로 분류되는 선수이기는하지만 탄탄한 웨이트까지 가지고 있어 공중에서 상대 빅맨과 부딪혀도 어지간해서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득점을 성공시킨다. 적어도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약점이 없는 전천후 에이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농구는 조화의 스포츠다. 에밋의 이런 득점본능을 잘 활용하려면 다른 외국인선수는 궂은일에 집중하며 호흡을 맞춰야한다. 안타깝게도 그간 에밋의 파트너는 강백호, 채치수과가 아닌 같은 서태웅과였다. 리카르도 포웰(34·196.2cm), 리오 라이온스(30·205.4cm) 등은 기량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공을 오래 소유한 채 공격에 집중하는 장신 스윙맨 타입이었던지라 에밋과 시너지효과가 전혀 나지 않았다.

외려 둘이 득점을 놓고 자존심 싸움까지 벌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팀플레이를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1+1이 3,4가 되기는커녕 2조차도 되지 못했다.

로드는 강백호와 닮아있다. 빼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골밑을 지배하며 경기분위기까지 지배할정도의 역량을 갖췄다. 문제는 만화속 강백호가 그렇듯 집중할 때와 집중하지 못할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집중할 때의 로드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빅맨 중 한명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해 못할 플레이를 남발하며 팀을 위기에 빠트리기도 했다. 로드에게 늘 '관리'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던 이유다.

'슬램덩크' 마지막 회에서 서태웅, 강백호는 전국대회 우승팀 산왕공업을 맞아 농구에 대해 좀 더 눈을 뜨게 됨은 물론 예전에 없었던 최고의 호흡까지 보여준다.

서태웅은 자신보다 한수 위인 산왕 에이스 정우성에게 경기 내내 고전한다. 아무리 이를 악물고 애를 써도 당장은 기량의 차이를 넘어설 수 없었다. 그 순간 서태웅이 선택한 것은 '맞불'이 아닌 '패스'였다. 농구는 단체 스포츠다. 자신이 아닌 동료가 골을 넣어도 어차피 득점은 올라간다. 서태웅은 그동안의 스타일에 패스플레이를 장착해 정우성에 대항한다.

마지막 산왕을 무너뜨린 결승골도 그러한 플레이에서 나왔다. 서태웅은 자신에게 상대수비가 몰린 상황에서 빈곳의 강백호를 발견했다. 평소 사이가 좋지 못했거니와 공격적인 부분에서 미덥지 못했던 강백호였지만 서태웅은 그 순간만큼은 동료로서 믿었다. 결국 강백호는 서태웅의 패스를 받아 슛을 성공시켰고 둘은 열정을 담은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KCC가 원하는 것도 이러한 그림이다. 에밋이 패스에 신경 쓰는 서태웅이 되어주고, 로드가 집중모드의 강백호로 뛰어준다면 용병농사에 있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 추감독의 지도력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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