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은 KBO 야구 역사의 기념비적인 날이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1-2위 그리고 3-4위의 순위결정전과 레전드의 은퇴식이 치러졌다. 잔여경기를 시작할 때가 되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던 예년과 달리 5경기 모두 눈을 뗄 수 없는 중요한 경기였다. 반전은 없었다. 10월 2일 기준으로 앞서고 있는 팀들이 그대로 순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시즌 마지막 중요한 경기에서 승부를 갈랐던 시점을 토대로 3경기(무승부로 끝이 난 NC를 제외)를 되돌아보겠다.

➀ 기아 VS KT: 3회 1사 1루 김선빈의 다이빙 캐치

3회 말 시작 전 스코어는 2대0으로 팽팽한 접전의 경기였다. 기아타이거즈는 2점차로 불안한 리드 상황이었다. 2회까지 잘 던지던 헥터가 이진영-로하스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고 윤석민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여 1실점을 한 뒤 1사 1루 상황이었다. 타석에는 KT 타선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유한준의 타석이었다. 2스트라이크를 잡은 4구째 중견수 쪽으로 날린 강한 타구를 김선빈이 몸을 날려 잡아냈다. 빠졌다면 1루 주자 로하스의 빠른 발을 감안할 때 동점도 가능했을 타구였다. 1사 1,3루 혹은 동점에 2루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막은 것이다. 동점이 되었다면 불안한 쪽은 기아였다. 1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급해질 수도 있었다. 꽤 중요한 흐름의 변화였다. 리드를 유지한 채 분위기를 가져오는 수비로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4회초 3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더욱 기아 쪽으로 몰고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결정적인 수비 하나였다.

➁ 두산 VS SK: 7회 함덕주 대신 이현승

일정이 불규칙해진 9월 중순부터 두산의 불펜이 단단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데에는 함덕주의 불펜 전환이 가장 컸다. 김강률 한 명에 의존하던 불펜진에 선발에서 10승을 할 수 있는 투수가 불펜에 가세했다는 건 뒷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귀하다는 왼손투수기에 좌완불펜이 없는 두산에 안성맞춤인 카드였다. 7회 상황을 되짚어보면, 김명신이 올라와 동점을 허용했다. 주자는 2,3루에 노수광이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벤치는 좌타자를 막기 위해 이현승 카드를 꺼내들었다. 9월 12일 이후 단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은 선수를 위기상황에 올렸다. 시즌 마지막 경기기에 함덕주의 휴식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음에도 이현승 카드를 선택했다. 결국 적시타를 허용했고 1점차로 두산이 패배하게 되었다. 함덕주가 8회 1사부터 9회까지 던진 것을 감안해 볼 때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좌완투수를 두고 이현승을 선택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가을야구에서 필요한 선수이니 점검을 위해 올린 것이라면 조금 더 편한 상황에서 올리는 것이 맞다. 7회 유희관, 8회 이용찬 대신 이현승을 점검하기 적절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➂ 롯데 VS LG: 문규현과 번즈

롯데도 홈에서 3위를 확정 짓기 위해서는 1승이 필요했다. 레일리가 6회까지 좋은 피칭을 보이다가 7회에 동점을 허용했다. 7회말 맞은 무사 1,3루 기회에서 스퀴즈를 성공시켰다. 2구에 스퀴즈 사인을 내 상대의 허를 찌른 작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번트를 결승타라고 한다.

물론 이 번트도 좋았고 꼭 필요한 점수였지만 흔들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2사 3루 전준우 타석에서 번즈의 스킵 동작을 칭찬하고 싶다. 정찬헌의 변화구가 원바운드 되자 거침없이 홈으로 쇄도 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망설임이 없었다. 스퀴즈로 흔들어놓은 상대 내야진을 더욱 맥 빠지게 했던 주루라고 생각한다. 이 추가점이 결국은 롯데를 3위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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