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2017시즌 가을야구 진출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LG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3-5로 패하며 실낱같이 이어오던 마지막 5강 희망이 사라졌다.

68승 3무 70패를 기록중인 LG는 이제 남은 3경기에서 전승하더라도 고작 71승에 그쳐 5위 SK 와이번스(73승 1무 68패)와의 격차를 뒤집을 수 없다. LG의 탈락과 함께 SK는 최소 5위를 확보하며 5강 막차티켓을 잡는 데 성공했다.

LG는 올시즌 가장 기대를 모았던 팀중 하나였다. LG는 지난해 리빌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고,지난 겨울에는 FA 이적시장에서 투수 최대어 차우찬까지 영입하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2017시즌을 앞두고 두산, 기아, NC 등과 함께 최소한 4강 이상의 전력으로 평가받았고 어쩌면 우승까지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모았다.

LG는 시즌 개막 이후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순조롭게 2017시즌을 출발했다. 그랬던 LG가 어느덧 시즌 막바지에 들어 지금 5할승률도 장담하기 어려운 7위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진행되어갈수록 LG의 불안요소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승후보' '막강 투수진'의 포장 뒤에 가려진 LG의 실제 전력은 오히려 허점 투성이였다.

'막상투수진' 포장 뒤에 가려진 실제 전력

LG는 팀평균자책점에서 리그 1위(4.29)를 기록하고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불명예 진기록을 세웠다. 심각한 공수불균형이 발목을 잡았다. LG의  타격은 타율(.282)과 출루율(.349) 7위, 타점(654개) 9위, 홈런(108개) 꼴찌 등으로 대부분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공교롭게도 하필 팀 홈런(233개) 1위팀인 SK가 LG를 따돌리고 5강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또한 같은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이 팀홈런 2위(175개)로 장타력있는 타자들이 즐비한 것과 비교할때 LG의 빈약한 화력은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올시즌만 놓고보면 LG가 그만큼  현재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타고투저' 시대의 트렌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야구를 펼쳤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 LG의 주전급 타자중에서 다른 팀에서도 주전으로 통할만한 선수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만 38세의 노장인 박용택이 팀내 타율·타점·최다안타 등 각종 수위를 휩쓸 정도이고 다른 선수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타격 주요 부문 2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를 보기 힘들다. 현재 팀내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긴 선수도 유강남(15개)을 비롯하여 박용택-양석환(이상 14개) 등 단 3명뿐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LG가 지난 몇 년간 강력하게 내세웠던 '리빌딩'의 효율성을 무색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도 타선 약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는 올스타 휴식기 후 왼쪽 발목 부상으로 부진하던 루이스 히메네스를 방출하고 메이저리그 출신의 거포 제임스 로니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KBO리그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다가 갑작스러운 2군행 지시에 불만을 품고 지난달 돌연 팀을 무단 이탈하여 미국으로 돌아갔다.

LG는 현재 외국인 타자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고 있다. 제이미 로맥(SK), 윌린 로사리오(한화), 제이비어 스크럭스(NC) 다린 러프(삼성)같은 장타력 넘치는 외국인 거포들의 활약상은 LG팬들에게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지만 방어율 1위라는 수치상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임팩트가 떨어졌다. 헨리 소사(11승)와 차우찬(10승)이 두 자릿수 승리로 체면을 세웠지만 다른 팀 외인 에이스와 FA 대어들에 비하면 평타 수준이었다.

오히려 1선발로 기대했던 허프(6승, 자책점 2.39)가 부상으로 18경기 출전, 116.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친 게 아쉬웠다. 류제국(8승. 5.35)과 임찬규(6승. 자책점 4.49)는 기복이 심했다. 다른 팀에 비하여 연패를 확실히 끊어줄만한 스토퍼가 부족했고, 선발투수들이 호투한 경기에서도 저조한 타선 지원과 불펜 난조로 승수에서 손해를 보는 경기가 유독 많은 편이었다.

당초 강점으로 예상됐던 LG 불펜은 이미 시즌 첫 단추부터 구상이 어긋났다. 지난해 마무리 역할을 해줬던 임정우가 WBC대표팀 차출기간 동안 어깨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마땅한 대체자를 구하지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시즌 초부터 '집단 마무리' 체제를 유지했지만 불확실한 분업화와 잦은 등판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투수들의 피로도를 높였다.

LG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던 2014년과 2016년에는 불펜이 후반기 상승세의 든든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중요한 순간마다 불펜 난조로 다잡은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늘어났던 장면이 뼈아팠다.

양상문 감독에게만 책임 물을 수 있나

비난의 화살은 특히 양상문 감독을 향해 쏠리고 있다. 2014년 시즌 중반에 부임한 양 감독은 LG를 무려 두 번이나 플레이오프로 이끈 공로에도 불구하고 정작 LG 팬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감독은 아니다.

소위 양상문 스타일이라고 불리우는 불펜진의 '이닝쪼개기'나 타선의 '좌우놀이', 유연하지 못한 용병술과 경기운영 등은 성적이 좋았을 때도 자주 지적받았던 단점이다. 특히 올시즌에는 몇 년간 양상문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제공했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정체되며 LG에서 최대업적이라고 할만했던 '리빌딩과 세대교체' 효과마저 부정당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양상문 감독과 LG의 계약기간은 올해를 끝으로 만료된다. 올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만큼 실망도 컸기에, 냉정하게 말해 재계약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많다. 사실 시즌 후반기부터 이미 양 감독의 재계약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후임 감독에 대한 소문까지 흘러나온 것도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감독으로서 성적부진에 일정한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올시즌 LG 부진의 책임을 양상문 감독에게만 모두 전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사실 리빌딩은 1~2년만에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도 팀이 주춤할 때 양상문 감독의 선수기용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후반기 LG를 플레이오프까지 이끈 주역이었다. 채은성, 오지환, 이형종, 이천웅 등 지난 시즌에 비하여 성장세가 아쉬운 선수들이 많았지만 이들중 상당기간 몇 년에 걸쳐 꾸준히 검증된 선수들이 아닌 이상, 올시즌에는 하락세를 겪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충분히 감안해야했다.

LG는 지난 겨울 95억을 들여 차우찬을 영입했다는 이유로 마치 엄청난 투자를 단행한 것처럼 인식됐다. 물론 큰 돈을 들이기는 했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당시에도 '오버페이' 지적이 따라붙는 차우찬 한 명을 영입한 것으로 실제 LG의 전력이 크게 향상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력 누수 요소가 훨씬 많았다.

차우찬의 반대급부로 선발요원인 우규민을 삼성에 내줬고, 믿었던 1선발 허프와 마무리 임정우의 잇단 부상 공백, 팀내 유일한 장거리 타자였던 히메네스의 부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박용택을 제외하면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상수'들이 흔들리다 보니 연쇄적으로 팀전체가 불안정해지는 변수를 초래했다.

LG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경기 안에서 감독의 용병술도 문제가 있었지만, 경기장 밖에서 선수단 전력을 확충하고 현장을 지원해야할 구단의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프런트가 야심차게 주도한 로니의 대체영입은 안 하느니만 못한 재앙으로 끝났고 국내 선수들을 활용한 트레이드도 적극적인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희생과 모험없이 젊은 선수들이 알아서 크지 못한다고 들볶는다고 저절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의 성과에 지나치게 고무되어 올시즌에 대한 준비와 대처가 다소 안이하게 느껴졌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양상문 감독이 떠나더라도 리빌딩과 세대교체에 대한 기존의 노선은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올시즌의 성적에 대한 냉정한 공과는 지도자만이 아니라 프런트도 함께 공유해야할 부분이다. 외국인 타자와 FA 영입을 통한 타선보강은 필수가 됐다. LG에게 올시즌은 결국 용두사미로 마감하게 됐지만 결국 리빌딩이라는 명분도 꾸준한 투자 및 성적과 병행이 되어야 더 설득력을 가질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가르쳐준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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