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근 1년째 정체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돌입 이후 졸전을 거듭한 끝에 겨우 본선행 자격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 전 감독이 지난 6월 카타르전 패배 이후 경질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격동의 1년을 보낸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제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다.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이후 대한민국 축구는 요동쳤다. 아시아권에서도 허덕이는 축구 수준은 도마 위에 올랐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이어진 인터뷰 혹은 세레모니는 큰 논란이 됐다. 그리고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복귀설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축구를 요동치게 했다.

히딩크 감독의 직접적인 발언이 아닌 측근에 의해 흘러나온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복귀 희망설은 기정사실화되었으며 이를 근거로 하여 대한민국 축구팬들의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전방위적인 비난과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조금은 냉정하게 복귀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거스 히딩크, 우리는 또 한 명의 영웅 잃을 수 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의 영원한 영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축구 변방' 대한민국을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올려놓은 영웅이다. 그의 지도력과 리더쉽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 축구와 교류하며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의 영웅이고 의인이다. 

하지만 현재 큰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해답이 히딩크 감독이 될 수는 없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폄하하지 않겠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몇 차례 지도자로서 실패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지도력에 대해 깎아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6년 9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시민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6년 9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시민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다고 현재의 대표팀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낸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에서 부임하여 자칫 좋지 않은 성적을 낼 경우 우리는 2002년의 영웅을 잃을 수 있다. 우리는 영웅을 역적으로 만드는 데 익숙하다. 1998년에 차범근 감독이 그랬고, 2014년에 홍명보 감독이 그러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히딩크 감독이 혹시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부임하였을 때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이해하자는 여론이 있다면, 2개월 전 신태용 감독 부임하였을 당시 여론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부임 이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력의 극적인 반전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히딩크 감독에 대한 비판은 불 보듯 뻔하다. 아마 유로 2012 예선에서 터키를 유로 2016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탈락시킨 사례까지 들어가며 경질론과 함께 2002년 4강의 기억마저 퇴색하려 들 것이다. 허정무 감독의 감독 복귀설이 나돌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쾌거마저 박지성의 개인 기량의 힘으로 퇴색하려 드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왜 유독 신태용 감독에게만 가혹한가

신태용 감독은 흔히 이제까지 세 번의 실수와 실패를 했다고 평한다. 첫 번째는 2015년 1월, 리우 올림픽 예선이었던 카타르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2-0으로 이기고 있음에도 공격적인 축구를 유지하다 2-3으로 역전패를 당한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 8강 온두라스전에서 1-0으로 패한 것이다. 마지막은 올해 한국에서 열린 2017 U20 월드컵 포르투갈전 3-1 패배다.

하지만 이러한 패배들을 모두 신태용 감독의 탓으로 돌리기는 힘들뿐더러 실패라고 단정 짓기도 힘들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올림픽 축구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시되었는가. 또한 20세 이하이기는 하나 아르헨티나를 이기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16강 상대 포르투갈 역시 대한민국이 승리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국가였다. 골짜기 세대를 이끌 고는 올림픽 8강을,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U20 월드컵 16강을 이뤄낸 감독에게 가해지는 현재 비판의 강도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왜 유독 신태용 감독에게만 가혹한가. 3개월 전만 해도 신태용 감독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확고했다. 특히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다른 감독들에 대한 맹렬한 비판까지 서슴지 않으며 신태용 감독의 부임을 지지했다.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부임한 지 2개월 흐른 현재, 부임 후 2경기를 치른 현재 신태용 감독에 대한 지지는 사그라들고 비판과 비난만이 남았다. 신태용 감독은 해외파와 국내파를 합치면 고작 3일 남짓한 훈련을 거친 뒤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 임했다. 국내파를 조기 소집하기는 했지만, 평가전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축구를 국가대표팀에 입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태극전사 26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8월 1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태극전사 26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임 당시 대중은 신태용 감독에게 소방수 역할을 부탁했다. 월드컵 진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월드컵에 진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부임 직후 대중은 혹시나 남은 2경기에서 신태용 감독 특유의 공격 축구로 인해서 되레 실점하지 않겠냐는 걱정의 시선이 많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안정적인 운영을 택해 무실점으로 두 경기를 마쳤다. 그간 전술에서 변칙 전술로 주목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정도를 택했다.

지금은 신태용 감독 향한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다

지금은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7월 부임 당시 본선 진출 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1년도 채 안 남았다. 소방수 역할이 익숙한 신태용 감독은 한국 축구의 위기 속에서 다가올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본격적인 출항도 하기 전에 거센 파도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한 신태용호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버텨야 하지만 그 왕관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다.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게 해주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축구가 러시아 월드컵까지 순항하도록 돕는 일 것이다.

한국 축구는 히딩크 감독 이후 감독 대행까지 포함해 12명의 감독이 거쳐 갔다. 충분한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 채 성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주먹구구식 선임과 경질, 사퇴가 이어지며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 변화의 흐름 속에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불과 2개월 전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함께 해달라고 대중이 부탁했다. 이러한 어려운 선택을 내린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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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신태용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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