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이 절로 나온다. 8월 LG의 팀 타율은 NC에 이어 가장 낮고, 장타율은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는 우승후보로까지 손꼽히며 올해도 가을야구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 LG의 행보라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발목 부상으로 20일 넘게 자리를 비운 오지환,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는 양석환 등 부상과 부진을 이유로 이탈한 타자가 꽤 많고 외국인 타자 제임스 로니마저 지난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2군행 통보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로니는 갑자기 짐을 싸 미국으로 멋대로 돌아갔고 29일 LG는 로니에 대해 임의탈퇴 공시 신청을 했다. 여러모로 꼬이고 있는 LG는 지난 27일 두산전까지 8월 21경기에서 8승 1무 12패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FA' 차우찬을 영입하며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고, 선발 투수들은 시즌 내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야구는 아무리 혼자 잘해도 득점 지원이나 수비 안정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길 수 없는 스포츠이다.

 30일 현재 8월 팀 타율 9위, LG 타선의 현주소이다.

30일 현재 8월 팀 타율 9위, LG 타선의 현주소이다. ⓒ LG 트윈스


'8월 장타율 최하위'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타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가장 최근 경기였던 27일 두산전을 기준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가운데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박용택 단 한 명뿐이다. 1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 역시 박용택밖에 없다. 손주인(91경기), 유강남(89경기), 정성훈과 채은성(88경기), 안익훈(81경기)이 그나마 기회를 많이 받은 편이지만 이들은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LG의 8월 팀 타율은 0.277로 시즌 팀 타율(0.287)보다 낮다. 더 큰 문제는 장타율이다. 8월 팀 장타율이 0.377로 리그 최하위에 해당하는 수치를 나타낸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장타율이 낮은 NC(0.408)과 비교해봐도 차이가 크다.

후반기 흐름이 좋은 두산이나 롯데의 타선을 살펴보면, 테이블세터부터 하위 타선까지 쉬어갈 타순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지붕 두가족' 두산의 타선은 LG와 정반대의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두산은 8월 한 달간 팀 타율 0.299(3위), 장타율 0.469(2위)를 기록하며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타격에서의 좋은 흐름은 수비로 이어졌고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며 후반기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책(13개)를 기록하고 있다. LG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부러워 할만하다.

수준급의 타선이 아니더라도, 테이블세터와 하위 타선이 부진하더라도 중심 타선에서 한방을 터뜨리는 타자가 있다면 갈증이 해소될 수 있는데 현재의 LG는 중심타선조차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한마디로, LG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박용택만 조심하면 된다. 박용택을 상대로 잘 넘어간다면 투수들 입장에서는 나머지 타자들과의 승부가 순조로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장타력을 갖춘 제임스 로니와 양석환도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상황이다.

박용택의 고군분투, 젊은 야수들의 응답은 대체 언제쯤

또 박용택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박용택이 LG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팀 내 주요 타이틀 타격 부분 1위만 보더라도 도루(이형종, 10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박용택의 몫이다. 타율도, 홈런도, 타점도, 출루율과 장타율도 박용택의 이름이 가장 먼저 보인다.

그러나 '1979년생' 박용택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박용택이 빠진 타선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언젠가는 박용택이 없는 타선을 꾸려야 한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현재만 보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용택 은퇴 이외에도 LG의 과제는 많다. 당장 올시즌이 끝나면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내년까지 활약할 양석환도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의 행보가 LG 타선의 미래를 판가름할 수 있다.

7위까지 처진 LG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올시즌만의 위기가 아닌, 향후 LG의 미래가 달려있는 위기일지도 모른다. 팀 없는 LG 타선의 현주소, 이제는 젊은 야수들이 응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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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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