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간) 유럽의 유력 매체들이 킬리안 음바페의 임대 이적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어린 나이에도 소속팀 AS 모나코를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까지 진출시킨 음바페는 이번 여름 유럽 이적 시장의 최대어였다. 소년이지만 벌써 거물이 된 음바페를 결국 손에 넣은 클럽은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이다. 아직 파리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공신력 있는 매체들이 상세한 계약 조건까지 말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음바페의 이적은 기정사실이다.

음바페는 만 18세의 나이로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에서만 15골 8도움을 기록했고,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서는 9경기에 나서 6골을 터뜨렸다. 어린 나이부터 활약한 리오넬 메시의 18세 때의 퍼포먼스와 비견해도 크게 밀릴 것이 없을 정도로 음바페의 지난 시즌 활약상은 대단했다. 음바페는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 능력을 가졌고, 결정적으로 문전 앞에서 침착함을 가지고 있다.

전 유럽이 음바페에게 매료됐다. 수많은 클럽들이 음바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스페인의 거함이자 현재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칭송받는 레알 마드리드부터 잉글랜드의 아스날과 리버풀도 음바페를 원했다. 파리에게 네이마르를 내준 FC 바르셀로나도 한 때 후보군으로 꼽혔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택한 파리

음바페를 원했던 많은 클럽 중에 음바페와 가장 가까이 있던 클럽은 단연 레알이었다. 레알은 지네딘 지단 감독 아래에서 성공적으로 세대 교체를 진행 중이다. 음바페는 이런 세대 교체의 방점이 될 만한 인물로서 안성맞춤이다. 때문에 레알은 적극적으로 음바페를 원했다. 더욱이 음바페의 '드림 클럽'이 레알 마드리드라 알려져 있었기에 레알이 합당한 이적료만 지불하면 쉽게 음바페를 품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던 클럽이 있었다. 바로 파리였다. 물론 네이마르 이적을 통해 막대한 자본력을 과시한 파리도 음바페 영입을 원하는 구단 리스트에 올라가 있긴 했지만, 네이마르 영입으로 이미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한 파리는 '음바페 이적 전쟁'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였다.

네이마르를 영입하면서 유럽 축구의 '현재'를 사들인 파리는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클럽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미래'에도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 네이마르에게 3000억 가까운 돈을 소비했음에도 음바페 이적에 있어서 1억7천500만 유로(약 2320억원)을 기꺼이 지불했다.

파리가 상상초월의 이적 시장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난 시즌의 실패에 대한 반대 급부로 보인다. 파리는 2012-13 시즌부터 프랑스 리그 4연패에 성공하며 프랑스 무대의 절대적인 1강으로 떠올랐지만 지난 시즌 AS 모나코에게 패권을 내줬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매번 파리의 발목을 잡았던 바르셀로나에게 '누캄프의 기적'을 선사하며 16강에서 무너졌다. 유럽 무대 제패를 위해 기존의 로랑 블랑 감독 대신 세비야의 UEFA 유로파리그 3연패 신화의 주인공인 우나이 에메리까지 데려왔지만 실패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더 큰 클럽으로 나아가기 위해 파리가 선택한 것은 돈으로 스타 선수를 사는 것이었다. 파리가 단기간에 진정한 빅클럽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바르셀로나처럼 유소년 시스템을 정착시켜 스타를 스스로 길러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레알 혹은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처럼 선수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클럽이 되기에는 역사의 깊이가 얕았다.

방법이 어찌됐던 간에 파리는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군림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 기존의 에딘손 카바니와 앙헬 디마리아 등과 '차기 축구 황제' 네이마르와 폭발적인 성장세의 음바페를 영입하면서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수준급 공격수를 잔뜩 보유하게 됐다. 이탈리아의 핵심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도 지켜냈고, 브라질 국가대표 수비진도 파리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이미 네이마르는 적응 기간도 필요 없다는 듯이 프랑스 리그1의 수비수들을 농락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AS 모나코의 반격이 만만치 않겠지만, 모나코는 이미 핵심 선수들 대부분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파리의 독주가 예상된다. 문제는 챔피언스리그다. 파리의 전력이 매우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허나 레알, 뮌헨, 유벤투스 등의 클럽보다 좋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하기는 어렵다. 천문학전인 돈으로 유럽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구매한 파리가 과연 자본의 힘으로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유명무실해진 'FFP 룰'

파리의 입이 떡 벌어지는 이적 시장 행보에 파리 팬들은 물론이고 프랑스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프랑스 리그는 스페인과 독일 등에게 밀려 오래 전부터 유럽의 '2등 리그'로 전락했다. 단번에 리그의 위상을 올리기는 어렵겠지만 파리가 이적 시장을 주도하고 나아가 유럽 무대마저 제패하면 프랑스 리그와 파리의 동반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비싼 선수들을 사들이는 파리의 행보에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거액의 이적료로 선수를 사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지난 10년 간 축구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돈으로는 트로피를 살 수 없다'는 축구계의 격언은 사라진지 오래고,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고비용 고효율' 시대가 도래했다. 많은 약소 클럽들이 거대 자본가와 손을 잡고 성장했고, 전통의 강호들도 돈이 없으면 쉽게 무너졌다. 자본가의 유입은 이제 축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현대 축구에서 자본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정함에도 파리의 이번 이적 시장 행보에는 비판이 필요하다. '이적료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룰'을 어기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유럽의 모든 클럽은 FFP 룰(UEFA Financial Fair Play Rule)에 적용을 받는다. 재정 페어 플레이 룰이라 불리는 FFP 룰은 구단이 자신들의 수익에 맞춰 클럽을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간단히 말해 클럽이 벌어들인 만큼만 돈을 이적 시장 등에 지불하라는 의미다. 수익보다 지출이 많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FFP 룰은 클럽 사정을 넘어서는 과도한 씀씀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UEFA의 방침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중동 자본의 유입이 이 제도의 탄생의 원인이다. 중계권료, 스폰서쉽 등의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거대 자본가인 구단주의 개인적인 자금으로 클럽이 운영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잉글랜드의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처럼 새롭게 부임한 구단주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면 다행이지만 많은 클럽들이 잠깐 거쳐가는 자본가들에게 놀아났다. 대표적인 클럽이 스페인의 말라가다. 중위권 클럽이었던 말라가는 2010년 카타르 왕족 출신의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부자 클럽'으로 올라섰다. 2011-12 시즌 전 판 니스텔로이, 산티 카솔라 등을 영입하면서 '말락티코'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강력해진 스쿼드로 강등권과 중위권을 오가던 말라가는 챔피언스리그에도 진출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말라가의 구단주는 첼시의 로만 아브라히모비치처럼 클럽에 관심이 없었다. 이스코와 산티 카솔라 영입 과정에서 상대 클럽에게 이적료를 늦게 혹은 아예 지불하지 못하기도 했고, 세금 미납과 일부 선수들의 임금 지불를 연체하기도 했다. 믿었던 자본가에게 배신당한 말라가는 빠르게 와해됐다. 스타 선수들은 한 두 시즌 만에 팀을 떠났다. 결국 말라가는 현재 스페인의 중위권 클럽으로 위치하고 있다.

말라가가 겪었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FFP 룰의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지만 요원하다. 이미 많은 빅클럽들이 편법으로 FFP 룰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이미 존재 자체를 위협받던 FFP 룰은 파리로 인해 사실상 힘을 잃게 됐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FFP 룰을 무력화 시킬 방법을 구비하고 네이마르를 영입한 파리는 '1년 임대 후 이적'이란 방식으로 음바페 이적에 있어서도 대놓고 편법을 동원했다.

UEFA가 파리의 행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알 수 없지만, 불법이 아닌 법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기에 큰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급하게 만들어졌던 FFP 룰은 급하게 만들어진 만큼 급속도로 유명무실한 룰이 되어가고 있다. FFP 룰로 인해 오히려 FFP 룰을 피해갈 방법이 없는 약소 클럽과 그렇지 않은 클럽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다.

유럽 제패의 야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편법도 불사하고 있는 파리. 파리의 비상식적인 행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UEFA.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유럽 축구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파리 생제르망 음바페 네이마르 FFP 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