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드>의 포스터. '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머드>의 포스터. '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 (주)프레인글로벌


영화 <머드>는 미시시피강 하류에 사는 14살 소년 엘리스(타이 쉐리던)가 무인도에서 머드라는 남자를 만나며 생긴 일을 그린 성장 영화다. 머드(메튜 멕커너히)는 사랑하는 연인 쥬니퍼(리즈 위더스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적인 남자로, 이곳에 오게 된 것도 그녀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드러내 놓고 다닐 형편이 되지 못했다. 쥬니퍼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머드는 그녀에게 위협적이었던 남자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경찰과 그 남자의 가족으로부터 추격당하고 있었다. 무인도에 숨어들어 온 머드는 그곳에서 앨리스와 그의 친구인 넥본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사랑에 관해 많은 관심을 두는 사춘기 소년들의 눈에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희생적인 머드는 영웅이 되기에 충분했다. 소년들은 이 멋진 영웅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믿음이 생긴 것이었다.

영화 전반의 내용은 사랑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맹목적이기까지 한 어찌 보면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머드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혼의 위기에 직면한 앨리스 부모의 사랑과 소년 앨리스가 겪게 되는 사랑 이야기가 섞여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문명사회인 도시 사람들 속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쉬웠을 것인데 영화<머드>는 문명과는 거리가 먼 미시시피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의 독특한 삶을 소재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사랑 이야기와 조금은 동떨어진 환경적인 요소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인간의 삶과 사랑, 특히 매혹적인 이성 간의 사랑은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되도록 현대문명과 거리가 먼 삶을 택한 것은 아닐까 싶다. '머드'라는 이름도 태초의 인간인, 흙으로 빚어진 성경 속의 아담을 떠올리게 한다. 아담은 땅, 흙이라는 어원을 가진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

 엘리스와 넥본은 홍수로 떠내려 와 나무에걸린 배를 보기위해 무인도에 왔다가 머드를 만난다.

엘리스와 넥본은 홍수로 떠내려 와 나무에걸린 배를 보기위해 무인도에 왔다가 머드를 만난다. ⓒ (주)프레인글로벌


영화는 원시적인 미시시피강의 풍광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으며 등장인물들 역시 자연과 매우 가까운 사람들이다. 강은 그들의 터전이며 강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만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인물들이다. 어떻게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 이런 삶이 있을까! 대단히 흥미로운 배경이다. 미시시피강 근처에 살았던 제프 니콜스 감독은 이곳 사람들의 순수성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태도는 순간순간 만나는 일이나 사람들에게 매우 충실하다. 자신에게 위험한 결과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만나고 믿고 또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깊게 남는다.

'머드'는 원시적인 인간의 순수함 원형 그 자체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작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을 상징하며 벌거벗겨진 불안한 존재는 현대인들이 미신이라는 것으로 치부하는 신념을 믿고 산다. 치유의 신이 신었다는 행운의 부츠며 뱀에 물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뱀 문신을 하였다. 자신을 돌봐준다는 셔츠를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그 옛날 사람들의 모습과도 같다. 그는 어린 시절 결정적인 순간 만난 쥬니퍼를 인생의 여자라 각인한다.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랜 시간 쥬니퍼를 지키고 그녀를 위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맹목적인 그의 사랑도 현실적인 위험 앞에서 결국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앨리스 역시 첫사랑의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되고 또 앨리스 부모는 세월의 흐름에 달라져 있는 자신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혼하게 된다.

영화는 삶과 사랑을 분리하지 않고 서로 맞물리는 삶의 중요한 자리로 놓고자 한다. 그것은 만남과 이별이라는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살아가는 것의 또 다른 형태다. 하지만 이들이 선택한 기준은 실익을 따져 선택하고 사랑마저도 쉽게 포기하는 현대인들의 그런 기준과는 다르다.

건져야 할 것 vs. 떠내려 보낼 것

 넥본과 그의 삼촌 갈렌, 갈렌은 강 밑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아간다.

넥본과 그의 삼촌 갈렌, 갈렌은 강 밑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아간다. ⓒ (주)프레인글로벌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미시시피강이라는 배경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이 있다. 앨리스의 절친 넥본의 삼촌으로 나오는 갈렌(마이클 섀넌)이다. 감독은 자신의 페르소나인 그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갈렌은 엘리스에게 말한다. 홍수 때에는 강에 많은 것이 떠내려오는데 건져야 할 것과 떠 내려보낼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위험한 인물 머드를 도와주는 것이 걱정되어서 하는 이야기로 살짝 나오는 대사이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주제다.

큰 강인 미시시피에는 홍수 때마다 많은 것들이 떠내려온다. 영화 성립의 기본 상징이 되는 나무에 걸린 커다란 배 역시 홍수로 인한 것이다. 이 배를 보기 위해 소년들이 무인도로 오게 되었고 이때 머드를 만나게 된 것이다. 떠내려가지 않고 걸린 배는 결국 머드에게 새로운 세계로 나가게 해주는 중대한 도구가 되어 준다.

많은 것을 남기는 홍수

 홍수로 떠내려 와 나무에 걸린 커다란 배. 영화에서 중요한 상징물이다.

홍수로 떠내려 와 나무에 걸린 커다란 배. 영화에서 중요한 상징물이다. ⓒ (주)프레인글로벌


큰 재앙일 수 있는 홍수는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이후 삶을 결정한다. 오랜 시간 주니퍼를 지키기 위해 살았던 머드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많은 일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홍수처럼 밀려드는 거대한 물살은 머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많은 상처를 남기는 상황이 되어서야 어떤 선택 해야 될지 선명해지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것은 인간의 한계인 것을 어쩌겠는가! 앨리스에게도 마찬가지로 거세게 밀려드는 부모님의 이혼과 첫사랑에 대한 슬픔, 그리고 영웅처럼 믿고 있었던 거대한 사람 머드 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겪게 되면서 떠나 보낼 것과 남겨야 하는 것을 분별하게 된다.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보여주는 영화는 결국 홍수처럼 밀려오는 삶의 여러 문제를 고찰하게 한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 머드는 나무에 걸렸던 배를 타고 넓은 곳으로 향한다. 그는 오랜 시간 굳게 믿었던 신념을 버리기까지 많은 시련들을 겪어야 했다. 또 앨리스는 태어나 줄곧 살았던 강가의 삶을 정리하고 이혼한 엄마를 따라 낯선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두 사람 모두 한결 편안한 모습이다.

영화는 엘리스의 성장영화로 구성되어있지만 머드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고 특히머드역을 맡은 메튜 맥커너히는 그대로 머드였다. 매력적이며 진실된 머드를 소년들 역시 진심으로 도와주었다. 흔한 사랑 이야기는 독특한 소재와 배경을 가져와 마치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처럼 새로웠고 따뜻했다.

머드 멕튜 멕카너히 제프 니콜스 감독 칸 영화제 경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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