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크> 포스터

영화 <파크> 포스터 ⓒ <파크> 페이스북 캡처


제21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파크>는 '음악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을 만큼 음악에 공을 들였다. 일본의 천재 뮤지션으로 불리는 토쿠마루 슈고(37)가 작품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극 중 나오는 1960년대 음악은 당시 느낌을 잘 살린 토쿠마루의 솜씨다. 토쿠마루를 비롯해 20개가 넘는 팀이 영화 OST에 참여했다. 영화 초반부터 통통 튀는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일부 뮤지션들은 잠깐씩 영화에 얼굴을 비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가사도 예쁘다. 영화 중반엔 주연 배우인 하시모토 아이의 기타와 노래 실력, 소메타니 쇼타의 랩 실력도 볼 수 있다.

작품 배경인 도쿄 기치조지의 이노가시라 공원과 음악은 잘 어우러져 영화는 초반부터 빛이 난다. 벚꽃이 활짝 피고 사람들의 생기가 도는 장면도 산뜻하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세타 나츠키(39) 감독은 영화 촬영 당시 공원 이용자들에게 최대한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촬영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양해를 구하고 작품을 찍었다고 한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공원의 느낌을 물씬 살릴 수 있었다.

이노가시라 공원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청춘들이 노래를 완성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생인 준(하시모토 아이)은 돌아가신 아버지 신페이의 옛 연인 사치코를 찾으러 온 하루(나가노 메이)를 만난다. 하루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있다. 사치코의 행방을 쫒던 준과 하루는 사치코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된다. 사치코의 손자인 토시오(소메타니 쇼타)는 사치코의 유품인 오픈 릴 테이프를 발견한다. 이들 셋은 테이프에 담긴 노래가 50년 전 이노가시라 공원에서 신페이와 사치코가 함께 부른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주인공 셋이 테이프에서 지워진 노래를 완성해가는 장면을 그린다. 이노가시라 공원이라는 공통의 배경 속에서 옛 노래 가사에 현재의 새 가사를 붙여 노래를 완성하려는 장면은 50년을 뛰어넘은 세대 간의 이어짐을 말하는 것 같아 의미심장하다. 특히 하루가 과거로 건너가 신페이와 사치코를 통해 노래의 완성 과정을 듣는 판타지적인 장면이 그렇다. 노래를 완성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되는 셈이다. 청춘들의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애틋함과 그리움도 함께 밀려온다

준과 하루, 토시오 셋이 공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노래에 활용할 사람들이나 자연의 소리들을 채취하는 장면이나, 사랑이라는 주제로 가사를 고민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강렬하진 않지만 공원 분위기만큼이나 경쾌하다. 그래서 이들이 노래를 완성하고, 페스티벌에 나간다는 것이 결정됐을 때는 화려한 결말을 기대하게 한다. 많은 음악 영화들의 마지막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쉽다. 밴드와 완성된 노래가 준비됐음에도 영화는 어이없는 이유로 큰 한 방을 날리지 못한다. 여기에 준의 어릴 적 트라우마가 겹치면서 다소 복잡하게 전개된다. 하루에 대한 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도 쉽게 납득하기는 힘들다. 힘껏 달려온 영화는 막판 동력을 잃고 지루해진다. 좋은 노래를 듣고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찜찜한 이유다. 다행스러운 건, 하시모토와 나가노, 소메타니 등 주연 배우 셋의 조화로운 '케미'는 끝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파크 하시모토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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