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광주가 이렇게 잔혹했어요?" 배우 송강호가 아닌 국민 송강호로서 접한 그 날의 사진을 통해 느낀 감정이었다.

송강호는 유독 다른 배우들보다 변호인, 효자동 이발사 같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개봉한 작품은 근현대사에서 가장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그린 것이어서 두려운 마음마저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올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37주년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여 "새 정부는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해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지난 15일 대전에서 <택시운전사>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지난 15일 대전에서 <택시운전사> 시사회가 열렸다. ⓒ 최홍대


8월 2일 개봉을 앞두고 택시 운전사에 출연한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최귀화 등이 시사회를 돌며 작품에 출연하게 된 배경과 그 소감을 전하며 영화 택시 운전사가 가지고 있는 그 의미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당시 정부의 계엄령과 철저한 언론통제를 통해 광주에 대한 진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서울에서 살면서 하루하루 보내는 것조차 버거운 소시민 김만섭 택시기사 역할을 맡았다.

택시기사 김만섭의 유일한 재산은 60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린 택시 한 대뿐으로 딸과 함께 먹고사는 것이 버거운 소시민이었다. 그에게 민주주의나 데모, 자유 같은 것은 한낱 사치에 불과했다. 민주화의 문턱에서 다시 과거 독재 시절로 회귀하려는 정부에 맞서는 학생들의 데모는 그에게는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밀린 4개월의 방세 10만 원 때문에 돈을 선택한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전라도 광주까지 외국인을 태워다 주고 다시 서울까지만 오면 그 돈을 마련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나뿐이 없는 딸을 위해 몸 사리고 유일한 재산인 택시를 애지중지하던 그가 광주행을 선택한 것은 그곳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의 물가는 소주 200원, 자장면이 500원, 대기업 과장급 월급이 50만 원이니 10만 원이라는 돈은 그 상당히 큰 유혹이었을 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외국인이라는 것이었지만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익힌 영어가 있어서 그에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런 행복한 하루는 광주를 들어서면서부터 달라진다. 광주로 진입하는 도로 입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가 그의 불안한 느낌을 조금씩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송강호 "상식과 정의가 있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택시 운전사 시사회가 열렸는데 서울을 제외한 지역 시사회에서 대전이 첫 무대인사 지역이었다. 이 자리에서 송강호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시대의 비극을 담고 있었기에 출연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서울을 제외하고 대전에서 첫 <택시운전사> 무대 인사 겸 시사회가 열렸다.

지난 15일 서울을 제외하고 대전에서 첫 <택시운전사> 무대 인사 겸 시사회가 열렸다. ⓒ 최홍대


 배우 송강호가 시사회에서 자신의 소견을 드러냈다.

배우 송강호가 시사회에서 자신의 소견을 드러냈다. ⓒ 최홍대


택시 운전사는 광주가 배경이지만 적합한 전국 지역을 찾아 촬영했다고 한다. 대전에서 찍은 분량이 적지 않아서 배우들 모두 대전이 친숙하다는 말을 먼저 전했다. 아직 자신들이 나온 영화인 택시 운전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무대인사를 다니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이 이야기가 가진 의미와 광주 시민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같이 공감되면서 무엇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한다.

배우 송강호는 다른 배우들보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에 많이 등장한 이력이 있다. 특히 그중에서 <택시운전사>는 소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광주가 어떤지, 그리고 송강호는 이를 통해 진짜 역사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날의 일이 지금도 온전하게 전 국민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참혹했던 그날의 진짜 이야기를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강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을 언급한 적이 있다. 송강호가 중학교 2학년 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는데 당시 라디오 뉴스에서는 "국군이 폭도를 진압했다"라는 소식을 접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세월이 지난 지금 이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희망을 말하고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과 정의가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명품 조연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유해진은 광주에서 택시 운전사로 먹고사는 황태술 역할을 맡았다. 그는 서울에서 내려온 택시 운전사 김만섭과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광주의 실상을 온몸으로 알렸다. 영화에서 또 다른 주연 배우인 토마스 크래취만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로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원티드>, <작전명 발키리>, < U-571 > 등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 바 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이 직접 겪어보고 밝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잘 연기했다.

 배우 유해진은 <택시운전사>에서 광주에서 택시 운전사로 먹고 사는 황태술 역할을 맡았다.

배우 유해진은 <택시운전사>에서 광주에서 택시 운전사로 먹고 사는 황태술 역할을 맡았다. ⓒ 최홍대


 배우 류준열이 시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우 류준열이 시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최홍대


극 중 대학생 역할을 맡아 당시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앞장을 섰던 젊은 청춘을 연기한 류준열은 이 자리가 다른 곳보다 더 의미가 컸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는 말하고 있었다.

시사회를 온 관객들은 모두 그 날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시대를 연기한 배우들과 함께 웃는 여유를 가지며 편하게 영화를 감상했다. 한 관객에 따르면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이렇게 처절하고 잔혹했는지 처음 알았다. 그렇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다"며 영화를 본 자신의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왜? 굳이 그런 데모를 하느냐"라며 택시 기사 김만섭은 말한다. 광주에 있던 그들은 영웅이 되려고 하던 것이 아니었다. 적당히 세상에 섞여 살고 자신의 안위를 가장 먼저 생각했던 평범한 택시 운전사조차 그 속에서 진실을 보았기에 그는 차마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에 발을 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실을 알리고 광주의 실상을 세상에 터트리기 위해 언론인 피터를 태우고 광주를 떠나야 했던 그에게서 관객들은 한국의 희망을 보았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한 장면.

영화 <택시운전사> 속 한 장면. ⓒ 쇼박스



택시운전사 송강홍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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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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