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미스러운 품행으로 인하여 팀에서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던 김상현(독립리그 저니맨 외인구단 소속)이 적어도 '행정적으로는' KBO리그에서 다시 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전 소속 팀이었던 kt 위즈에서는 뛸 수 없게 됐다.

kt는 7월 14일 KBO리그 사무국에 김상현에 대하여 임의탈퇴 복귀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복귀 신청은 임의탈퇴 상황에서는 그 선수에 대한 행정적인 추가 조치를 시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행해진 조치였다.

kt는 김상현에 대한 임의탈퇴 복귀 신청과 동시에 웨이버 공시를 함께 신청했다. kt 위즈 임종택 단장에 의하면 구단의 성장 방향에 대해 고심한 끝에 웨이버 공시를 신청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리빌딩이 진행 중인 kt는 중심 타선에서 김상현의 역할을 대신 할 선수로 넥센 히어로즈에서 윤석민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상황이라 김상현의 자리가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잦은 이적으로 파란만장했던 "저니맨" 김상현

1980년 전라북도 군산 태생인 김상현은 군산상고를 졸업했는데, 원래는 이진영(현 kt 위즈)와 동기인데 1년 유급하여 늦게 졸업했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순위 지명으로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하면서 대타 요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다 2002년 여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대타 출전하여 당시 마무리투수였던 이상훈(현 LG 트윈스 피칭 아카데미 원장)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날리면서 당시 김성근 감독의 눈에 띄었다. 이후 김상현은 LG로 이적한 뒤 군 복무까지 마쳤다.

다만 김상현은 타격에 비해 3루수 수비가 그리 좋지는 못했다. 이로 인하여 점차 기회를 잃었고, 과거 타이거즈에서 함께 있었던 정성훈이 FA로 영입되면서 주전 3루수 자리를 내주게 됐다. 그리고 2009년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타이거즈로 돌아가게 됐다.

그런데 돌아간 고향 팀에서 김상현은 기회를 잡았다. 주전 3루수 자리를 보장 받은 김상현은 정규 시즌 36홈런 127타점으로 그해 타이거즈의 통산 10번째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가장 큰 기여를 했고, 정규 시즌 MVP까지 거머쥐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후 김상현은 2010년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김상현이 없는 동안 타이거즈는 여름에 16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이후 일본에서 뛰다 KBO리그에 돌아온 이범호가 영입되면서 이범호에게 3루수를 내주고 외야수로 전향하게 됐다.

이후 2012년에 또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던 김상현은 2013년 5월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SK에서도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뒤 보호선수 20명에서 제외되면서 kt에 특별지명됐다. kt에서는 후배들 사이에서 나름 중심을 잡아주며 안착에 성공하여 FA 재계약까지 이뤄냈다(4년 17억 원).

한 순간의 욕구를 채우려다 선수 생명 위기 찾아온 김상현

 케이티 위즈의 베테랑 타자 김상현이 '음란행위'로 물의를 일으켜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하게 됐다. 케이티는 음란행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상현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임의탈퇴를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케이티 위즈의 베테랑 타자 김상현이 '음란행위'로 물의를 일으켜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했었다. 케이티는 음란행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상현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임의탈퇴를 결정했다고 지난 2016년 7월 13일 밝혔다. ⓒ 연합뉴스


kt와 FA 재계약을 체결한 김상현은 2016년 통산 150홈런을 기록한 40번째 선수가 됐다. 이후 허리 통증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어 kt의 2군 경기장이 있는 익산으로 가게 됐다. 이후 6월에 복귀하여 7월까지 경기에 출전했으나, 익산에서의 품행 문제가 드러나면서 추락했다.

당시 사건은 김상현이 2군에 있었던 6월이었다. 김상현의 처가가 익산에 있었는데, 이 때문에 2군에 가게 되면 김상현은 익산에서 장인의 차를 빌려 이용하곤 했다. 그런데 6월 16일 대낮에 차 안에서 여대생을 발견하고 차문을 연 뒤 그녀를 뒤따라가며 자위행위를 하고 말았다.

이때 김상현은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1군에 복귀했다. 그러다가 7월 12일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고, 그 날도 일단 선발 출전했던 김상현은 그 사건의 당사자가 자신임이 확인된 3회부터 교체됐다. 그리고 다시는 kt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김상현은 7월 13일 부로 구단에서 임의탈퇴 중징계를 받았으며 추가로 500만 원에 제재금이 부과됐다. 이후 김상현은 독립리그 구단인 저니맨 외인구단에서 뛰면서 리틀야구단에 재능기부를 하는 등 자체적으로 반성의 행보를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김상현 역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 대상의 범죄를 행했고, 이 때문에 이미지가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말았다. 임의탈퇴 해제 기한 1년이 다 되어가면서 복귀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선수가 스스로 선을 그었다.

그리고 7월이 되면서 kt가 김상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시간이 다가왔다. 이에 대해 김상현이 팀에서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kt는 김상현에 대한 임의탈퇴 복귀 신청과 동시에 웨이버 공시까지 신청하면서 사실상 김상현과 결별할 것을 분명히 했다.

선수 생명 위해 표면적 "배려"는 해 준 kt, 품행 이미지 때문에 향후 진로 불투명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임의탈퇴 복귀 신청은 웨이버 공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에 불과했다. 올 시즌 중위권 도약에 도전했던 kt는 리빌딩 체제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재편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리빌딩 팀에 필요한 소수의 베테랑 자리도 김상현과 비슷한 포지션에 타자 윤석민이 영입되면서 김상현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kt는 김상현과의 완전 결별을 선택했고, 다른 팀으로 이적해서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최소한의 배려만 하는 식으로 임의탈퇴를 해제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김상현에게 2019년까지 계약이 되어있는 잔여 연봉은 지급된다.

이제 김상현의 운명은 다른 9개 구단에 달렸다. 1주 이내로 김상현의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나오면 김상현은 그 팀으로 이적하여 남은 시즌을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1주 이내로 영입하겠다는 구단이 나오지 않으면 올해 남은 시즌은 뛸 수 없으며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한다.

사실 kt의 입장에서도 김상현의 웨이버 공시는 전력 차원에서 손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력이 강해지는 만큼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강해질 것이 뻔했다. 게다가 현재 kt에서 성장하고 있는 김동욱, 유민상, 남태혁 등 유망주들이 기회가 줄어들어 오히려 리빌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김상현은 당장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다 선수 생명이 사실상 끝날 위기를 맞이했다. 한 순간의 실수들이 누적되면서 메이저리그 선수이면서도 비자를 발급 받지 못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강정호나 승부조작 혐의로 야구계에서 퇴출된 박현준씨(전 LG 트윈스 투수)만 봐도 범죄에 대한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물론 현재도 리그에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KBO리그는 승부조작으로 퇴출되었던 박현준 씨에게 신인선수 교육에 특별강사로 초빙하는 등 부정행위 방지 교육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직 치러야 할 홍역이 많지만, 이후 KBO리그에서 각종 품행 저하로 인한 징계는 갈수록 그 강도가 커지고 있다.

김상현의 경우 경기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승부조작 등의 범죄는 아니었지만,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범죄를 저질렀던 만큼 향후 선수 생명을 더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선수로 계속 활약하든 다른 인생길을 걷든 본인의 행위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속죄는 한 순간 반짝하는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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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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