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하는 이명주  지난 6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이명주가 슛을 하고 있다.

▲ 슛하는 이명주 지난 6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이명주가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발목 부상으로 쓰러진 FC서울의 미드필더 이명주의 불운이 많은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명주는 지난 9일 광주FC와의 경기 때 상대 선수의 태클에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국가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거론되던 시점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신태용호는 이란(8월 31일)-우즈벡(9월 5일)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 본선행의 운명이 달린 단두대 매치다. 기성용-손흥민-구자철 등 대표팀의 핵심을 이루던 선수들이 모두 크고작은 부상이 시달리며 전력보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에서 나이와 경력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얼굴을 수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마침 이명주는 무릎수술로 이란전까지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의 포지션에서 가장 유력한 대체자가 될수 있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이명주의 대표팀 복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재활에만 최소 8주, 수술시 3개월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이란-우즈벡과의 최종예선까지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명주는 뛰어난 재능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표팀과는 인연이 맞지 않는 불운의 선수로도 유명하다. 이명주는 최강희 감독 시절이던 2013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처음 A대표팀에 승선했다. 당시에도 기성용-구자철-김남일 등 핵심 미드필더 등이 줄줄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이탈한 가운데 이명주는 우즈백과의 홈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이 무색하게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여 최우수선수까지 선정되는 등 화려한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은 이명주의 활약에 힘입어 간신히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화려한 데뷔전 이후 이명주의 대표팀 경력은 이상하리만큼 꼬이기 시작했다. 본선에서 지휘봉을 물려받은 홍명보 전 감독은 이명주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명주는 브라질월드컵이 열렸던 2014년 전반기 K리그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절정의 활약을 과시했으나, 홍명보는 이명주가 지난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부진했다는 이유로 K리그에서의 활약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최종 명단에서 배제했다. 당시 이명주의 탈락은 홍명보호의 '의리축구' 'K리그 비하' 논란 등과 함께 국가대표 선수선발의 공정성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지독한 징크스'에 발목 잡힌 이명주, 대표팀에서 다시 빛낼 수 있을까

이명주는 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겪은 이후 그해 시즌 중반에 돌연 K리그를 떠나 UAE 알 아인으로 이적하며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소속팀 포항이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하고 있었고 이명주는 개인 성적상 리그 MVP도 충분히 노려볼만한 시점이었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의 충격으로 성급한 결정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명주는 중동 이적으로 적지않은 몸값으로 챙긴 것도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도 컸다. 이명주는 그 해 고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당초 와일드카드 1순위이던 손흥민이 당시 소속팀 레버쿠젠의 반대로 차출이 불발되며 이명주에게 기회가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명주마저 소속팀 알 아인의 차출을 불허하며 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됐다. 만일 이명주가 K리그 포항 소속이었다면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을 가능성은 거의 100%였다. 공교롭게도 대표팀은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참가한 선수들이 모두 병역혜택을 받았다. 대표팀과 이명주의 인연이 또 한번 결정적으로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이명주는 결국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7년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로 돌아와야했다. 본의아니게 이명주는 한국축구가 28년만에 이뤄낸 아시안게임 우승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이명주 본인의 선택이 스스로의 축구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순간이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출범한 슈틸리케호에서도 이명주의 운은 풀리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기성용-박주호 등 경쟁자들의 벽을 넘지 못 하고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데 실패했다. 이후로는 한동안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다. 이명주는 알 아인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며 한동안 대표팀 복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명주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명주는 최근 새롭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이 선호할만 한 스타일의 미드필더다. 중앙에서 공격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수 있는 데다 뛰어난 패싱 조율과 활동량, 골결정력까지 겸비하여 신태용식 공격 축구에 누구보다 어울리는 카드다.

만일 이란-우즈벡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서 본선행에 기여한다면 신태용호의 주전 경쟁에서 시작부터 확실한 첫 눈도장을 찍는 것은 물론이고 내심 3년전 아쉬움을 곱씹었던 월드컵 출전의 꿈도 다시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표팀과 인연이 이이질만한 타이밍에 또 한번 생각지도 못한 악재로 주저앉게 되었으니 이쯤되면 지독한 징크스라고 할만하다. 이명주가 과연 대표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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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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