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김승회의 모습

역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김승회의 모습 ⓒ KBO


어김없이 출석도장을 찍는 선수가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1983년 장명부도 그랬고 2년 전 권혁도 그랬다. 중요한 상황에 자주 등판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팬들은, 기자들은 이러한 선수의 행동을 '투혼'이라고 포장했다. 하지만, 2017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이 선수들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닌 부상이라는 '늪'이라는 것을 말이다.

두산 베어스의 김승회는 올 시즌을 앞두고 SK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그에게는 마운드에 오르는 모든 기회가 소중할 수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기에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팀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선수가 원한다 해도 코치진은 선수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재 김승회의 등판일지를 살펴보면 등판시점, 등판간격 모두 비정상적이다. 언뜻 보면 불펜투수가 1명인가 싶을 정도로 전천후 등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팀이 4점차 이상으로 지거나 이기고 있는 경우 등판횟수가 15번 안팎이다. 이 기록만 놓고 보면 신인급 선수가 경험을 쌓기 위해 추격조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 40경기를 등판했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해보면 1~3점차 내외의 타이트한 승부처에서도 25번 정도 등판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상황을 불문하고 마운드에 올랐다는 얘기다. 78경기를 소화한 전반기 현재까지 게임의 절반이 넘는 40번을 등판하였으니 선수에 대한 구단의 운영과 관리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판 간격도 문제다. 불펜투수에게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3연투가 벌써 3번이나 있으며 심지어 1주일 동안 6게임 중 5번을 등판한 적도 있다. 이쯤되면 선수의 부진(방어율 4.89)은 선수의 탓이 아니라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구단이 지난해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분석이나 학습효과는 없는 것일까? 지난해 야구를 봤던 팬들이라면 두산이 이러한 운영을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역투하는 정재훈

역투하는 정재훈 ⓒ 오마이뉴스


정재훈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4·5월 평균 자책점 1.7로 리그 최고의 '셋업맨'의 역할을 수행해내며 부동의 홀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6월까지 46이닝 방어율 2.53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무더워진 여름, 이닝 수가 늘고 등판이 거듭되자, 방어율이 3.27까지 치솟았고 140km까지 나오던 구속은 130km 초반에 머물렀다. 결국 우측 팔뚝 전완근에 공을 맞아 시즌 아웃이 됐고, 복귀를 준비하던 중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아직까지 기약없는 재활 중에 있다. 두산 베어스는 정재훈이라는 과거 사례를 눈앞에서 보고도 김승회를 똑같은 방식으로 기용하고 있다.

올스타브레이크 이전 정재훈은 49.2이닝을 던졌고 김승회는 올스타브레이크를 6일 앞둔 현재 42.1이닝을 투구했다. 평행이론 혹은 데자뷔처럼 똑같은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직전년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 공 구위가 좋아진 것 역시 같고 친정으로 돌아와 혼신의 역투를 다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 두산베어스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선수를 잃었다.

2017 정규 시즌을 위해 고생한 선수와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서 두산베어스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 그것이 선수와 성적 둘 다 잡는 초석이 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 두산베어스 김승회 정재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팩트와 오피니언은 구분할 줄 아는 스포츠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