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인절스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최지만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렸던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7번-1루수로 선발출전한 최지만은 2번째 타석에서 바로 홈런을 때려냈다. 4타수 1홈런 2타점을 기록한 그는 양키스 팬들과의 첫 만남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 고민거리가 된 양키스의 1루수

양키스의 현재 1루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양키스의 1루수 OPS는 0.602로 메이저리그 전체 29위다. 그렉 버드(19경기 .100 .250 .200)와 크리스 카터(62경기 .201 .284 .370)가 주로 나눠맡았는데 모두 실망만 안겨주고 말았다. 맷 홀리데이가 간간이 1루로 나서긴 하지만 지명타자로의 출장시간이 월등히 높고(지명 56경기/1루 8경기) 타일러 오스틴도 복귀 이후 빠른 타이밍에 홈런은 쳤지만 .154 .200 .385라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현재는 DL에 등재되어있다.

이 상황에서 트리플A에서 .289 .371 .505를 기록하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던 최지만에게 호출이 올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캠프 당시에도 카터와 버드, 오스틴을 유력 경쟁자로 점쳤고, 이들이 부진하자 양키스는 최지만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양키스는 대부분의 1루 카드가 실패한 상황이라 최지만의 활약이 절실하다.

# 카터 DFA, 오스틴-버드 부상 장기화 조짐

기회 보장 측면에서도 최지만은 상당히 좋은 찬스를 맞이했다. 작년 에인절스에서는 앨버트 푸홀스-C.J. 크론이 버티고 있던 상황이었고 두 선수 모두 110경기 이상 소화하며 시즌을 보냈다. 크론이 한 달 정도 결장하긴 했으나 경쟁자인 제프리 마르테가 훨씬 나은 성적을 기록하며 최지만을 압도했고 최지만은 미미한 성적과 두 번의 DFA 조치를 경험하며 에인절스를 나오게 됐다.

2017시즌 개막 이후 양키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스크랜튼/윌크스베리 레일라이더스에서 뛰다가 석 달 만에 올라온 메이저리그는 상당히 기회의 폭이 커보인다. 경쟁자들의 복귀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어제 DFA된 카터의 경우 벌써 2번째 DFA였다. 1루/DH 포지션 선수들의 부상으로 계약이관조치 하루 만에 양키스에 복귀했지만 불과 1주일만에 또 DFA됐다. 도저히 봐줄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분간은 빅리그 로스터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카터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다시 입기 어려워보인다.

오랜 부상으로 고생 중인 그렉 버드의 경우 현지시간 7월 3일에 발목 예비 수술을 받았다. 현재 복귀 시점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시즌 아웃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계속 통증을 겪으면서 지난 6월 중순의 리햅 일정을 취소했고 이후의 주사 치료 방법도 큰 차도가 없어 복귀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뼛조각이 발견되어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되면 버드는 산술적으로는 확장 로스터가 되는 9월에나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명의 1루수 타일러 오스틴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는데, MRI상으로도 그렇고 감독도 우려를 표할 만큼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다. 수술 얘기까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정도가 심한 1도 염좌 내지는 2도 염좌(부분파열) 정도로 보이며 이 경우 회복기간은 4-8주 정도를 예상 회복기간으로 잡게 된다. 특히 햄스트링은 완벽한 회복을 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복귀 시점을 잡는 것은 아직 어렵다. 일단 오스틴은 템파에서 또다른 전문의를 만나볼 예정에 있다.

# 경쟁자는 많이 사라졌지만, 기회를 잡는 것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

최지만과 1루수 출장 시간을 나눠가질 만한 선수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레프스나이더가 유력하며, 백업포수인 로마인도 1루에서 활약할 수 있다. 플래툰을 적용받더라도 최지만이 당장은 출전시간을 가장 많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아야만 비로소 제 것이 된다. 특히 타일러 오스틴은 예상 복귀시점이 나오지 않았을 뿐, 시즌이 끝나기 전에 복귀할 것이다. 그러면 또 경쟁을 해야하고, 입지나 마이너 성적 모두 최지만이 밀린다. 또 최지만이 부진하다면 크리스 카터도 트리플A에서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호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장 첫 이관조치 이후에도 최지만보다 카터가 우선선택된 점도 생각해봐야한다.

하지만 최지만이 작년에 비해 올해 받은 기회가 더없이 좋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주전 지명타자인 홀리데이가 돌아오면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홀리데이마저 빠진 상황이라 복귀까지는 주전 1루수는 최지만이 될 것이다. 지금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부진했던 경쟁자들은 저만치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가시밭길을 헤쳐나와 갈림길에 서 있는 최지만. 작년보다 더 좋은 기회를 받은 이 상황에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올해만이 아니라 이후의 커리어에도 메이저리그 잔류에 있어서 결정적이 될 것이다. 이 기회를 날리면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기회의 바늘구멍은 더 좁아질 것이다. 그의 이후 행보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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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양키스 최지만 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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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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