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홈런쇼를 펼치며 한화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확정 지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4방을 포함해 장단 19안타를 터트리며 12-7로 승리했다. 넥센은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이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강판됐지만 6회부터 8회까지 10득점을 올리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7회 무사 2루에서 송창식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트린 김민성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며 4안타 4타점을 폭발시켰고 이정후와 서건창으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도 5안타를 합작했다. 이날 한화는 상대 포수를 즐겁게 만드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날 넥센의 주전 포수로 출전한 박동원은 프로 데뷔 9년 만에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2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넥센의 승리를 견인했다.

병역 의무 해결 후 넥센의 주전 포수 차지하며 꾸준히 성장

부산 출신의 박동원은 개성고 시절 팀의 안방마님 겸 4번 타자로 활약하며 고교 무대에서 알아주는 포수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비록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에서는 김재민(LG트윈스)과 김재윤(kt 위즈)에 밀려 청소년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 19순위)라는 비교적 빠른 순번으로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히어로즈는 강귀태와 유선정,허준 등으로 1군을 구성할 만큼 안방이 취약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박동원이 바로 주전을 넘볼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결국 박동원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단 7경기에만 출전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사실 박동원은 부족한 1군 경력 때문에 상무에서도 최종 합격이 아닌 예비 명단에 있었지만 안지만과 조동찬(삼성 라이온즈)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 박동원이 추가 합격됐다.

입단 초기만 해도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던 박동원은 상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하며 지금의 근육질 몸매를 완성했다. 전역 첫 해였던 2013년 허도환(한화)의 백업포수로 활약하며 69경기에 출전한 박동원은 2014년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253 6홈런26타점을 기록하며 넥센의 준우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당시 넥센을 이끌던 염경엽 감독(현 SK와이번스 단장)은 일찌감치 병역의무를 해결하고 1군 경험치도 충분히 쌓인 박동원을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포수로 활용했다. 127경기에 출전한 박동원은 타율 .266 14홈런61타점을 기록하며 넥센의 안방마님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 그 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을 상대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넥센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서울고 포수 주효상을 지명했지만 박동원의 입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박동원은 작년 시즌에도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이 .248로 떨어졌지만 타점은 오히려 70개로 늘어나며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2015년 29.9%에 불과하던 도루 저지율을 40.6%까지 끌어 올리며 공수를 겸비한 포수로 거듭났다.

초반 부진하다가 6월부터 타격감 회복, 데뷔 첫 멀티 홈런까지

군 전역 후 2년의 적응 기간을 거친 박동원은 지난 2년 동안 1군 풀타임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넥센의 독보적인 안방마님으로 떠올랐다. 상무에서 복귀하던 2013 시즌 리그 최저 수준이었던 2400만원의 연봉을 받던 박동원이 4년 만에 연봉 2억 원 짜리 선수가 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넥센에서 박동원의 가치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박동원은 올 시즌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박동원은 4월 중순까지 타율 .195 무홈런3타점으로 부진하며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1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주효상과 김재현 만으로 고척돔의 안방을 지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장정석 감독은 5월4일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던 박동원을 다시 1군으로 호출했다.

5월까지 타율 .203 5타점에 그친 박동원은 이대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듯 했다. 하지만 부진하던 박동원은 6월부터 분발하기 시작했다. 박동원은 6월 한 달 동안 타율 .311(61타수19안타) 3홈런11타점10득점을 기록하며 오랜 부진에서 탈출했다. 박동원이 살아나면서 중하위권에 허덕이던 넥센도 7월의 시작과 함께 4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박동원은 5일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멀티 홈런을 터트리며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만들어냈다. 0-2로 뒤진 2회 한화 선발 배영수로부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좌월 투런 홈런을 터트린 박동원은 8-7로 앞선 7회 송창식을 상대로 또 한 번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작렬했다. 이날 박동원은 홈런 두 방으로만 4타점을 쓸어 담았다.

박동원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감초 연기 전문배우 김광규와 닮은 외모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박동원의 응원가는 김광규가 광고하는 차음료의 CM송을 개사한 곡이다(하지만 정작 김광규는 넥센이 아닌 롯데 자이언츠의 골수팬이다). 박동원은 팬들에게 야구 외적인 면으로도 많은 즐거움을 주는 만27세의 젊은 선수지만 히어로즈에서 박동원의 가치는 팀 내 최고 스타인 '서교수' 서건창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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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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